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부문 올해의 CEO
[2024 올해의 CEO] “인공지능(AI)에 지금 뛰어들거나 영원히 도태되거나.”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6월 미국 출장길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AI라는 거대한 흐름의 심장 박동이 뛰는 이곳에 전례 없는 기회들이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불투명한 경기전망 속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 전략이 없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SK그룹은 AI와 반도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AI 반도체 리더십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최 회장이 직접 이끈 AI와 반도체 전략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우위를 선점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AI칩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엔비디아에 HBM3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공급해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추격자에서 초격차 선두로 올라서게 된 데에는 최 회장의 글로벌 AI 리더십과 뚝심 있는 투자를 빼놓을 수 없다.
최 회장은 주변 만류에도 반도체를 미래 성장 산업으로 보고 2012년 당시 연간 2000억원대 적자를 내던 하이닉스를 3조4267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직후 업황 악화에도 SK그룹은 HBM 사업을 포함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캐시카우로 키웠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 17조원대,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처음으로 7조원대로 올라선 성적표를 내놨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AI 붐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의 성공과 관련해 최 회장의 리더십에 주목하며 ‘한국의 젠슨(South Korea’s Jensen)’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연초부터 글로벌 빅테크 CEO들과 회동을 이어가며 AI 반도체를 직접 챙기는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올해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난데 이어 웨이저자 TSMC 이사회 의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앤디 제시 아마존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등 글로벌 AI 거물들을 잇따라 만났다.
HBM 성과에는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최 회장은 그룹 차원의 AI 성장 전략을 주문했고 11월 ‘SK AI 서밋’에서는 SK의 역량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등 AI 생태계 강화와 혁신에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AI 서밋에서 최 회장의 기조연설 중 영상으로 엔비디아, TSMC 수장들이 깜짝 등장해 더 굳건해진 ‘AI 반도체 삼각동맹’을 증명했다.
최 회장은 2025년에도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HBM으로 대변되는 SK하이닉스의 ‘성공 DNA’를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2025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SK하이닉스 출신 인사들을 계열사 곳곳에 배치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직도 맡았다.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 간 시너지를 강화하는 등 SK그룹의 AI 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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