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케이스 스터디 KT&G = 코로나19 뚫고 시장 개척, 글로벌 톱4 노린다]-‘기술 경쟁 최전선’ KT&G 연구개발본부 가 보니…담배 캡슐 국산화로 매년 수백억원 절감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담배 시장에서 연구·개발(R&D)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는 추세다. 단순히 연초만 태웠던 과거와 달리 냄새 저감 담배와 전자담배 등 상품 종류가 다양화되고 있고 이를 찾는 소비자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담배에 들어가는 특허나 기술들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KT&G는 이런 담배 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매년 R&D를 강화하며 대응해 왔다. 현재 글로벌 회사들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담배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를 활용해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효과까지 거둔다. 특히 2015년 수입에 의존하던 ‘담배 캡슐’ 국산화는 대표적인 R&D 성공 사례다. 자체 개발한 담배 캡슐 덕분에 매년 수백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11월 10일 대전 대덕구에 있는 KT&G R&D 본부를 찾아 오치범 본부장(전무), 김익중 책임연구원, 심인식 변리사를 만났다. KT&G의 담배 기술 개발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주역들이다.
보유 특허만 553건…글로벌 담배 시장의 ‘게임 체인저’
▶담배 회사에서 연구·개발(R&D)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치범 본부장(이하 오치범) “담배 산업은 소비자 기호와 매우 밀접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죠.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니즈를 찾아 여기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기술력입니다.”


김익중 책임연구원(이하 김익중)
“예를 들어 소비자가 원하는 담배 맛을 구현하거나나 담배 냄새를 줄이는 것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기술이 있어야만 이런 니즈에 맞는 제품들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어요. 이런 흐름에 맞춰 지속적으로 꾸준히 R&D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보유한 특허만 553건에 달합니다.”


심인식 변리사(이하 심인식) “특히 R&D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년 전부터 새롭게 전자담배 시장이 생기고 커지면서 담배 회사들의 기술에 대한 관심과 특허 출원도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전자담배는 디바이스가 사용되기 때문에 제품 디자인이나 성능 측면에서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특허 출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KT&G 역시 마찬가지예요. 특허 출원이 최근 수년 사이 크게 늘었어요. 2017년 95건에 불과했는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무려 562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입니다.”


▶R&D에 집중해 거둔 성과가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심인식 “모든 특허가 가치가 있겠지만 ‘심리스 캡슐 특허’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기술이 나오기 전인 2015년까지 한국에서 나오던 캡슐 담배의 캡슐은 일본의 제조사에게 개발을 의뢰한 뒤 전량 수입해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 자리에 있는 김익중 연구원이 직접 개발해 마침내 국산화에 성공했어요. 그리고 이후부터 매년 수백억원에 달했던 캡슐 수입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습니다. 김익중 연구원은 캡슐 국산화의 공을 인정받아 올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죠.”
보유 특허만 553건…글로벌 담배 시장의 ‘게임 체인저’
▶캡슐을 국산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김익중 “1년 동안 R&D본부의 역량을 모아 집중력 있게 개발했어요. 일본 회사로부터 캡슐을 수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물론 만만치 않았지만 소비자 니즈에 맞춘 신제품 개발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었죠. 캡슐을 국산화하지 않으면 향후 담배 시장의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국산화하는데 박차를 가한 셈이죠.”


오치범 “해외 제조사에서 캡슐을 수입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문의하면 피드백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고 원하는 제품 품질을 구현하지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이 기술이 국산화되면서 이런 문제점들이 말끔히 사라졌죠. 또 2015년 7월 신탄진에 캡슐 제조 공장을 세웠는데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20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자연히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신규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심인식 “KT&G가 출시한 전자담배 ‘릴’도 오랜 기간 이어져 온 R&D 기술을 적절한 시기에 활용해 효과를 거둔 사례라고 볼 수 있어요.”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익중 “한국의 전자담배 시장은 2017년 글로벌 담배 제조사인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이 열렸습니다. KT&G는 비록 필립모리스보다 조금 늦었지만 신속하게 ‘릴’을 출시하면서 맞대응했고 결과적으로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죠. 이렇게 전자담배를 빨리 출시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오래전부터 이어 온 R&D 덕분이었습니다. 2006년 KT&G는 이미 전자담배와 관련한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특허까지 확보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전자담배 이용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빠르게 이 기술을 한층 발전시켜 릴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죠.”


심인식 “향후에도 비슷한 상황들이 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시장 트렌드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KT&G 특허 출원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적시에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R&D를 위해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니즈를 분석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익중 “시장 변화는 마케팅 부서에서 조사하고 있는데 R&D본부와 정기적으로 회의를 함께 열고 있어요. 회의 때 마케팅 부서에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들이 무엇인지 뽑아 알려줍니다. 그러면 R&D 부서에서 어떤 기술들이 구현 가능한지 분석해 다시 알려주고 소통하면서 R&D 방향과 과제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계없이 R&D본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들도 있는데 이 기술들도 마케팅팀과 회의를 하면서 상용화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논의하고 실제 출시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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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오치범 “심화되는 시장 경쟁 속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현재를 넘어 미래의 고객까지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D본부는 소비자 니즈에 기반한 차별화 제품 개발, 혁신 기술을 탑재한 신개념 차세대 플랫폼 개발, 글로벌 현지 기술 내재화를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집단지성 태스크포스(TF) 활성화와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자율 과제 공모제 운영 등 도전하고 모험할 수 있는 연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힘쓸 겁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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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3호(2020.11.16 ~ 2020.11.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