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틀 깨고 재미와 정보로 고객 소통…연예인과 분양 현장 돌아보고 사장 출연해 신조어 테스트
기업 유튜브의 변신…10만 구독자 ‘실버 버튼’ 열풍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유튜브는 일정한 구독자 수를 넘긴 유튜버들에게 ‘버튼’을 수여한다. 이른바 ‘크리에이터 어워즈’다. 크리에이터 어워즈 수상의 조건은 저작권 위반 경고,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또는 인위적인 구독자 수의 증가 없이 계정을 유지하면서 일정한 구독자 수를 넘겨야만 한다. 구독자 수가 10만 명을 넘으면 실버 버튼, 100만 명을 넘으면 골드 버튼, 1000만 명을 넘으면 다이아몬드 버튼을 받게 된다.

그중에서도 유튜브에서 공인 받는 첫 단계인 ‘실버 버튼’은 인기 채널로 거듭나는 시발점이다. 채널 개설 후 구독자 10만 명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과정으로 꼽히기도 한다. 유튜브에 따르면 하나의 채널이 실버 버튼을 획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왕도는 없다. 꾸준한 영상 업로드와 뛰어난 아이디어로 구독자를 모아야만 한다.


최근 기업들의 유튜브 채널 개설이 증가하면서 지난해부터 하나둘씩 ‘실버 버튼’을 획득한 공식 채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기업 유튜브는 홍보 콘텐츠에 그칠 것이란 편견을 깨면서 재미있는 콘텐츠와 다양한 정보로 무장하며 입소문을 탔다.
기업 유튜브의 변신…10만 구독자 ‘실버 버튼’ 열풍
◆투자 열기 타고 잘나가는 증권·건설사 유튜브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 증가가 비교적 빨랐던 곳으로 꼽히는 곳은 증권사다. 그중 업계에서 최초로 실버 버튼을 받은 곳은 미래에셋대우의 ‘스마트머니’다. ‘스마트머니’는 지난해 11월 17일 기준으로 구독자 수 10만 명을 돌파하며 미국 유튜브 본사에서 ‘실버 버튼 인증패’를 받았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축적된 자산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은 비결”이라고 말한다.

‘스마트머니’ 채널은 개인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를 애널리스트 등의 전문가가 출연해 해당 기업의 투자 포인트와 리스크 요인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한다. 주요 콘텐츠는 전 세계의 다양한 우량 기업들을 소개하는 ‘글로벌 슈퍼스탁’,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꼭 알아야 할 글로벌 경제 이슈를 다루는 ‘글로벌 이슈체크’, 주식 초보자들도 쉽게 투자를 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주린이를 위한 실전투자 따라하기’, ‘친절한 MTS 사용법’ 등이 있다.

또 노후 준비와 연금 제도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알려줘요 연금술사’, 최근 주목받고 있는 투자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이부장(ETF로 부자되는 투자의 장)’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미래에셋대우는 고객의 관심이 높아지는 주제를 선정해 실시간 투자 세미나를 편성하고 투자자에게 문자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실시간 진행 일정을 공유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와 함께 ‘잘나가는’ 유튜브 채널을 보유한 곳은 건설업계다. 지난해 주요 건설사들의 유튜브가 실버 버튼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대우건설의 유튜브 ‘푸르지오 라이프’는 지난해 12월 24일 ‘실버 버튼’을 받았다. ‘푸르지오 라이프’는 지난해 11월 26일 구독자 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대우건설 측은 ‘푸르지오 라이프’의 인기 비결에 대해 ‘타 유튜브 채널과의 차별화된 방송 주기와 다양한 콘텐츠’라고 말한다.


우선 ‘푸르지오 라이프’는 스스로 ‘영상 매거진’이라고 칭할 만큼 주 2회(화요일과 목요일) 정기적으로 영상을 업로드한다. 또 유튜브 채널을 분양 안내를 위한 홍보 수단으로 삼지 않고 고객의 관심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다. 입주 예정자들의 궁금증을 담아 아나운서·연예인들과 함께 견본주택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새집을 만나다’, 실제 현장 직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을 다니며 공사 중인 아파트를 소개하는 ‘현장을 만나다’, 구독자에게 부동산·법률·세무에 관한 궁금한 점들을 사연으로 받아 현역 변호사와 세무사가 직접 해결해 주는 ‘전문가를 만나다’ 코너는 구독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대우건설은 최근 전 국민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특집 콘텐츠를 새로운 포맷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푸르지오 라이프’에 출연 중인 각 분야 전문가들과 대우건설의 마케팅·시장 조사 분야 직원 전문가를 초청해 2021년 들어 바뀐 부동산 정책, 시장 전망, 유망한 투자 지역 등을 다룰 예정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특집에는 기존 건설사 유튜브 채널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유명 재테크 유튜버를 섭외 중”이라라고 밝혔다.

대우건설뿐만이 아니다. GS건설에서 운영하는 공식 브랜드 채널 ‘자이TV’도 지난해 5월 실버 버튼을 획득했다. 또 지난해 12월 14일 기준으로 구독자 수 22만 명을 돌파했다. GS건설 측은 “반 년 만에 10만 명이 추가로 구독한 것으로, 기업 브랜드 채널로는 이례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자이TV’는 구독자 수만 증가한 것을 넘어 콘텐츠 누적 조회 수도 1100만 회를 넘어섰고 누적 시청 시간도 58만 시간에 달한다.
기업 유튜브의 변신…10만 구독자 ‘실버 버튼’ 열풍
◆MZ세대 겨냥 위해 ‘재미’ 앞세워

유통업계에서는 편의점업계의 채널 성장이 가파르다. CU의 공식 유튜브 채널 ‘씨유튜브’의 2021년 1월 구독자 수는 39만 명으로 편의점업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구독자 10만 명을 넘어서며 실버 버튼을 획득했고 같은 해 7월 20만 명, 12월 3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콘텐츠의 경쟁력 덕분이다. 씨유튜브의 동영상 평균 조회 수는 경쟁사 대비 3~8배 이상 웃돌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웹 예능과 드라마 등 최신 트렌드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재미있고 이색적인 콘텐츠 집중 전략이 통했다.

일명 ‘멍 때리기’ 트렌드를 겨냥해 제작한 ‘쫀득한 마카롱 제조 영상’은 15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CU 페이코인 광고편’ 역시 조회 수 263만 회로 ‘100만 콘텐츠’에 올랐고 최초로 시도한 웹 드라마 ‘단짠단짠 요정사’도 누적 조회 수 110만 회를 모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단짠단짠 요정사’의 콘텐츠 반응지수(PIS)는 전체 콘텐츠 평균 PIS 대비 10배 이상 높은 반응을 보였다.

1월 기준 씨유튜브의 콘텐츠 수는 약 170개, 총 조회 수 140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조회 수는 약 8만 회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씨유튜브의 콘텐츠 중에서 조회 수 10만 회 이상을 기록한 영상이 전체 콘텐츠의 15%를 차지하는 등 경쟁사 대비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BGF리테일 연정욱 마케팅팀장은 “편의점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소비 채널 중 가장 트렌드에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SNS 쌍방향 소통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CU는 앞으로도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하고 소비자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재미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유튜브의 변신…10만 구독자 ‘실버 버튼’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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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실버 버튼’을 획득하는 기업 유튜브 채널들이 늘면서 기업들은 소비자와의 소통의 창구로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통상 기업 채널은 구독자들이 홍보성 콘텐츠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 채널에 비해 구독자 확보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채널들은 기업 채널로서 흥미를 유발하기 쉽지 않다는 약점을 이겨 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튜브 관계자는 “딱딱하게만 보이던 기업이 유튜브를 통해 솔직하고 꾸밈없는 내부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브랜드의 개성과 색을 담은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유튜브 채널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장 공개나 체험이 어려워지면서 유튜브 채널에서 관련 콘텐츠를 공개하는 것이다. 자이TV는 코로나19로 현장 방문이 제한됐던 별내자이 더 스타 등 인기 현장들의 견본주택을 자이TV로 공개해 고객들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자이의 인테리어 장점과 기술력을 보여주는 영상과 셀럽들이 사는 자이는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영상도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콘텐츠로 여겨진다.

평소 딱딱하게만 여겨졌던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에도 유튜브 채널이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채널은 대우건설의 ‘정대우가 간다’다. 이 채널은 ‘푸르지오 라이프’와는 별도의 채널로, 캐릭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유튜브 채널을 꾸린 것은 업계 최초다. ‘정대우 과장’은 2011년 건설업계 최초로 캐릭터로 등장했다. 유튜브 채널 구성을 위해 대우건설은 정대우 캐릭터에 성격과 몸짓 등을 설정했다. 또 인형 탈을 제작하고 목소리를 부여했다. 지난해 10월 ‘정대우가 사장님실 간다’를 통해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직접 출연해 ‘신조어 테스트’ 등을 통해 친근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업 유튜브의 변신…10만 구독자 ‘실버 버튼’ 열풍
기업 유튜브의 변신…10만 구독자 ‘실버 버튼’ 열풍
◆‘가짜 뉴스’ 속 전문가 섭외가 장점

최근 ‘동학개미 운동’과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유튜브에는 이와 관련한 가짜 뉴스도 범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뢰성 높은 전문가를 섭외해 투자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업 유튜브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형 건설사는 폭넓은 관계를 통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섭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이TV는 분양 현장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분양 소장이 현장 정보, 견본주택 관람 방법, 청약 주의점을 설명해 독자층을 일반인으로 넓혔다. 정비사업 담당자는 일반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재개발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전달해 호평을 받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변호사·세무사는 물론 대우건설에 재직 중인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각의 주제에 맞는 콘텐츠에 주기적으로 출연하며 공신력을 높이고 있는데 2021년에도 이러한 강점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실버 버튼’을 획득한 기업 유튜브들의 공통점은 홍보성 콘텐츠의 비율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늘렸다는 점이다. 기업의 비즈니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구독자들에게 정보와 재미를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대우건설 ‘푸르지오 라이프’는 건설·부동산 관련 소식뿐만 아니라 요리·인테리어·문화·세무·법률 등 일반 고객들이 궁금해 할 만한 정보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한다. CU의 ‘씨유튜브’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체계적 관리를 장점으로 꼽는다. 씨유튜브는 상품 정보, 제조 공정, 웹 예능, 웹 드라마, 인플루언서 리뷰 등 크게 5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함으로써 구독자 수를 늘리고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2호(2021.01.18 ~ 2021.0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