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다름이 주는 내 인생의 달음’ 출간한 허연회 작가
작가 허연회, 오직 창의적인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한국경제매거진 = 김은아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사람은 어떤 유형일까. 면역력이 강한 사람? 허연회 작가는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답한다. 비대면, 비접촉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찾아온 만큼,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세상은 창의적 인재들과 창조성이 뛰어난 인물들이 만들어왔다. 앞으로는 더욱더 이런 가치들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최근 ‘許作크(허작크)’라는 필명으로 '조금 다름이 주는 내 인생의 달음'이라는 첫 책을 통해 창의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어떻게’다. “머리가 굳었다”며 자조하는 어른들이 지금 와서 창의력 학습지를 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허연회 작가는 “일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자신만의 비결을 귀띔했다.


필명 ‘허작크’의 마지막 글자를 ‘크리에이티브’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창의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0년에 경제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신문사라는 곳이 생각보다 꽉 막혀 있고 획일화된 조직이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타고난 성격이 틀에 맞춰 사는 편은 아니에요. 옷을 입더라도 단추 하나를 바꿔서 달거나, 작은 자수를 놓거나 하는 식으로 저만의 작은 재미를 추구했죠. 이렇게 같은 일이라도 어떻게 다르게 해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계속하다 보니 창의성이라는 키워드로 귀결된 것 같습니다.


창의성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릴 때는 누구나 자신만의 창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질을 잘 발전시켜서 예술가나 디자이너처럼 창조적인 직업을 갖기도 하죠. 대부분은 제도권 교육, 규격화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속에 창의성이라는 코드를 간직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든 창조적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움을 더해가며 창의력을 레벨업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어릴 때도 톡톡 튀는 아이였나요?
어릴 때는 엉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을 놀래주려 짓궂은 장난을 친 적도 있고요. 결국 호되게 혼나고 매를 맞기도 했지만요(웃음). 보통 어린 시절에는 창의성이 엉뚱한 행동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순간에 격려해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미있다”고 호응해주는 순간 아이들의 발전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해집니다. 엉뚱하다고 억누르면 주눅이 들죠. 저도 그런 아빠가 되려고 합니다. 참고로 이번 책의 저자 소개란에 넣은 사진도 딸이 찍어준 것인데요, 마치 제가 어묵 사이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찍었습니다.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창의성이라는 주제로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보통 창의성을 모호하고 거창한 개념으로 여깁니다. 저는 밥 먹고 운동하고 술 마시는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간단히 말하면 클리셰에서 벗어나자는 겁니다. 어떤 영화가 있다고 쳐볼까요. 남자 주인공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립니다. 후에 그와 사랑에 빠질 여자 주인공은 그 순간 남자를 스쳐서 엘리베이터에 오르죠. 얼마나 진부해요.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남자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 다음 이야기를 알아챌걸요. 그렇지만 예상과 다른 전개를 펼치는 순간 사람들은 흥분하기 마련이거든요. 이렇게 조금의 비틀기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 창의성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건설사의 부장으로 재직 중이시죠. 창의성보다는 규칙, 규율이라는 단어와 더 어울리는 직무인 것처럼 보입니다.
건설사의 일은 딱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건축물을 짓는다는 건 창의적인 작업이에요.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입체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하거든요. 사실 어떤 직종에 종사하든 창의성은 꼭 필요합니다.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 효율적인 방법을 고안하게 만드니까요.


‘튀는 사람’을 꺼리는 조직에서는 어떻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물론 윗사람이 창의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을 수 있겠죠. 그러나 그런 부딪힘은 어느 관계에서나 존재해요. 그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소통하고 설득을 이뤄내는 과정에 바로 창의성이 필요한 겁니다. 상사가 평소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이야기를 꺼내 보는 것처럼 말이죠. 책에서 배려와 공감도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서 공략하는 것. 그것 자체가 창의적인 접근이라고 봅니다.
작가 허연회, 오직 창의적인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평소에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 실천할 만한 작은 습관이 있을까요?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세요. 맛집에 가면 여기가 왜 인기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거죠. 인테리어, 플레이팅, 서비스, 맛… 분명히 모든 것에 다른 곳과는 다른 창의적인 요소가 있거든요. 처음 클로렐라면이 등장했을 때 누군가는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만, 그 이후로 얼마나 다양한 색의 면이 나왔습니까. 앞으로 음식에서 이런 창의적인 시도는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탄생한 K-퀴진이야말로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봐요.


작가님이 창의력을 발휘한 경험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12년 전에 친구들과 함께 삼겹살집을 냈습니다. 당시 인기를 끌던 드라마의 제목을 따서 ‘돼지프린스 1호점’이라고 이름을 지었죠. 콘셉트는 ‘세 가지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었죠. 삼겹살은 녹차·백년초·숯 가루 등 다양한 재료를 입혀 열 가지 종류로 내놓았고, 전국 팔도의 소주와 시중에 판매 중인 12개 종류의 라면을 구비해놓았습니다. 손님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이요. 사장이 모두 회사원이라 1년 만에 문을 닫기는 했지만 많은 것을 배운 경험이었어요. 나중에 회사를 은퇴하면 작은 식당을 열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하나는 매일 간판이 바뀌는 식당입니다. 된장찌개가 하고 싶은 날은 ‘된장’이라고만 쓰고, 어느 날은 점 하나만 찍는 거죠.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또 하나는 ‘10鳥(조)’라고 쓰고 열 가지의 새 요리를 파는 식당입니다. 닭, 꿩은 물론이고 ‘갈매기’살, ‘새’조개 같은 꼼수 메뉴도 넣어서요. 참고로 간판은 ‘10새’라고 읽습니다(웃음).


책에 요리도 창의력을 기르는 좋은 활동 중 하나라고 쓰셨죠.
정해진 레시피 없이 엉뚱한 재료를 조합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맛이 탄생하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식혜에다가 커피를 넣어보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한번 해보는 거죠. 최근에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그곳에서는 커피맛 식혜가 더 입맛에 맞을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 메모장에 ‘고춧가루, 파인애플, 사과’라고 적어놓았는데, 어느 떡볶이 맛집의 비결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다음에 저도 시도해 보려고요. 이런 활동들이 사고를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봅니다.


어떤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까.
오스트리아의 자연주의 건축가이자 화가인 훈데르트바서의 말을 빗대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인간은 자연에 초대받은 손님일 뿐이니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라”고 했었죠. 제가 손님이라면, 지구에서 더 오래 시간을 보낼 손님은 미래의 아이들 아닐까요.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또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이 책을 통해 창의성을 교육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가 허연회, 오직 창의적인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조금 다름이 주는 내 인생의 달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쳇바퀴’라는 말로 표현되곤 하는 틀에 박힌 일상. 창의성이야말로 우리 일상을 변화시킬 키워드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창의성을 개발하는 꿀팁을 전한다. 똑같은 풍경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창의적 인간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의 힌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