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따라잡기]


도시의 교통과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스마트한 교통 AI 시스템
‘굿바이, 교통 체증’…AI 교통 신호등이 해결할게
[한경비즈니스 칼럼=심용운 SKI 딥체인지연구원 수석연구원] 도시에서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다 보면 교통 체증으로 짜증날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다. 특히 여러 방면에서 차량들이 지나가는 교차로를 지날 때는 교통량이 많지 않아도 신호등에 걸려 몇 분, 아니 몇 십 분을 허비할 때도 종종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교통 체증이 자율주행 차량이 등장하면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자율주행차의 발전 속도로 볼 때 단시일 내에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이 말은 한동안 우리는 도로에서 보행자, 일반 자동차, 자율자동차가 뒤섞인 복잡한 교통 조합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모빌리티 객체들의 이동성이 모두 최적화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교통 관리 시스템이 이러한 이동 형태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로 차량과 보행자 흐름에 맞춰 교통 신호가 자율적으로 작동돼 교통 혼잡과 신호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도시 교통의 문제점을 인공지능(AI)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바로 교통 AI(Traffic AI)다. 교통 AI는 AI, 특히 기계 학습을 이용해 교통 데이터를 수집 분석, 교통 상황을 예측하는 AI 응용 분야다. 교통 AI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신호등을 교통 흐름에 맞춰 최적화하고 교차로에서 차량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교통 AI가 작동하는 방법을 들여다보자. 교통 AI는 도시의 교통 인프라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교통 상황과 과거 교통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이해하기 위해 기계 학습 모델을 사용해 교통 상황을 처리·분석·학습을 수행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통 AI 시스템은 컴퓨터 비전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와 비디오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 유형을 처리하고 분석한다. 보행자를 포함한 도로 사용자 수와 교차로에 있는 차량 유형은 자동으로 감지된다. 그런 다음 AI는 이 정보를 반복 처리해 교차로를 통해 교통 흐름이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내고 교통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가장 최적의 방법에 따라 신호등을 변경한다.


여기에서 교통 AI는 도로의 차량 수를 계산하고 도로가 혼잡한지 확인하고 그에 따라 교통 경로를 다시 지정할 수 있다. 또한 도로 신호와 표지판을 이용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통 경로를 변경하고 교통 체증을 줄이며 운전자가 주차 공간을 찾는 데 소비하는 시간도 줄인다.


교통 AI에 이용되는 모든 차량과 도로 사용자를 식별하고 분류할 수 있는 지능형 카메라는 도시 주변의 정확하고 고도로 지역화된 데이터를 통해 도로가 혼잡한 시간이나 운전자의 예상 경로와 주차 위치에 대한 예측 가능한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로 영국 밀턴 케인스에서 운영된 지능형 신호등 시스템은 이미 실제 상황에 비해 89%의 정확도로 15분 전에 교통 상황을 예측한다.
교통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의 비바시티 랩이 있다. 비바시티 랩은 2020년 9월 솔포드의 블랙프라이어스 지역에 있는 3개의 인접 교차로를 동시에 제어하기 위한 최초의 AI 신호 제어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교통 흐름의 제어하고 예측하는 교통 AI

이어 2020년 11월 광역 맨체스터(TfGM) 교통부와 공동으로 AI를 이용한 스마트 교차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AI가 내장된 센서를 이용, 지정된 교차로에서 다양한 유형의 도로 사용자를 익명으로 식별하고 교통 신호를 제어해 필요에 따라 다양한 교통수단의 우선순위를 지정한다. 이를 통해 기존 시스템보다 교통 상황의 변화에 더 빠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교통 신호로 차량 혼잡도와 대기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애리조나 주 피닉스시도 노트래픽(NoTraffic)의 AI 기반 자율 교통 관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노트래픽은 교차로에서 AI 센서를 이용해 복잡한 교통 상황을 분석, 신호등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교통 관리 플랫폼을 개발한 이스라엘 기반의 스타트업이다.


노트래픽은 자동차·자전거·버스·보행자와 같은 다양한 이동 형태를 감지하고 각각의 상황에 맞게 신호등을 운영한다. 이 신호등은 기존 타이머식 신호 전환 시스템과 달리 AI 센서에서 수집된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해 교차로에서의 차량 통행 시간을 40%까지 감소시킨다. 이 시스템은 교통 혼잡을 줄이는 것 외에도 긴급 차량 우선순위(emergency vehicle preemption), 대중교통 우선 신호(transit signal priority), 보행자 우선순위 지정과 같은 지능형 서비스도 제공해 도로 교통 흐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교통 체증으로 인해 세계 최악의 도시 중의 하나인 뉴델리시가 있다. 조사에 따르면 뉴델리시 운전자는 다른 나라 도시의 운전자보다 약 58% 더 많이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뉴델리시는 최근 AI 기반의 교통 관리 시스템(ITMS)을 구현했다. 뉴델리시는 시 전역에 퍼져 있는 7500개 이상의 CCTV 카메라와 1000개의 발광다이오드(LED) 표지판을 포함한 ITMS 인프라를 통해 카메라와 센서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교통 체증을 감소시키는 효과 외에도 컴퓨터 비전과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보행자의 움직임을 탐지해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보인 사례도 있다.


2020년 11월 전동킥보드 임대 사업자 ‘보이(Voi)’는 스타트업 ‘루나’와 협력해 제작한 보행자 감지 전동킥보드의 성능과 안전 시험을 영국에서 1년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보이’는 ‘루나’의 cm 수준의 정확한 위성항법장치(GPS) 기술, 컴퓨터 비전, 에지 AI 기술을 통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보행자가 많은 보도에 진입할 때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등 전동킥보드 운전자와 보행자를 실시간으로 보호한다.


교통 문제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것

최근 도시 문제에 대한 관심 중 하나는 교통 증가, 도시의 제한된 공간 가용성, 교통으로 인한 소음·공해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는 매우 효율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는 고도로 개인화되고 환경 친화적이며 자율적인 모빌리티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도와주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AI가 모빌리티에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스마트 그리드 관리, 운송 시스템, 운전자 모니터링, 자율주행 차량, 교통 관리, 자동차 제조, 보험,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하다. 특히 도시 생활에서 시민들의 보편적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줄 것이라는 점에서 도심 교통의 효율적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교통 AI의 등장이 반가운 소식인 것은 틀림없다.


교통 AI는 단순히 교통 문제만 해결하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좀 더 확장된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기 오염 같은 도시 환경 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는 우리 사회에 교통 AI는 훌륭한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통 AI는 비바시티 랩의 사례처럼 단순히 교통 제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시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교통 AI는 정체된 교통으로 인한 대기 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 생존 키워드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교통 체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 오염 배출량을 줄이고 도심 지역의 대기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교통 AI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9호(2020.12.28 ~ 2021.0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