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인터뷰 지자체장 24시] 선비 정신의 본고장 경북 영주시 장욱현 시장
- “문화유산 풍부한 언택트 관광 1번지”
장욱현 영주시장 “첨단 베어링 국가산단 유치 성공, 지역 경제 부흥의 디딤돌 될 겁니다”
[한국경제매거진 = 이선정 기자] 장욱현 영주시장이 시장 선거에 나서며 품은 소망과 다짐은 한 가지뿐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 관련 행정 부처를 두루 거치며 쌓은 경력과 지식을 고향인 영주를 위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 것. 그렇게 지난 민선 6기에 이어 민선 7기 영주시장에 재당선됐고 시민의 응원과 의기투합으로 영주시에는 즐거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선 6기에 이어 7기 시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가장 관심을 갖고 추진한 사업은 뭔가요.
“시장 당선 이후 어떻게 다시 영주시의 경제 부흥을 이끌까 고민하다가 첨단 베어링에 눈을 떴습니다. 일반 베어링과 달리 로봇이나 우수 산업에 사용되는 첨단 베어링은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고 시장 확대 가능성도 무궁무진해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분야입니다.”


결과도 가시화되는 중인가요.
“그렇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의 지식과 경험이 보탬이 됐고 일본과 무역 분쟁을 겪으며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이 곤혹스러운 상황이어서 시기적으로도 영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 덕분에 첨단 베어링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경북 북부지역에 최초로 조성되는 국가산단입니다. 지난 10월 지방공기업평가원에서 실시한 신규 투자 사업 타당성 검토를 통과했고 2023년 3월 국토교통부의 국가산업단지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베어링아트와 3000억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해 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하이테크 베어링시험평가센터 운영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는 중입니다.”



최근에 영주시가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을 육성한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정부가 지금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영주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바이오 분야 핵심 가치인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해 이를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추진 중입니다. 장내 유익균을 의약품이나 건강 기능 제품 등에 두루 활용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시장에서도 이미 가능성을 인정받은 분야입니다. 미래 산업이죠. 영주가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하게 된 것은 우리 땅에서 우수 농축산물이 많이 자라는 것이 배경이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협회에서 먼저 찾아와 영주시의 우수 농축산물을 바탕으로 산업화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영주시 농축산물의 우수성이 뛰어나다는 얘기는 무슨 말인가요.
“영주는 지리적으로 소백산 줄기를 따라 이어집니다. 위도 36.5도의 위치로 온대와 한대의 경계에 있어 하루 15도 이상 일교차가 나는 소백산 산기슭에서 나는 영주 사과는 조직이 단단해 빨리 상하지 않고 당도도 뛰어납니다. 그래서 영주 사과는 전국 생산량 15%로 1위를 차지해 사과의 고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영주의 풍기 인삼은 말할 것도 없고 영주 한우 또한 특등급을 자랑합니다.”



영주 하면 풍기 인삼이 제일 유명합니다.
“인삼의 원류가 바로 우리 영주시입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산삼은 임금 진상품으로 밭에서 재배를 금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풍기군수를 지내던 주세붕 선생이 보니 농민들이 산삼 찾기 바빠 농사를 짓지 못하고 야반도주 사태까지 발생해 본인이 책임질 테니 산삼을 밭에 심으라고 했고 그렇게 시작된 게 풍기 인삼입니다. 풍기 인삼의 명성이 높아 가을에 열리는 풍기 인삼 축제는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축제로 대체했는데 풍기 인삼의 지명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인삼 판매 매출이 전년보다 20% 정도 늘었습니다.”


주세붕 선생이 요즘 시대로 치면 지자체장 격인데, 당시로선 혁신적인 사업을 벌인 것이로군요.
“주세붕 선생은 영주의 자랑이자 한국 최초 서원인 소수서원을 건립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조선 유교 국가의 기틀을 세운 것은 고려 말 성리학을 도입한 안향 선생이지만 서원은 소수서원이 시초입니다. 최근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전국 9개 서원이 등재됐는데 그 기념식도 여기 소수서원에서 열렸습니다. 최초의 서원인데다 명종으로부터 현판을 직접 받은 사액서원이기도해 대표성이 큽니다.”


관광 산업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지난 7월 ‘SRT 매거진’이 2000여 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언택트(비대면) 여행 1번지로 영주가 꼽혔습니다. 북으로는 소백산을 끼고 있고 안동·봉화·예천 등과 경계를 이룬 영주는 한창 코로나19가 극성일 때 인근 지역에서 100여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동안 단 5명의 확진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5명의 확진자도 외부 유입이었습니다. 청정 지역 영주라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언택트 여행지로 이름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영주시에는 부석사나 소백산 등 우수 관광 자원이 많습니다.”


부석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습니까.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 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한국의 미를 간직한 부석사가 널리 알려졌고 그 덕분에 지금은 건축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부석사 방문을 필수 코스로 꼽습니다. 부석사 앞마당에 가면 김삿갓이 쓴 부석사라는 시 구절에 ‘백년 동안 몇 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까 / 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있네’란 대목이 있는데 부석사 안양루에서 내려다본 경치가 그만큼 장관입니다.”


가을이면 단풍 명소로 유명한 소백산도 영주의 자랑거리입니다.
“소백산은 정기가 뛰어나 사시사철 많은 등산객이 찾습니다. 예전에 한 풍수지리학자가 소백산을 넘다가 말에서 내려 산에 절을 하더라는 일화가 있습니다. 옆에 있던 노비가 왜 산에 절을 하느냐 물으니 ‘이곳이 사람 살리는 산’이라고 했다는 겁니다. 조선시대 ‘정감록’에 십승지라고 있는데 신명이 강림한 곳으로 전쟁과 기근, 역병이 침범하지 못하는 10곳이라는 뜻입니다. 그중 일계가 바로 이곳 풍기의 금계촌입니다. 사람 살리는 소백산과 십승지가 일맥상통하지 않습니까. 소백산 일대에는 2016년 10월 문을 연 한국의 첫 국립산림 치유원도 들어서 있습니다.”



자연과 역사가 남긴 관광 인프라가 뛰어납니다.
“관광객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들은 그밖에도 많습니다. 전통 문화 마을로 지정돼 외나무다리로 들어가는 무섬에서는 매년 외나무다리 축제가 열리고 무섬 내에 한옥스테이도 유명합니다. 영주댐은 최근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곳입니다. 특히 2021년에는 풍기 인삼 축제를 세계 엑스포로 확대해 전보다 규모 있는 행사로 계획하고 있으니 엑스포 때도 잊지 말고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주 하면 선비의 고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한국문화테마파크, 일명 ‘선비세상’도 곧 문을 엽니다. 순흥면과 단산면 일원 96만
974㎡에 총사업비 1470억원을 투입해 조성중으로, 내년 상반기 개장할 예정입니다. 영주가 한 문화를 체험하는 테마파크를 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라고 초대 민선 시장이 특허청에 등록했습니다. 테마파크의 선비세상이라는 이름은 한국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 선생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선비 정신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라는 의미죠.”


영주시와 선비는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단종 복위 운동을 처음 한 곳이 영주입니다. 세조한테 발각돼 몰살당하고 당시 5개 도읍부에서 폐부를 당하면서까지 한 나라의 임금을 지키겠다는 결의를 보여준 거죠. 최초의 항일 문화 운동인 풍기광복단이 나중에 광복회가 됐고 광복절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선비 정신이 고루하게 들리지만 그 시대 개혁자이자 혁명가가 곧 선비였고 선비 정신은 곧은 마음으로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겁니다. 지금도 우리 영주 시민 품성에는 선비 정신이 남아 있어 연말 이웃돕기 기부 활동을 하면 경북 지역 1인당 모금액이 가장 높은 곳 또한 영주입니다. 한국의 정신이기도 한 선비 정신을 잘 지켜 나가는 것이 영주시의 모토입니다.” sjlgh@hankyung.com


장욱현 시장
1956년 영주 출생. 경북대 졸업.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산업통상자원부를 거쳐 대구 경북지방 중소기업청장. 중소기업청 기업성장지원국 국장 등 역임. 민선 6기에 이어 민선 7기 영주 시장으로 활동.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