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지식과·역량·태도 등 ‘3박자’ 갖추는 것이 업무 역량 높이는 최고의 방법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술집·노래방·영화관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부터 놀이공원·워터파크·드라마 보조 출연 등 들어는 봤지만 속내를 알 수 없어 궁금했던 일까지….
유튜브 채널 ‘워크맨’은 다양한 ‘워크(일)’를 체험해 보는 콘셉트로 이뤄지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익숙한 문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세상엔 쉬운 일이 없고 모든 일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최근 대기업에서 ‘스포츠 의류 디자이너’ 체험을 하는 몇 시간의 모습에서 많은 워크맨, 다시 말해 직장인들이 더 나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기억해야 할 두 가지를 발견했다.
업무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역량 키우기
워크맨에 출연하는 방송인 장성규 씨에게 떨어진 첫째 업무는 디자인을 위한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후보로 올라온 3개의 원단 샘플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미션을 받았다.
샘플을 본 장성규 씨가 “이 3개가 다른 것인가요”라고 질문한다. 그는 물론 카메라 감독이 보기에도 똑같은 3개의 원단 샘플에 대해 디자이너는 두께감도 촉감도 모두 다르다고 말한다.
다음 업무인 소재에 색감이 제대로 입혀졌나를 보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일을 하기 전 장성규 씨는 디자이너에게 다시 한 번 “이게 차이가 있는 것이냐”고 질문한다.
디자이너는 당연하다는 듯 “다 달라요. 하나는 살짝 노란 빛이 돌고 다른 하나는 빨간 빛…”이라고 대답했고 장성규 씨는 할 말을 잃는다. 그런 그에게 디자이너가 던지는 한마디….
“그래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첫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업무 전문성을 갖기 위한 역량이다. 역량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즈니스에서 정의하는 역량은 심플하다.
바로 ‘KSA(Knowledge·Skill·Attitude)’다. ‘K’는 학습을 통해 습득되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다. 예컨대 영업 사원이라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지식이 K에 속한다. ‘S’는 훈련을 통해 습득되는 업무 수행 능력을 말한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을 다루는 능력 등이 여기에 속한다. S는 꾸준한 반복 연습을 통해 그 수준을 높일 수 있다.
‘A’는 업무 진행 시 나타나는 행동이다. 영업할 때 저돌적으로 나서거나 자료 수집 시 꼼꼼함을 보이는 것과 같은 업무 태도가 A의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의 관계다. 셋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자전거가 움직이는 원리와 타는 방법(Knowledge)은 알아도 연습(Skill)하지 않으면 계속 넘어진다. 그리고 몇 번 넘어졌다고 금방 포기(Attitude)해 버리면 자전거 타기는 영원한 숙제가 돼 버린다.
반대로 수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려는 노력(Skill, Attitude)이 있어도 자전거 페달을 밟는 방법(Knowledge)을 모른 채 연습만 하면 바퀴는 계속 헛돈다. 결국 KSA 이 세 가지는 덧셈의 관계가 아닌, 어느 것 하나라도 ‘0’이면 모두 ‘0’이 돼 버리는 곱셈의 관계인 셈이다. 앞서 설명한 디자이너는 일반인들이 갖지 못한 스킬(S)을 갖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것은 꾸준한 노력(A)을 통해 만들어졌을 것이고 원단의 특성에 따라 색이 발현되는 원리(K)를 알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면 전문성을 갖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무엇이든 열심히만 한다고 역량이 커지고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영업을 하는 직원이 ‘영어 회화’를 잘하겠다고 새벽마다 학원 다닌다고 해서 업무 역량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니까.
자기 계발과 역량 향상을 통한 전문성 높이기는 다르다. 조직에서 필요한 역량은 직속 상사가 자신의 역할에 대해 기대하는 KSA다. 그래서 조직 리더와의 한 방향 정렬이 중요하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거나 혹은 리더의 눈치를 보라는 게 아니다. ‘직장’이라는 ‘조직’에 속해 있어서다. 친목을 위한 동아리가 아닌 달성해야 할 목적을 갖고 있는 게 조직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구성원으로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한 관점 전환
디자인 체험이 끝난 장성규 씨에게 주어진 또 다른 임무는 시제품 테스트였다. 출시되기 전의 운동복을 직접 입고 실제 운동을 하면서 개선점을 찾는 일이다. 이 업무를 받은 장성규 씨는 또 한 번 놀란다. ‘디자이너가 직접 밖에서 달리기를 하는 게 진짜 업무 중 하나인가….’
직접 뛸 때의 느낌이 어떤지, 땀났을 때 흡수도는 어떤지 등을 직접 경험해 봐야 문제를 개선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이 업무의 목적이었다. 영하의 날씨에 실제 러닝 체험을 나선 장성규 씨는 “땀 흡수는 물 뿌려 보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투덜대다가 “테스트하는 게 21세기 같지 않네요”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장성규 씨의 말이 그럴 듯해 보인다. 춥거나 더울 때 굳이 외부에 나가 달릴 필요가 있을까. 러닝 머신이 있으면 될 텐데 말이다.
땀 흡수도나 탄성에 대한 테스트를 꼭 사람이 해야 할까. 첨단 장비가 얼마나 발전했는데…. 하지만 이들이 업무 시간에 ‘밖’을 달리는 게 중요한 이유는 이때야말로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아닌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건 마케팅이건 개발이건 항상 같은 말을 한다. ‘고객’이 돼 보라고…. 이 말을 오해하면 고객을 ‘위해서’ 뭘 해야 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고객을 위하는 자세로는 진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없다. 고객을 위한다는 것에는 자기 경험과 사고방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의 ‘관점’이 돼 봐야 한다. 날씨가 춥든 덥든 1주일에 2번 정도는 실제로 만들어진 운동복을 입고 웨어링 테스트를 하는 디자이너들처럼….
그러면 고객의 관점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의도적인 생각의 확장이다. 이를 돕는 ‘만다라트’라는 툴이 있다.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지만 타석에선 홈런도 치는, 그래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오타니 쇼헤이가 활용한 것으로 유명세를 탄 아이디어 발상 기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한가운데에 자신의 고민을 적는다. 예를 들어 새로운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그 옷이 인기를 끌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 8개를 주변에 적는다. 가격·원단·색상·디자인 등등. 그다음 다시 각각의 요소(가격·원단·디자인 등)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를 또 8가지 적어 본다. 이렇게 ‘새로운 옷’을 잘 만들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채우다 보면 현재 우리 제품이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 관점이 아닌 ‘고객의 관장’이 돼 보는 것이다.
디자이너 체험을 마친 장성규 씨가 이 직업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말한다.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지만 그 생각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일 같다.”
어쩌면 많은 직장인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조직에서 주어진 일을 하고는 있지만 ‘실행’의 주체는 개개인이다. 이를 잘해 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공 가능성을 높여 책임져야 할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고객이 돼 봐야 한다.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만 그 일이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결국 고객 관점을 갖고 역량을 키우는 것, 그게 워크맨의 ‘일잘법(일 잘하는 방법)’인 셈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7호(2020.12.14 ~ 2020.12.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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