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음 없는 후계 구도, 당장은 전문 경영인 체제 유지
- KDB산업은행 등장에 꼬여버린 한진칼
권홍사 퇴임후 반도건설 후계구도...한진칼 경영권 분쟁 변수될까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지난 50년 동안 반도건설을 이끌어 온 권홍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전문 경영인 체제가 조기에 안착했고 경영 실적도 안정됐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권 회장은 지주사인 반도홀딩스와 계열사의 등기이사 직책을 모두 내놓고 앞으로 반도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지역 문화 사업과 장학 사업, 소외 계층 돕기 지원 사업 등에 나설 계획이다.

경북 의성 출신인 권 회장은 1970년 부산에서 창업한 지 20여 년 만에 반도건설을 부산·경남 지역 대표 건설사로 키웠고 1999년 수도권 주택 사업에 진출한 뒤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제 23·24대 대한건설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2006년에는 자신의 장녀 이름(보라)을 딴 아파트 브랜드 ‘유보라’를 출시했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국외 주택 사업에도 활발히 진출했다.

반도건설은 현재 주택 사업뿐만 아니라 건축, 토목, 해외 개발, 국가 기반 시설 공사, 복합 건물, 브랜드 상가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고 올해 기준 시공 능력 평가 14위의 건설사로 성장했다.

최근 고양 장항지구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단일 공급 최대 개발 용지, 신경주 역세권 공공 택지(2필지), 거제 옥포동 아파트 도급 공사,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 친수 공원 공사, 아주대 기숙사 건립 공사 등을 수주하며 공공 부문과 주택 사업에서 성과를 보였다.

반도건설 측은 “권 회장은 전문 경영인 체제의 조직 개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켜보다 각 사업 부문의 경영 실적이 호전됨에 따라 물러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반도건설의 후계 구도는 어떻게

권 회장이 전격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후계 구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물론 권 회장이 이야기한 대로 당분간 전문 경영인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언젠가는 후계자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

슬하에 1남 3녀를 두고 있는 권 회장은 일찌감치 막내아들 권재현 반도건설 상무를 앞세워 지배 구조를 단순화했다. 2008년 물적 분할로 지주회사 반도홀딩스를 만들며 일찌감치 지배 구조를 바꿨다.

권 회장이 반도홀딩스를 지배하고 홀딩스가 주력 회사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을 지배하는 구조다. 반도홀딩스 주주 명부에는 권 회장(69.61%), 권 상무(30.06%), 기타 주주(0.33%)로 등록돼 있다.

올해 35세인 권 상무는 2세 경영인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지만 기업을 이끌기에는 아직 경험이나 연륜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권 상무가 전면에 나서기 위해서는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아버지의 반도홀딩스 지분을 추가로 물려받아야 한다.

특히 권 회장이 가진 69%의 반도홀딩스 지분 중 최소 절반은 추가로 확보해야 명실상부한 지분 승계가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지분 승계에 큰 걸림돌은 없다.

권 회장의 나머지 자녀들도 오너가 일원으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첫째 딸은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어머니가 대표로 있는 반도레저 등기 임원으로 이름 올리고 있을 뿐이다.

첫 사위 신동철(48) 퍼시픽산업 대표는 하모니컨트리클럽 대표, 반도홀딩스와 반도개발 사내이사, 반도레저 감사 등 다양한 직함을 갖고 활발하게 계열사 경영에 참여 중이다.

둘째 딸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더유니콘(구 반도주택)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고 회사 지분도 100% 가지고 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대한 움직임은

권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재계의 시선은 한진그룹으로도 향했다. 권 회장의 퇴진이 내년 ‘한진그룹 회장’에 오르기 위한 큰 그림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3자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늘려온 권 회장은 한진칼 지분 20.06%를 보유하고 있다. 3자연합의 총 지분 45.23%의 절반에 가까운 지분율이다.

하지만 권 회장이 퇴진한 직후 변수가 생겼다. KDB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 증자로 인수 자금을 댄 후 한진칼이 금호산업에서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3자연합은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에게 우위를 빼앗기게 된다.

KDB산업은행이 한진칼 유상 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한진그룹 소유 지분 현황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조 회장 측이 KDB산업은행 지분을 포함해 41.78%에서 47.99%로 급상승하는 반면 3자연합 지분율은 45.23%에서 40.41%로 떨어지게 된다.

이에 3자연합은 이번 거래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은 본안 소송을 하기 전 긴급히 법리적으로 다툴 사안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소송이다.

3자연합은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삼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 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권 회장 측은 별도의 방침을 따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일단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본 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한진칼은 KDB산업은행을 상대로 제삼자 배정 유상 증자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권 회장은 한진칼 지분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대로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조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권 회장이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좁아진다. 가장 유력한 것은 한진칼을 포기하고 적절한 가격에 조 회장 측이나 제삼의 세력에 매각하는 것이다.

건설업 특성상 사회간접자본(SOC) 등 정부와 맞닿은 사업이 많기 때문에 KDB산업은행과의 갈등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투자금을 회수해 신사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그룹이 지난 6월 건설부문과 투자운용부문으로 나눠 조직 개편을 실시해 책임 경영 체제를 강화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의 배경 중 하나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4호(2020.11.23 ~ 2020.11.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