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Ⅰ]
-특별기획 대한민국 ‘구해줘! 홈즈’ 프로젝트④
-“공공 임대로 전세난 못 잡아, 정책 재검토할 시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인터뷰
“대규모 임대 단지 슬럼화 부작용…주택 바우처가 소셜 믹스의 해법”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20번 이상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발표했지만 서민 주거 안정의 근본적인 해법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 부동산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전세난을 해결하겠다며 공급 확대 정책에 또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셜 믹스도 주택 바우처(주거비 보조)가 가장 효과적”이라며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를 지어 저소득 계층만 모아 놓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심 교수는 “물량 공급에만 집중하기보다 주거부터 일자리, 의료 서비스까지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이 실제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임대 단지 슬럼화 부작용…주택 바우처가 소셜 믹스의 해법”
-현재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어떤가.

“공급량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북유럽 기준으로는 공급량이 터무니없이 모자라고 미국·영국·일본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많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방식으로 공급하고 사회 취약 계층만 모아 놓는 방식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단지로 인한 범죄화, 사회 불안 현상 등으로 1954년 지어져 20년 만에 폭파했던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프루이트 아이고’ 프로젝트를 기억해야 한다. 미국은 프루이트 아이고 폭파 이후 주거 급여 제도(housing allowance)를 만들어 주택 보조금을 주기 시작했다. 보조금을 지급하면 사람들이 임대주택에 모여 살지 않고 흩어져서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산다.

수도권에서는 공공임대주택 미스 매치에 따른 빈집이 없는데 지방은 숫자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주 무리하게 짓는 경우가 많다. 역세권에 지어야 하는데 시내에 지을 수 없으니 수요가 없는 외곽에 지어 빈집이 생긴다. 이런 악순환을 계속 정책적으로 밀고 가는 게 맞을까. 1980년대부터 세계 학계는 바우처(주거비 보조)가 훨씬 더 뛰어난 제도라고 인정받아 왔다. 바우처는 소셜 믹스나 낙인 효과와 같은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한국은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를 넘어 10%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OECD 공공임대주택 비율 평균이 8%라며 거기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OECD 평균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봐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이 많은 북유럽과 적은 영미권을 합쳐 전체 주택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8%인데 우리는 북유럽도 영미권도 아닌 그 중간을 따라가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바람직한 정책 방향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북유럽처럼 공공임대주택이 많은 국가는 관련 정책을 바꾸기가 쉽지 않아 주거비 보조를 주택 공급의 보조적인 개념으로 본다. 영미권처럼 공공임대주택이 적은 국가는 추가로 공공임대를 짓는 것보다 효율적인 주거비 보조에 집중한다. OECD 국가 중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20%대인 네덜란드와 스웨덴을 벤치마킹하려면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 미국식 모델을 추구한다면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돈으로 주거비 보조를 늘리는 것이 훨씬 낫다.

한국에서 공공임대주택을 한 채 지으려면 재정이 1억원 이상 들어간다. 차라리 약 50만원씩 현금으로 주면 되지 않을까. 주거비 보조의 단점이 있기는 하다. 주거비를 보조하면 임대료가 조금 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더 늘리면 집값 상승보다 공급에 의한 가격 하락 압력이 있기 때문에 집값 안정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까.

“전체 주택 시장의 8% 정도인 공공임대주택으로 주택 시장 안정은 불가능하다. 공공 임대를 아무리 늘려봐야 전체 공급 효과는 거의 없다. 공공임대주택은 주택 시장 안정의 목적이 아니라 그냥 ‘복지’다. 소득이 하위 10~20%에 해당하는 1~2분위 사람들에게 지원하는 공적 부조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으로 주택 시장 안정 효과까지 누리려면 공공이 어마어마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중산층의 집 문제는 공공임대주택으로 해결하기보다 민간의 힘을 빌려야 한다. 정부가 민간에 혜택을 주면 공급이 나올 수 있다. 선진국들은 공공이 모든 물량을 공급하지 않고 민간을 활용한다. 민간이 주택을 공급하면 정부가 세제나 양도세에서 혜택을 준다.”
“대규모 임대 단지 슬럼화 부작용…주택 바우처가 소셜 믹스의 해법”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은 뭐라고 보나.


“공공임대주택은 결국 복지다. 과거의 주거 복지는 임대주택만 지어 주고 끝났지만 이제는 주거복지+노동복지+고용복지+생활복지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토털 케어로 가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저소득층은 일자리와 의료 문제 등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토털 서비스가 필요하다. 선진국의 공공임대주택은 모두 이렇게 통합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앙 부처가 총괄해서 컨트롤타워가 돼 토털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거 복지를 국토부가 하는 하나의 사업으로만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에서는 일자리는 해결해 주지만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반대로 국토부는 주거 문제는 해결해 주지만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저소득층에 필요한 최저 생계비와 의료 서비스 문제도 담당하는 주무 부처가 제각각이다. 그래서 통합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각지대도 줄고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에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벤치마킹해 볼 만한 해외 사례는 뭐가 있나.

“미국에선 최근 저소득층 주택 세금 감면(LIHTC) 프로그램이 인기다. LIHTC는 저소득층 주택을 지으면 사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걸 통해 사업자가 저소득층 주택을 더 많이 짓게 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재정이 충분해 공공이 임대주택을 다 지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선진국들은 공공이 가진 재원을 가지고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민간 사업자의 저소득층 주택 건설 사업을 장려한다.

주택 바우처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미 지어 놓은 공공임대주택을 잘 살리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오래된 공공임대주택은 재건축을 통해 기존 입주자에게 혜택을 주고 분양 처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공공임대주택의 약 80% 이상은 개인(민간)이 공급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각종 규제로 집을 사고팔기 어렵게 하고 있다.

다주택자들로부터 나오던 공급이 줄어 지금 당장 전세난이 나오고 있지 않나. 해외 사례를 비춰 보면 전세난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면 민간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는 추세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큰 틀에서 다시 봐야 할 때다.”
“대규모 임대 단지 슬럼화 부작용…주택 바우처가 소셜 믹스의 해법”
ahnoh05@hankyung.com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공공임대주택 30년 새 패러다임 찾기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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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 30년’…양적 확대→질적 개선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심교언 교수 “대규모 임대 단지 슬럼화 부작용…주택 바우처가 소셜 믹스의 해법”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2호(2020.11.09 ~ 2020.11.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