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황에서도 선방하는 기업들은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물류 부문’이 실적을 방어해 준 덕분에 3분기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항공업은 여객 대신 화물 수송에 집중하고 있다.
◆타 사업 부진해도…‘물류’로 이겨낸 3분기
정보기술(IT) 서비스와 물류 업무 처리 아웃소싱(BPO) 사업을 수행 중인 삼성SDS의 3분기 실적은 ‘물류’가 이끌었다. 삼성SDS는 ‘글로벌 4PL 서비스’를 지향하며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물류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 전 세계 사업장으로, 관계사 확산과 글로벌 고객 확대를 추진 중이다.
올 3분기 삼성SDS는 매출액 2조9682억원, 영업이익 219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1.7%, 영업이익은 6.4% 증가했다. 삼성SDS 측은 “3분기 정보기술(IT) 전략 사업과 물류 BPO 사업 확대와 대외 사업의 꾸준한 성장에 힘입어 역대 최고 분기 매출액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물류 BPO 사업 매출액은 TV·가전제품 등 물동량 증가와 대외 사업 확대로 2분기 대비 31% 증가한 1조6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상반기 소비가 3분기에 집중되면서 TV 등 가전제품의 출하가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미리 연말 물량을 보내는 수요도 있었다. 박정원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물류 매출이 통상적으로 연말 소비 시즌인 4분기에 큰 폭으로 증가하는 계절성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삼성SDS의 3분기는 이례적인 실적”이라고 밝혔다.
향후 삼성SDS는 물류 분야에서 하이테크·부품·e커머스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유통 이력 관리 서비스 사업을 포함한 신규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2분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종합상사도 물류의 선전으로 3분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 LG상사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1552억원, 영업이익은 34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3%, 영업이익은 19.5% 늘었다. LG상사는 3분기 실적 반등에 대해 “팜오일·IT 부품 등 트레이딩 물량 증가와 물류 부문의 견고한 실적 달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자원 가격 약세와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물류 부문 긴급 물동량 증가, 물류센터 운영·배송(W&D) 사업 수익성 강화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물동량은 회복세를 보이는데 선복량 공급이 따라오지 않아 높은 마진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LG상사는 공장 출하부터 국제 운송, 도착지 통관, 창고 관리 및 내륙 운송까지 물류 전 영역에 대한 ‘원스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대규모 물동량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IT를 활용한 차별적 서비스를 갖춰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선박 운임지수가 크게 상승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물동량 회복보다 공급 속도가 더딘 상황으로 보여 수혜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상사 측은 향후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의료·보건 분야 헬스케어 관련 신사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사업 개발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의약품 수송 기대해볼 만한 항공업계
물류 부문의 실적이 향상된 것은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가 늘어나면서 수송이 늘었기 때문이다. 항공 운송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의약품·진단 키트의 수송이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선박 공급이 줄었지만 블랙 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물량이 늘면서 해상 수송 운임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물류에 집중한 곳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항공 시장에서는 물류가 대안책으로 떠올랐다. 사상 최악의 위기에서도 대한항공은 3분기 적자를 면했다. 3분기 대한항공의 매출은 1조5508억원, 영업이익은 76억원이다. 매출은 반 토막 났지만 화물 수송을 통해 실적을 꾀하며 적자를 피해 갈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업계 최초로 여객기 좌석을 모두 떼고 화물 전용기로 개조한 항공기를 처음으로 띄웠다. 여객기 좌석 위에 안전장치인 카고 시트 백을 설치해 운영하고 보잉777-300ER 여객기의 좌석을 떼어내 화물기로 개조했다. 2분기 흑자를 기록했을 때 3분기에는 대형 항공사들의 화물 수송 경쟁이 더욱 치열해짐에 따라 실적 방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다행히 적자를 내지는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 여객기 두 대의 좌석을 모두 떼고 화물 전용기로 개조한다. A350-900 여객기 1대의 이코노미 좌석 283석을 장탈해 화물 탑재 공간을 마련했다. 편당 23톤의 화물 수송이 가능하다. 저비용 항공사(LCC) 중에서는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가 화물 수송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진에어는 B777-200ER 여객기를 '벨리카고' 방식으로 인천-LA 화물 노선에 투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각국의 이동 제한으로 물류 서비스에 차질이 생긴다면 향후 물류 부문에서도 호실적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3분기에는 물류 부문의 선전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4분기에는 다소 주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정태 삼성SDS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4분기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지만 보수적으로 보면 물류 매출은 최대 2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항공 물류에서는 의약품 수송을 기대해볼 만하다. 특히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효과를 입증했다는 소식이 11월 10일 전해지면서 향후 한국으로 백신을 수송할 수 있는 물류 경쟁력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기준 온도를 지켜야 하는 백신 특성상 의약품과 같은 민감성 화물을 수송해 본 노하우를 지닌 물류 업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3호(2020.11.16 ~ 2020.11.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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