[커버스토리 = 위기의 건설사, '친환경'에서 미래 찾는다]
- 해외 수주 줄고 주택 시장도 불안정
- 그린 뉴딜 바람 타고 ‘친환경’에서 미래 찾기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건설사들의 친환경 사업 진출 경쟁이 뜨겁다. 최근 정부가 ‘그린 뉴딜’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고 친환경·저탄소 분야에 5년간 7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가운데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건설사들은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해외 수주 감소, 주택 시장 불안정도 건설사들이 친환경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 에너지 플랜트 노하우로 미래 먹거리 낙점 건설업계가 친환경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처리, 수자원 관리, 스마트 팜 등 친환경 산업 영역 대부분에 적극적이다.
기존 에너지 플랜트 사업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폐기물 처리, 수자원 관리 등에서 핵심 원천 기술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진입 장벽이 다른 업종 대비 낮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과 관련된 각종 건설 산업이 향후 해외 건설 산업을 이끌어 줄 주요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각사만의 친환경 사업을 통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미래 성장 시장 선점에 서두르고 있다.
우선 가장 활발한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다. 대형사와 중견사 구분 없이 신재생에너지 역량 강화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SK건설은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친환경사업부문을 신설하고 기존 에너지기술부문을 신에너지사업부문으로 개편했다.
신에너지사업부문은 친환경 분산 전력공급원인 고체산화물 연료 전지 사업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친환경 사업이 포함된다. 현대건설도 신재생에너지 신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현대일렉트릭과 업무 협약을 통해 에너지 신사업, 스마트 전력 시스템, 한국 신재생 변전소 사업 등 총 세 분야에 걸쳐 협력하기로 했다.
GS건설도 일찍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제2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 영역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 포항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서 1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하며 2차 전지 재활용 사업에 진출했고 해외 태양광 발전 사업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견 건설사 코오롱글로벌은 하반기 양양 풍력 단지와 태백 하사미 풍력 단지, 태백 가덕산 풍력 2단지 등 풍력 단지 3곳을 착공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영역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회사는 또한 3건의 육상 풍력과 해상 풍력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호반건설과 호반산업도 태양광 발전 시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 건설사별로 신에너지 사업 추진 배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택과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기존 건설 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은 점이 새 먹거리 발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공공 택지는 최근 몇 년 새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있고 현 정부 들어 아파트 규제가 이어지면서 향후 정비 사업 일감도 감소할 전망이다. 대형 토목 사업에 부정적인 정부 기조 때문에 대규모 SOC 일감도 줄어든 상황이다. 해외 사업을 하는 건설사는 코로나19에 따른 해외 발주 감소까지 직면했다.
◆ ‘그린 뉴딜’에 맞춰 건설업계 다양한 전략 선봬
수자원 관리 분야도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우선 롯데건설은 하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나 음식물 폐수, 축산 폐기물과 폐수 등을 처리해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는 수자원 관련 기술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산된 바이오 가스는 발전기를 가동하는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 활용된다. 롯데건설은 공공 하수 처리 시설 민간 투자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통해 물 시장 개척에 앞장설 계획이다.
GS건설은 해외 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GS건설은 2011년 스페인의 수처리 업체 이니마(Inima)를 인수한 뒤 2019년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GS이니마는 브라질 1위 수처리 업체 BRK암비엔탈의 산업용수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등 유럽과 남미에서 물 재생 관리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세계 물 관련 사업 규모는 2017년 기준 7252억 달러로 올해는 818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제조 활동 증가와 폐수 관리에 대한 규제는 지속 강화돼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폐기물 사업에 뛰어드는 건설사들도 늘어났다. 지난 9월 SK건설은 1조500억원을 투자해 한국 최대 종합 환경 플랫폼 업체인 EMC홀딩스(환경관리주식회사)를 인수했다. EMC홀딩스는 전국 2000여 하수·폐수 처리 시설과 폐기물 소각장 4곳을 운영 중이다.
아이에스동서(IS동서)도 지난 6월 영남권 산업 폐기물 처리 기업 코엔텍을 인수했다. 아이에스동서는 E&F 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꾸려 코엔텍 지분 59.29%와 새한환경 지분 100%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6월 건설 폐기물 기업 인선이엔티 지분 877만1669주(23.83%)를 10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폐기물 처리 기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폐기물 시장의 성장세와 희소성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폐기물 하루 평균 처리량은 26만 톤으로, 2001년부터 연평균 3.2%씩 증가했다.
반면 소각 시설은 2013년 503개에서 2019년 400개로, 같은 기간 매립 시설은 292개에서 270개로 줄었다. 처리량은 늘었는데 시설은 인근 주민 반대와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줄어든 것이다.
스마트 팜 산업도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스마트 팜은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농작물·가축 등의 생육 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하고 원격 자동 관리하는 차세대 농업 시스템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스마트 팜 시장 규모는 3년 내에 수백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면서 스마트 팜이 건설사들의 새 먹거리로 떠오른 모습이다.
우선 현대건설은 최근 미래 성장 비전으로 발표한 ‘현대건설 2025 전략’에 스마트 팜을 포함시켰다. 스마트 팜 기술을 아파트 단지 내 적용해 주택 사업에서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다.
GS건설은 일찌감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스마트 팜을 낙점했다. 스마트 팜은 허창수 GS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제시하고 진두지휘해 온 사업이다. GS건설은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관의 사업 목적에 ‘스마트 팜 설치 및 운영’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호반건설은 스마트 팜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호반건설의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법인인 플랜에이치벤처스는 지난해 8월 스마트 팜 기술을 보유한 ‘쎄슬프라이머스’에 투자했다. 쎄슬프라이머스는 면적당 작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지능형 수확 자동화 플랫폼과 복합 환경 제어 시스템, 자율형 로봇 수직 농장 공급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스마트 팜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부는 올해 초 ‘농어촌 지역 개발 5개년 기본 계획(2020~2024년)’의 일환으로 스마트 팜 등 농어촌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스마트 팜을 8대 혁신 성장 선도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스마트 팜 전문 인력 양성, 청년농 스마트 팜 종합 자금 지원 등 관련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까지 상주·김제·밀양·고흥 등 4곳에 ‘스마트 팜 혁신 밸리’를 조성해 스마트 팜 보급 사업 규모를 7000ha까지 늘릴 방침이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스마트 팜 시장 규모는 5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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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2호(2020.11.09 ~ 2020.11.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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