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ABC]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가 남긴 교훈 [장동한의 리스크 관리 ABC]
[한경비즈니스 칼럼=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2005년 8월 말 미국 남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이다. 카트리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였다. 8월 30일 허리케인으로 인해 폰차트레인호의 제방이 붕괴되면서 이 도시의 대부분 지역에 물난리가 일어났다. 천재지변으로 입은 엄청난 피해라고 하지만 과연 천재(天災)뿐이었을까.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가 남긴 교훈 [장동한의 리스크 관리 ABC]
많은 이들이 인재(人災)로 인해 사태가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베스트셀러 소설 ‘펠리컨 브리프’에서 작가 존 그리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뉴올리언스) 늪지대는 자연 진화가 이뤄낸 경이였다. … 늪지대는 광활하고 풍요로웠으며 풍부했다. 그러다가 1930년 석유가 발견되면서 그때부터 자연에 대한 강간이 자행되었다. 석유회사들은 그 풍요한 부의 지대에 도달하기 위해 1만 마일에 이르는 운하를 준설했다. … 석유가 발견된 이래로 수만 에이커의 습지대가 바다에 의해 삼켜졌다. 지금도 매년 60평방 마일의 루이지애나가 사라지고 있다. 14분마다 1에이커의 땅이 물 밑으로 사라지고 있다.”


뉴올리언스는 미국을 종단하는 거대한 미시시피강 하구에 있다. 강 하구엔 수십만 년 동안의 물길이 만들어 낸 삼각주가 있다. 퇴적물이 쌓이면서 각종 먹거리가 풍성해 갈색 펠리컨(루이지애나 주의 상징 동물)을 포함한 온갖 동물들의 최고 서식지가 됐다. 그러나 1930년 이곳에 엄청난 양의 석유가 발견된 후 인간들이 유정을 굴착하고 운하를 준설하면서 자연이 급속하게 망가졌다. 인간들이 등장하며 펠리컨을 포함한 현지 동물들은 늪지대에서 쫓겨났다. 이런 상황을 지켜봤던 현지 주민 존 그리샴은 뉴올리언스 자연 훼손과 석유업계·정치권 유착의 폭로성 소설을 썼는데 13년 후 바로 그곳에 거대한 자연 재앙이 벌어졌던 것이다. 인명 피해만 2500명이 넘었던 초대형 재난이었다. 인명 피해는 허리케인이 올라오는 것을 빤히 알면서 대피하지 못하고 꼼짝하지도 못했던 흑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재난은 세계 최강국 미국의 심각한 빈부 갈등과 첨예한 흑백 갈등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지구는 미래 세대에게 빌리는 것일 뿐’


지난 50여 년간 세계적으로 허리케인이나 태풍·지진·홍수·쓰나미 등의 자연재해 발생이 예전에 비해 훨씬 빈번해지고 그 피해 또한 심해지고 있다. 자연재해 빈발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와 함께 다음과 같은 분석도 있다. 첫째, 재해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증가하고 재해 정보에 대한 수집이 본격화되면서 재해 발생의 수가 증가했다. 둘째, 지난 100년간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됐는데 해안가나 재해 빈발 지역에도 적지 않은 도시화가 이뤄졌다. 셋째, 도시 계획, 건축, 재난 예방 체계 등 리스크 관리 인프라가 급속한 도시화 현상을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 넷째, 자산과 재물의 복잡화와 고가화로 재해에 따른 손실이 급증하게 됐다. 다섯째,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지반 침하, 싱크홀 등 환경 파괴가 가속화됐다.


자연 재난과 같은 킬러 리스크는 부보(附保)가 극히 어렵기 때문에 영리를 추구하는 민영 보험사로선 재난 리스크를 액면 그대로 인수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보상이나 보험료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또는 조건부로 재난 리스크를 인수하는 경우가 생겨났고 특별한 재보험을 개발하거나 자본 시장에 재난 리스크를 전가하기도 한다. 보험·캡티브(captive)보험·재보험 등의 전통적인 방법과 함께 공사연계 보험, 금융 재보험, 대재해 채권(cat bond) 같은 자본 시장 연계 상품, 긴급 대출 등의 대체 위험 전가(ART : Alternative Risk Transfer) 시장이 발전하고 있다.


미국 서부의 아름다운 도시 시애틀은 150년 전 그곳에 살았던 인디언 추장 미스터 시애틀의 이름을 따 온 것이다. 그가 남긴 말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 것이 아니다. 단지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가히 녹색 사회 운동, 환경 리스크 관리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7호(2020.12.14 ~ 2020.12.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