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이익의 함수’라는 시각에서 보면 현재 주가 비싸…위험 관리가 필요한 구간

[머니 인사이트]
코스피 상승 결국 IT·자동차 대형주에 달려 있다
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기존의 경험치로 주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강한 상승을 이끄는 주인공은 개인 투자자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마이너스 44조원을 한 번에 넘어 2020년에만 64조원어치를 순매수했고 2021년 1월엔 더 가속화하고 있다. 1월 한 달에 벌써 16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다양한 산식에 의해 추가 순매수 규모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다. 개인 유동성의 힘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지만 2% 부족하다.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팔랐기 때문이다. 상단을 더 열기 위해서는 실적 모멘텀이 기대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한국의 기업 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은 2004~2007년, 2009~2010년, 2017~2018년 등 세 번이다.

2000년대 중반에는 중국의 경기 개선과 소재·산업재 위주의 실적 개선, 금융 위기 직후는 원화 약세와 수출주의 실적 개선, 2017년은 반도체 업종의 빅사이클이 시장을 이끌었다. 주도주가 출현하고 주도주의 실적 개선이 상승을 정당화하며 주가가 올라섰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코스피 상승 결국 IT·자동차 대형주에 달려 있다
코스피 3500 가까이 오를 수 있지만…
아쉽게도 ‘주가는 이익의 함수다’라는 시각에서 보면 이미 현 주가 수준은 비싸다. 2021년 순이익 예상치는 130조원 전후다. 2017년 유가증권시장의 순이익은 142조원이었다. 2017년 코스피지수 정점과 비교해 현 주가 수준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배경이다. 하지만 이미 주가는 더 올라섰고 그 이유를 뒤따라가면서 찾아볼 뿐이다.

변화의 가능성을 상대 가격에서 찾아봤다. 1월 이후 한국 증시가 한 단계 올라서는 배경은 대형주의 선전에 있다. 시가 총액 상위 기업들이 개별 테마주처럼 움직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강세를 이끌고 있는 ‘주린이’들의 선택도 이러한 시가 총액 상위 기업들이다. 한국의 시가 총액 상위 20개 종목이 전체 시가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웃돈다.

한국 증시의 글로벌 대비 밸류에이션은 항상 낮게 평가받았다. 가장 큰 이유는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과 같은 주주 가치가 글로벌 평균에 크게 미달하는 데 있다. 정부 정책도 공공의 이익이 주주 이익을 우선할 수 있다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 은행들의 배당 성향을 제한하려고 하고 기업들의 이익 공유제와 같은 정책이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그러한 경향을 드러낸 것이다.

또 하나 한국 증시의 할인 요인을 뽑는다면 더블 카운팅 이슈다. 자회사와 모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어 지분법으로 반영되는 이익은 중복 계산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구조상 실적이 과대 계상되고 이에 따라 다른 국가들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낮을 수밖에 없다. 상대 비교는 가능하겠지만 절대 비교는 쉽지 않은 이유다.

상대 비교로 접근할 때 그나마 한국 대형주의 매력도가 눈에 띈다. 전 세계 밸류에이션은 한국 밸류에이션보다 높은 수준인데, 시가 총액 상위 기업 중 전 세계 밸류에이션보다 낮은 종목 비율은 약 40%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의 할인 폭이 크다. 다른 섹터들이 변화가 없다는 가정하에 반도체와 자동차가 글로벌 대비 할인 폭을 다 해소시키는 것만으로도 코스피지수는 3500 가까이 전진할 수 있다.

기업 실적 개선 여부도 정보기술(IT)과 자동차에 달려 있다. 2021년 순이익 증가율 기여도 측면에서 봐도 반도체가 10.1%, 자동차가 7%다. 두 중심 섹터가 현재 기대 수준 이상의 실적을 보여줄 때 한국 증시가 도약할 수 있다. 다행히 그 가능성도 낮지 않아 보인다. 기술 혁신에 발맞춘 글로벌 산업 재편이 한국의 IT와 자동차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연초부터 미디어를 달궜던 애플발 뉴스는 그 사실 여부를 떠나 현대·기아차도 미래 가치가 고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해 주는 사이클에 들어섰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 미래 가치는 크게 전기차·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 등 3가지에 근거한다. 현대·기아차는 레벨 3급 자율주행 시스템 등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다만 궁극적으로 모빌리티 플랫폼까지 확장돼야 하는데 아직은 미흡하다. 길게 보면 완성차 업체나 플랫폼 업체나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가장 먼저 확보하는 진영이 어디냐가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다. 당장은 테슬라가 이러한 것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유일한 업체였고 그러다 보니 주가 상승이 가팔랐다. 현대·기아차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한 지 꽤 시간이 지났고 이제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밸류에이션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과 보상의 크기

반도체는 구조적으로 유리한 국면이다. 과점화한 상황에서 상당 기간 반도체 수요는 늘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데이터의 양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영상과 사진 등이 그 예다. 데이터 트래픽의 증가뿐만 아니라 기기 사이의 연결도 그만큼 가속화하고 있다. 휴대전화 기기 사이의 연결이 더 많아지고 가전 등 기타 다른 기기와의 연결이 늘어나는 게 좋은 예일 것이다.

많은 이가 기술 혁신이 가져올 미래를 이야기한다. 미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엄청난 데이터 양(빅데이터)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는 기능(AI)이다.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투자가 대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IT와 자동차의 결합도 결국 자율주행을 향할 것이고 이 역시 반도체 수요를 필요로 한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숫자로 그 가능성을 입증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한국 증시의 한 단계 상승을 이끌어 내고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되는 것은 경기 기대감을 선반영한 소재와 산업재의 주가 상승이다. 한국 시가 총액 상위 업종은 3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기업, 소재와 산업재 같은 구경제 업종, 바이오와 커뮤니케이션 업종 같은 성장 산업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수출주는 실적이 좋았고 주가도 좋았다.

바이오와 커뮤니케이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상황을 겪으면서 실적의 개선보다 주가 상승 속도가 더 가팔랐다. 소재와 산업재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봤는데 코로나19 탈출 시 가장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과 바이오는 코로나19 수혜 기업이고 소재와 산업재는 코로나19 탈출 수혜 기업인데 증시는 두 업종이 번갈아 가며 상승했다. 패자가 없는 2020년이었다. 하지만 2021년은 다르다. 바이오와 커뮤니케이션이 실적 둔화를 겪는 과정에서 소재와 산업재가 이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실적 개선을 보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클리컬 부문의 2020년 이익 비율은 약 3분의 1 수준이다. 해당 업종의 2021년 이익 성장률 컨센서스는 67.3%에 달한다. 기저 효과로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컨센서스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2021년 유가증권시장 전체 영업이익 성장률 47%의 절반이 채 안 되는 22%포인트에 불과하다. 주가 측면에서는 두 가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의 이익 성장률 컨센서스가 달성 가능할까’와 ‘현 주가가 이익 성장을 얼마나 반영했을까’다 그런데 컨센서스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고 주가 또한 이익 성장 기대치를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업종이 성장 기대치 이상의 개선을 이루려면 글로벌 경기가 확장 구간에 들어서야 한다. 현 상황에서 2021년 경기는 아무리 좋게 봐야 경기 회복기에 불과하다.

“소로스는 내게 선택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옳은 선택을 했다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그른 선택을 했다면 얼마나 적은 돈을 잃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줬다.” 소로스의 후계자였던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남긴 명언이다.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 후의 위험과 보상의 크기라는 것을 지적했다. 현시점에 적용해 보자. 상단을 여는 힘은 IT와 자동차에 달려 있고 그 가능성도 높아졌지만 위험에 대한 보상은 크지 않다. 반면 시장의 변동성은 팽창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돌격 앞으로’만 외칠 시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상방을 열되 위험 관리가 병행돼야 하는 구간인 것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