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로 렌털 카테고리 ‘무한 확장’…다양한 분야에서 수요 증가 예상돼

[정리=김정우 한경비즈니스 기자] 이번 호 화제의 리포트는 이나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렌털과 썸탈 시간’을 선정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렌털 시장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렌털 시장 자체가 구조적 성장 국면을 지나고 있다”며 “2021년 렌털 업체들의 성장 또한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렌털 산업’은 구조적 성장 중…관련 기업들 주목해야
KT경제연구소는 2021년 한국의 렌털 시장 규모를 약 40조원으로 추산했다. 일시불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 대신 렌털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초기 가격 부담 완화와 함께 위생 관리 등과 같은 서비스가 소비자들이 렌털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상품의 가치는 제품의 가치와 서비스의 가치로 나눠 볼 수 있는데 렌털 산업에서 상품의 가치를 차별화하는 무게 중심은 제품보다 서비스다.

◆명품·취미 렌털 서비스도 등장


대표적인 렌털 상품인 정수기를 예를 들어보자. A사의 정수기와 B사의 정수기는 이미 제품 기술력에서 혁신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수기를 렌털하는 고객은 정수기의 성능이나 렌털 비용도 고려하지만 필터를 얼마나 주기적으로 관리해 주는지, 꼼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고장 나면 신속하게 애프터서비스를 해 주는지 등이 더 중요한 의사 결정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렌털 산업에서 고객을 유치하고 이후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사실은 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광고경기전망지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로 ‘렌털을 할 경우 제품을 지속적으로 관리 받을 수 있다(37.0%)’를 ‘초기 구입비용이 적게 들어간다(40.2%)’에 이어 둘째로 높은 이유로 답변했다.

렌털 서비스 이용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역시 ‘렌털 후 관리 서비스(16.4%)’가 ‘렌털비용(25.4%)’에 이어 둘째로 높은 요소로 나타났다.

꼼꼼한 서비스와 함께 1인 가구의 증가로 대표되는 인구 구조의 변화 역시 렌털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라는 거대한 사회 현상은 렌털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9년 한국의 1인 가구는 615만 가구(30.2%)로, 2·3·4인 가구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한국 1인 가구 비율이 2047년 37.3%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1인 가구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20·30인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들의 소비 트렌드는 바로 ‘체험’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한정된 자본에서 구매보다 해지가 가능한 렌털의 효용성 증대로 이어진다.

실제로 신한은행에서 발행한 ‘2020 보통 사람 금융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 중 ‘제품을 구매(소유)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응답한 1인 가구의 비율은 2인 이상 가구보다 6.0%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일차적으로 1인 가구의 주거 안전성이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젊은 소비층의 체험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인 가구는 소득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소비 행태를 보여준다. 이런 성향은 렌털 시장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렌털 서비스 이용률은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높지만 월 이용료는 가구원 수에 상관없이 비용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 보통 사람 금융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렌털 서비스 이용률은 23.6%로 3인 이상 가구(48.8%)보다 낮았지만 월 이용료는 3만5000원으로 2인 가구 3만7000원, 3인 이상 가구 3만9000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인구 구조의 변화 등에 힘입어 향후 렌털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주체의 변화와 함께 렌털 산업의 카테고리도 확장되고 있다. 정수기와 비데 등 전통적인 렌털 제품군에 국한됐던 렌털 시장은 공기청정기·의류청정기 등 신가전 제품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고가 명품 의류, 취미 용품 등으로 확장을 거듭 중이다.

◆렌털 업체들, 고른 성장세 이어 가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과 함께 렌털 관련 업체들의 실적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위 사업자인 코웨이의 매출 성장률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7.2%(화장품 및 수처리 부문 제외)를 기록하고 있다. 2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쿠쿠홈시스·SK매직·LG전자의 매출 성장률도 각각 44.5%, 46.1%, 44.8%에 달했다. 2015년 렌털 사업을 개시한 현대렌탈케어도 2020년까지 연평균 88.7%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코웨이·청호나이스 등 전통 렌털 업체들에 이어 LG전자·SK매직·쿠쿠홈시스·현대렌탈케어 등 많은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연이어 렌털 시장에 진출해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렌털 관련 기업들의 외형이 동반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렌털 사업자의 매출은 ‘렌털비용’과 ‘계정 수’를 곱한 수치로 결정된다. 현재 시장 상황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한정된 파이를 나눠 갖는 경쟁을 펼치기보다 늘어나는 신규 수요, 즉 새로운 계정 수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평균판매단가(ASP) 하락분을 시장의 구조적 성장으로 인한 계정 수, 이른바 ‘수요 증가율’이 상쇄하는 모습이다.

향후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렌털 품목의 무한 확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펫(반려동물) 렌털’ 시장을 들 수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할수록 함께 생활할 반려동물을 찾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반려동물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는 렌털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물 재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식물 재배기는 실내에서 빛·온도·양분 등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각종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고가 상품으로 렌털 시스템을 결합하기 용이하고 주기적인 모종 배송 등 관리 서비스도 필요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유망 렌털 상품군으로 주목된다.
‘렌털 산업’은 구조적 성장 중…관련 기업들 주목해야
렌털 시장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렌털 시장 자체가 구조적 성장 국면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되는 만큼 렌털 업체들의 성장 또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 렌털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해외 시장 확대로 이런 불안 요소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해외 사업 확대는 렌털 기업들의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해외 시장의 개척은 폭발적인 계정 수 확대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코웨이와 쿠쿠홈시스의 해외 계정 수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각각 42.6%, 18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