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1년 10대 그룹 체크 포인트 : 롯데그룹]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롯데그룹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그룹의 핵심 축인 유통과 화학 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는 등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 골몰하며 주말마다 전국의 롯데그룹 사업장을 방문하는 현장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사장단 회의인 ‘2020 하반기 롯데 VCM’을 통해 2021년 말까지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계속될 것 같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을 통한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촉구했다. 신 회장은 “2019년 대비 70~80% 수준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러한 ‘70% 경제’가 뉴 노멀이 됐다”며 “이 상황에 맞춰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 코로나19 극복 위한 사업 재편에 속도
신 회장의 이 같은 위기 의식은 최근 단행한 유통·식품·화학·호텔 사업부문(BU)의 2021년 정기 임원 인사에도 확연히 나타났다. 유통 부문에서는 롯데마트 등 핵심 사업부 수장 자리에 외부 컨설턴트 출신의 50세 임원을 선임하고 신규 선임 계열사 대표를 모두 50대로 전진 배치했다. 신 회장의 과감한 인적 쇄신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자리 잡으면서 올 초 부진한 점포 위주로 오프라인 점포 구조 조정에 돌입한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서는 롯데그룹의 총 임원 수도 기존 600명에서 100여 명을 줄였다.
롯데쇼핑은 3년 내 전체 오프라인 점포의 약 30%에 해당하는 240여 개 점포를 폐점할 계획이다. 구조 조정 효과에 힘입어 롯데쇼핑의 하반기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롯데의 통합 쇼핑몰 ‘롯데온(ON)’도 지난 5월 론칭 직후 대비 매출과 이용 고객 수, 고객 1인당 평균 결제액이 두 자릿수로 증가하며 성장 궤도에 올랐다.
화학 부문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주요 그룹이 경쟁적으로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총 280억원을 투자해 안산 1공장에 배터리용 양극박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생산 능력을 1만2000톤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롯데알미늄은 글로벌 완성차 공장과 배터리 공장이 밀집한 헝가리에도 1100억원을 투자해 양극박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 9월 스카이레이크가 설립한 펀드에 총 3000억원을 출자해 두산솔루스 지분 약 23%를 확보했다. 두산솔루스는 한국 업체 중 유일한 유럽(헝가리) 내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전지박)을 생산하는 공장을 갖고 있고 글로벌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전지박 공급 가능성이 유력시되는 등 전기차 배터리 관련 수요가 늘면서 주목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분리막 판매량은 연 4000톤, 매출액은 100억원이지만 2025년까지 각각 10만 톤, 2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양극재·음극재를 생산하는 일본의 화학·소재 회사 히타치케미칼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하면서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한 쇼와덴코의 지분 4.69%를 매입했다.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지분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롯데가 전기차 배터리 소재 관련 사업에서 후발 주자인 만큼 2021년에는 적극적인 투자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은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에서 회동했는데 자동차 신소재 개발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에도 롯데케미칼을 앞세워 여러 기업과 다양한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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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8호(2020.12.21 ~ 2020.12.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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