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의무 지분율 높아져 내년 전환 마쳐야…자회사 IPO 이어 물적 분할 가능성 높아
부회장 체제 된 SK텔레콤…중간지주사 전환 속도 낸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SK텔레콤이 중간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의 수장인 박정호 부회장이 SK하이닉스의 부회장직을 겸하게 되면서 3년 전부터 SK그룹이 구상해 온 구조 개편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SK텔레콤을 통신과 지주회사로 분할한 후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 부문 계열사를 아우르게 한다는 구상이다.

공격적인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위해서다. 현 구조에서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는 SK(주)의 손자회사로, M&A를 진행할 경우 피인수 기업의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SK텔레콤은 그간 자회사를 통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해 왔다. 모빌리티 사업부 분사가 확정되면서 무선·미디어·커머스·보안·모빌리티의 ‘5대 사업부 체제’가 비로소 갖춰졌다.
◆승진과 함께 하이닉스도 맡은 박정호 부회장

2018년 박정호 부회장은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보유 지분 상향을 통해 중간 지주회사로의 전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간 박 부회장은 SK텔레콤의 정체성을 ‘ICT 시너지 복합 기업’이라고 강조해 왔다. 중간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ICT 사업 등을 더 활발히 하기 위한 초석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말 박 부회장의 승진으로 그간 속도를 내지 못했던 중간 지주사 전환 작업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말 SK그룹 인사에서 박 부회장은 SK텔레콤 부회장 승진과 함께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하게 됐다. SK그룹 측은 “ICT 전문가인 박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의 시너지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이 2021년 하반기 물적 분할을 통해 정식으로 지배 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적 분할은 SK텔레콤의 형태 변환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가 이슈가 발생하고 주주 총회 통과 부담이 크며 대주주 지분율 늘리기 논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의 지배 구조 개편 작업은 SK텔레콤이 중간 지주사로 전환하며 무선사업부문(SKT MNO)을 물적 분할하는 형태로 최종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SK텔레콤의 중간 지주사 전환을 더 서두르게 할 계기로 작용하게 됐다. 지난 12월 9일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상향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SK텔레콤이 가진 SK하이닉스의 지분은 20.7%다. 개정안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투자 지주사 전환 시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올려야만 한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12월 10일 84조8123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지분 취득에는 약 7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시행된 개정안이 적용되는 2022년 1월 전까지 SK텔레콤은 중간 지주사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 체제 된 SK텔레콤…중간지주사 전환 속도 낸다
◆5대 사업부로의 전환 끝마친 SK텔레콤

중간 지주사 전환에 앞서 SK텔레콤은 그간 ICT 계열사들의 위상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둬 왔다.

승부수를 띄운 것은 모빌리티 사업부의 분사다. SK텔레콤은 11월 26일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모빌리티 사업부 분할’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12월 29일 신설 법인 ‘티맵모빌리티’가 출범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신규 모빌리티 법인에 대해 “식사·주거 외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게 교통이고 우리 일상에서 모바일 다음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모빌리티”라며 “SK텔레콤의 ICT로 사람과 사물의 이동 방식을 혁신하며 모빌리티 생태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모빌리티 전문회사를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향후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를 통해 서울~경기권을 30분 이내로 연결하는 플라잉카를 비롯해 대리 운전, 주차 대중교통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티맵모빌리티는 내년 상반기 우버와 조인트벤처(합작회사)를 설립한다. 우버는 이 합작 회사에 1억 달러(약 1145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향후 양 사는 동등한 지분을 갖고 택시 호출 사업 등에 진출할 전망이다.

티맵모빌리티의 분사로 무선·미디어·커머스·보안·모빌리티의 ‘5대 사업부 체제’가 갖춰졌다. 2018년 10월 인수를 마친 ADT캡스와 정보 보안 업체 SK인포섹이 보안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또 미디어 부문에는 SK브로드밴드와 웨이브가 있다.

이커머스 11번가는 최근 아마존과의 협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협력을 추진하고 11번가를 통해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SK텔레콤은 아마존과의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설립 12년 차인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한 후 성장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성장은 이루지 못했다. 2019년 말 11번가의 점유율은 6%로, 네이버쇼핑·쿠팡·이베이코리아에 이어 4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번 아마존과의 협력으로 11번가가 전과는 다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앱마켓 ‘원스토어’는 SK텔레콤 자회사 중 첫째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국내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는 시장 확대와 입점 애플리케이션의 증가, 이용자 수 확대 등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9월 원스토어는 상장 주간사회사로 NH투자증권·KB증권·SK증권을 선정했다. 원스토어의 기업 가치는 약 1조원으로 예상된다. 원스토어 상장 이후 향후 ICT 계열사들이 상장에 돌입하는 것이 SK텔레콤이 구상 중인 ‘큰 그림’의 마지막 절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7호(2020.12.14 ~ 2020.12.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