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3세 경영·지배구조 재편 따른 수혜주 찾기
-오너 지분율 높거나 배당 확대 예상 기업 ‘주목’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이후 삼성그룹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3세 경영 본격화에 따른 지배 구조 개편 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현대차그룹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이 지배 구조 개편에 다시 나설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증권가는 향후 삼성의 상속 비율,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 등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SDS의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주 중에서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해 비상자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 최고”
이재용·정의선의 선택은?…들썩이는 삼성·현대차그룹주
이 회장 사후 가장 주목받는 삼성그룹주는 삼성물산이다. 삼성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덕분이다.

이 회장의 상속 재산 중 상장사 지분 규모는 총 18조20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 4.2%, 삼성생명 20.8%, 삼성물산 2.9% 등이 이에 해당한다. 상장사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약 11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상속세가 약 9조원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회장의 상장사 지분을 모두 상속받기 위해서는 상속세 연부 연납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최대 6년 동안 매년 약 1조8000억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의 지배 구조 개편 가능성도 나왔지만 증권가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은 2018년 순환 출자 고리를 해소한 데다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4세 경영권 승계는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부친의 지분을 법에 따라 상속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5.0%, 8.5% 보유하는 형태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향후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상속 지분 중 일부를 상속세 신고 전 또는 상속 이후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처분하게 되면 상속세 재원 조달에 대한 부담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삼성생명 지분 20.8% 등 나머지 상속 재산에 대한 상속세 재원의 확보까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에 따라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SDS 등 지배 구조 관련주들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대로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는 역대 최고 수준인 반면 회사의 시가총액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물산은 순자산 가치(NAV) 할인율이 약 61%로 저평가된 상태인 만큼 지분 가치를 반영한 주가의 재평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면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삼성물산의 그룹 내 중요도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며 “삼성물산은 패션 부문 등 비관련 사업 분할 등에 따른 효율화 개선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부회장 보유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 배당 정책 강화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는 삼성생명 등의 주가도 강세가 예상된다”며 “삼성전자 또한 주주 환원 정책을 단계적으로 가속화할 전망인 만큼 점진적 주가 상승을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 현대차그룹주 전반에 긍정적”
이재용·정의선의 선택은?…들썩이는 삼성·현대차그룹주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이 지배 구조 개편에 다시 나설 것이란 전망에 관련주들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현대차는 2년 전 현대모비스의 모듈·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듈·AS부품 사업이 분리되고 남은 현대모비스 존속회사가 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를 자회사로 둔 지주사가 되는 구조다. 정 회장의 지분 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승계 퍼즐을 맞추기 위한 카드였다. 하지만 엘리엇 등 국내외 기관의 반대로 무산됐다.

증권가에서는 정 회장이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떼어내 상장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을 이르면 올해 말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지배 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가 되는 과정인 만큼 지배 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는 현대모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23.3%의 지분을 가진 현대글로비스도 현대차그룹 지배 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정 회장 지분율이 9.6%인 현대오토에버도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주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 작업은 시장 친화적 변화와 순환 출자 구조 해소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주주 친화적 지배 구조로 바뀌는 것은 그룹주 주가 전반에 공통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너가의 지분이 16.4%인 비상장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 카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후 예상 기업 가치는 약 10조원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지배 구조 개선비용을 일부 충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대로 애널리스트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현대건설과의 합병 또는 상장사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2호(2020.11.09 ~ 2020.11.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