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징벌적 과세와 조세 저항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2005년 참여정부 시절 투기 차단과 소득 재분배를 목적으로 신설됐다. 그 당시에도 종부세가 비싼 집에 사는 사람들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취급하는 징벌적 과세라는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엄연히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2008년 종부세법이 개정되면서 주택은 공시 가격 6억원의 초과분, 1가구 1주택자는 9억원의 초과분에 과세하는 기준이 만들어졌다. 한때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종부세 한번 내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종부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은 매우 비싼 가격의 주택을 2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당한 자산가들이었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지금으로 보자면 극히 소수였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은 5억원 정도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1가구 1주택자들은 종부세 부과 기준에 해당되지 않았고 고가의 주택을 다량 보유한 특수 계층의 일이라고 여겼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납세 대상이 약 75만 명에 이르렀다. 전년 대비 25%에 해당하는 14만9000명이 증가했다.


이렇게 납세 대상이 폭증한 이유는 12년 전에 세팅된 종부세 부과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서울의 집값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폭등세를 보이면서 중위 매매 가격이 9억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반이 고가 주택 반열에 들게 됐다. 내년이면 서울시 전역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종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 가격 급등과 주택 부동산 세율 인상이 겹치면서 올해 세금 부담이 2018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종부세 세액 증가율은 제주도 91.4%를 비롯해 세종 56.7%, 경남 38.9%로 서울 30.9%보다 높아 전국적으로 종부세 몸살을 앓게 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종부세를 한번이라도 내보고 싶다던 사람들의 희망이 실현되게 생겼다. 비록 주택을 다량 보유한 부동산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원이 이뤄진 것이 아니고 여전히 1가구 1주택이지만 주택 가격 폭등으로 자산은 늘지 않았는데 세금 폭탄을 맞았을 뿐이다.


이제 서울에서 자기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벌을 받게 된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자산 가치가 증식되는 가운데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징벌적 세금은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부동산 정책 실패의 비용을 집 한 채 갖고 사는 실소유자에게까지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시세에 맞게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프랑스는 부동산에 포함된 부채를 과세 표준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실질 종부세율은 한국에 비해서 훨씬 낮다.


미국 뉴욕은 부동산의 감정 가치를 1년에 6% 이상, 5년간 20%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서울 지역의 공시 가격을 평균 15% 가까이 인상한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매기는 세금은 조세 저항을 필연적으로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재정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세금 인상은 조세 저항을 키우고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세금 회피를 위한 지하 경제의 확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세수가 감소하게 되고 정부 지출을 조절하지 못하는 한 무리한 세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8호(2020.12.21 ~ 2020.12.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