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97세대’ 대표 주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

“추미애 장관 윤석열 총장 압박, 정권 수사 말라는 것
추 장관, 검찰 개혁을 권력게임으로 변질시켜”

“못사는 사람도 형편 맞춰 세금 내야 사회연대 복원 가능
실업급여 상향·동일노동 동일임금 전제 노동유연화 필요
싸울땐 싸우더라도 사회 주류 주장 경청할 수 있어야
중대재해법, 과잉 처벌 안되지만 대표 책임 면하게 할 순 없어
선거법·검찰 개혁 공조 위해 조국 전 장관에 대해 관대했다”
김종철 “민주당 386 정치인들, 사회 · 경제 기득권에 순응”

[홍영식 대기자·고은이 한국경제 기자/사진=서범세 기자] 지난 10월 9일 정의당 새 수장에 선출된 김종철 대표가 내놓은 취임 일성은 선명성 강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만들어 놓은 의제를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2중대’ 오명을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진보 색채 강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97(1970년대생, 1990년대 학번)세대’ 정치인으로 꼽히는 그는 ‘금기 깨기’에 나서 주목 받았다. 정의당이 꺼린 연금 통합과 저소득층도 세금을 내는 보편 증세, 노동 유연성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인터뷰에선 거침이 없었다. 운동권 선배인 더불어민주당 ‘86(1960년대생, 1980년대 학번)세대’에 대해 “기득권에 순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일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에 나서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선 “검찰 개혁 이슈를 권력 게임으로 변질시켰다. 자칫 정권에 대한 수사는 하지 말라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벤처기업에서 일하다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입니까.
“병역특례로 벤처기업에 근무했었죠. 회사를 계속 다닐까 하다가 외환위기 때 노동자들이 실직하고 자영업자들이 자살하는 것을 보니 이대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결혼해 아내가 직장을 다녔습니다. 아내에게 정치해 보겠다고 하니 마음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진보 정당이 정치권에 진입한 지 20년이 됐습니다. 어떻게 평가합니까.
“두 번 몰락할 계기가 있었죠. 2007년 한 번 분당되고 통진당으로 뭉쳤다가 2012년 다시 분당됐습니다. 대표 정치인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심상정·이정미 전 대표와 류호정·장혜영 의원들 사이에 20년 차이가 있습니다. 그 사이 세대가 비워 있는 상황에서 만 50세인 내가 대표가 됐습니다.”

20대인 류호정 의원과 30대인 장혜영 의원은 기존 정의당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의 문법과 달라요. 베이비붐 세대인 40~50대의 문법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나만 해도 과거 민주화 운동 세대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게 있습니다. 하지만 두 의원은 청년 세대의 눈으로 봐서 그런지 사안을 복잡하게 보지 않습니다.”

대표에 취임하면서 “이제 정의당이 내놓는 의제를 놓고 거대 양당이 의견을 내놓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양당은 긴장하기 바란다”고 한 의미는 무엇입니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전국민소득보험 등에 대해 양당이 자기 의견을 표명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 의제를 던진 다음 국민의힘이 의견을 표명하는 것처럼 의제를 주도하겠다는 겁니다.”

그간 정의당이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과감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조세 의제의 경우 민주당이 ‘이 정도 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더 확실하게 얘기하거나 금기를 깨듯이 새 대안을 얘기했어야 하는데 그냥 민주당보다 약간 더 나간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정의당이 그간 꺼리던 저소득층까지 포함한 보편적 증세를 꺼내 주목 받았습니다. 어떤 의미죠.
“세금의 사회 연대적 의미를 복원하자는 겁니다. 세금은 함께 먹는 저녁 식사로 볼 수 있습니다. 100명이 저녁을 함께 먹은 뒤 잘사는 사람이 밥값을 다 내라고 하면 저녁 식사는 더 유지되기 어려워요. 못 버는 사람도 형편에 맞춰 내고 잘사는 사람은 많이 버니 더 내라고 해야 유지됩니다. 한국은 40%가 세금을 안 내죠. 상위 1%가 40명 치의 밥값을 내라고 하면 저녁 식사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서민층도 ‘나는 돈이 없지만 3000원 정도는 낼게’라고 해야 잘사는 사람이 10만원, 30만원 내겠다고 하겠죠.”

연금 통합과 노동 유연성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해 주목 받았습니다. 내부 반발은 없습니까.
“아직은 쟁점화되지 않아 반발이 없습니다. 다만 입법화하려면 이런 의제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의원들이 있어야 합니다. 의원들의 생각이 다른데 대표가 지시할 수는 없거든요.”

노동 유연성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유연성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안전망을 확고하게 갖춰야 합니다. 실업급여 수준을 올려야 하고 재취업·재교육 투자를 늘려야 하며 마구잡이 해고를 막기 위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계약직이 많아질 텐데 차별을 두지 않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시 등도 필요합니다. 네덜란드 모델이 괜찮다고 봅니다. 고용 유연화를 받아들이는 대신 이런 사회 안전망을 채택했죠. 고용 유연화를 실시해도 노동자들이 우리보다 더 길게 근무하는 바탕이 깔려 있는 거죠.”

산업화·민주화 시대를 지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의당이 제시하는 좌표는 무엇인지요.
“산업과 경제에 대한 밑바탕 인식은 ‘저성장은 필연’이라는 겁니다. 로버트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지금까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자동차 산업 등 주요 산업들이 더 이상 힘을 못 쓰는 시대가 됐다고 했습니다. 성장할 수 있는 다른 산업은 인간의 욕구와 관련 있는 것이죠. 생명 연장, 건강하게 사는 바이오 헬스케어가 있습니다. 또 다른 세상에 대한 경험, 즉 관광과 문화 예술도 있죠. 하지만 이런 분야는 내연기관 시대의 성장률을 절대 못 따라갑니다. 진보 정당으로서 해야 할 일은 이런 시대에 과도한 노동 시간에 시달리지 않게 인권을 잘 방어하고 복지를 확보하면서 다양한 분야로 청년들이 진출해 창업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그간 진보 세력이 먹고사는 문제, 거시적 관점에서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왜냐하면 국민들이 힘들었으니까. 복지가 잘 안 돼 있었으니 인권이나 복지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복지가 창업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대기업 같은 조직에 있다가 나와 창업하는 게 아무래도 성공 확률이 높을 텐데 다만 이들에게 회사를 나와도 가족들이 불안하지 않게 보장해 줘야 합니다. 또 연대보증을 하지 않게 하는 등 투자에 실패해도 특별히 책임을 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표적 자유주의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쓴 '노예의 길’ 서평에서 “진보주의자들은 반대파의 주장을 진지하게 들을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주류 주장이라고 거들떠보지도 말자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주류의 주장에 대해 경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예의 길’의 핵심은 좌파 전체주의와 우파 전체주의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은 인권 억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맞았죠. 내 지론이 자유는 목적이고 평등은 수단이라는 겁니다. 왜 평등한 사회를 갈구하느냐 하면 불평등하면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평등은 자유를 위한 수단입니다. 자유가 인간의 목표입니다.”

이른바 97세대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데 선배 세대인 86세대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86 전체를 뭐라고 하긴 좀 그렇습니다. 다만 민주당 주류가 된 86세대들이 보이는 모습은 기득권에 순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경제적인 기득권에 대해 개혁하거나 돌파구를 만들어 내지 않고 문제의식도 없어요. 예를 들어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도 그렇고 부동산을 사면서 ‘그게 뭐가 큰 잘못이냐’고 하는데 일반인들이야 약육강식처럼 살아도 되지만 정치인은 그러면 안 됩니다. 청와대에 있는 분들이 노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고 그러는데 책임감이 없는 것이에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테크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왜 정치인들에게 특별하게 다른 것을 요구하는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당연히 재테크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이 모두 재테크를 통해 부를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 한 채 사기 위해 갭 투자를 하려면 몇 억원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노동하는 사람들이 특별하게 어려움이 없는 사회로 만들려면 정치하는 사람들은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97세대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과 진영을 넘어 연대할 의향이 있습니까.
“박 의원이야 워낙 친해 자주 보고 있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는 개인이 아니라 정당이 완성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정의당을 더 확실하게 올려놓는데 관심 있고 연대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종철 “민주당 386 정치인들, 사회 · 경제 기득권에 순응”
김종철 정의당 대표 약력 : 1970년 서울 출생. 중경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대변인·최고위원·중앙연수원장. 진보신당 대변인·대표 권한대행. 정의당 서울동작구지역위원회 공동위원장·노회찬 원내대표 비서실장·선임대변인.


정의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과잉 입법, 위헌 논란이 제기됩니다.
“고민할 부분이 있습니다. 만약 대표이사가 한 번의 실수로 너무 많은 처벌을 받는다면 조정할 필요가 있죠. 다만 대표가 확실하게 관리 책임을 지게 하는 조항이 없으면 재해가 개선되지 않을 것은 확실합니다. 여당이 주장하는 산업안전관리법의 핵심은 대표가 산업 안전 관리자와 산업보건 관리자를 임명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웬만한 재해가 발생해도 대표가 빠져나갈 근거를 마련해 주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산업 재해가 줄지 않아 대표가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입법이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표에게 책임을 완전히 면해 주는 것과 유예하는 것은 양보하지 못합니다.”

재해의 인과 관계가 적을 경우에도 처벌받는 일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됩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결과론적 처벌은 아닙니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중간의 과정들을 소홀히 한 경우 책임을 묻자는 겁니다. 재해를 막기 위한 역할을 열심히 했는데 어떻게 처벌할 수 있겠습니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공격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추 장관이 지금까지 한 모든 것을 보면 윤 총장이 물러나라는 것인데 폭언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고 자칫 정권에 대한 수사는 하지 말라는 신호로 비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검찰 개혁을 주장해 왔던 이유는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통제하라는 것인데 지금 추 장관의 행보는 윤 총장이 물러날 때까지 압박하겠다는 것이고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검찰 개혁 이슈를 권력 게임으로 변질시킬 요소가 있어요. 하루빨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해야 이 논란이 정리된다고 봅니다. 또 대통령이 이쯤에서 뭐라고 얘기하는 게 맞는다고 봐요. ‘보고를 받고 너무나도 심각한 사태이니 총장이 물러나는 게 좋겠다’고 하든, ‘장관이 이런 얘길 했지만 밝혀진 게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엄중히 지켜 보겠다’고 하든지 최소한 이렇게는 해줘야 합니다. 대통령이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죠.”

윤 총장이 정치를 할 것으로 봅니까.
“제로에 가깝다고 봅니다. 작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 검찰이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마음먹으면 어디까지 신상을 압박하고 털 수 있는가’, ‘한 가정을 풍비박산 낼 수 있구나’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하지만 정의당이 지난해 조 전 장관을 옹호해 “정의와 공정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잖습니까.
“사실 그 당시 정의당의 ‘데스노트(이름이 적힌 사람이 죽는 노트)’ 기준으로 보면 조 전 장관에 대해 관대하게 평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현 정부 출범 초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창조과학회 활동을 문제 삼아 공격해 낙마시켰죠. 그 기준으로 보면 조 전 장관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검찰 개혁 적임자로 조 전 장관을 임명했고 우리는 선거법 개정이 필요했죠. 아무튼 선거법과 검찰 개혁 공조를 위해 조 전 장관에게 찬성했는데, 관대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나갑니까.
“아닙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 서거는 내 책임하에 치릅니다. 새로운 사람이 나갈 거예요. 나갈 사람이 없다면 내가 나가겠다고 했는데 보도가 잘못된 겁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