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세탁 대행 1위, 지난해 가입자 170% 증가...쿠팡 출신 대거 영입하며 세탁 공정·물류 시스템 고도화

[커버스토리]
“세탁 대신 ‘세특’ 하세요”…30년 혁신 무풍지대 바꾼 ‘세탁특공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사노동의 부담이 더 커졌다. 서울시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업 주부와 자영업자 그룹의 가사노동은 각각 26분, 20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자 집안일을 해결해 주는 모바일 서비스 역시 급격하게 성장했다. 모바일 세탁 대행 서비스 ‘세탁특공대’는 지난해 2월 대비 11월 가입자가 170% 증가했다.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만큼 올해 예상 매출은 150억원이 될 것이라고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인생에서 빨래를 위해 쓰는 1만1952시간(통계청 기준)을 다른 일에 쓸 수 있도록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한다.”

워시스왓이 모바일 빨래 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워시스왓의 남궁진아··예상욱 대표는 부부 최고경영자(CEO)다. 2015년 한국에서 처음 모바일 세탁 대행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업계 1위다.

세탁업의 새벽 배송, 스마트 팩토리 등 기술 혁신도 이어 가고 있다. 밤 12시 전에 세탁 서비스를 주문하고 문 앞에 세탁물을 걸어 놓으면 이틀 뒤 새벽 문 앞에 깨끗이 세탁된 옷들을 배송한다.

과거 동네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한 것을 배달해 주던 것과는 다르다. 물세탁, 이불 빨래, 명품 빨래, 신발 세탁 등 기본적인 과정부터 전문 세탁까지 모든 빨래를 다 해 준다. 얼룩 지우기, 반려동물 털과 보풀 제거, 수선도 가능하다.
“세탁 대신 ‘세특’ 하세요”…30년 혁신 무풍지대 바꾼 ‘세탁특공대’
사업 아이템 찾기 위해 아파트 입점 상가 살펴봐

이들이 부동산·음식·배달 등 수 많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중 ‘세탁’을 선택한 것은 투자자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 초기 투자자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오프라인에서 돈 벌고 있는 게 뭔지 주목하면 힌트가 보인다’고 조언하자 남궁 대표와 예 대표는 아파트 상가에 입주한 업종을 살펴봤다. 그 결과 슈퍼마켓·음식점·부동산중개업소·세탁소 등으로 좁혀졌다.

“음식 배달은 배달의민족, 부동산은 직방, 마트는 쿠팡 등 업계마다 O2O가 갖춰져 있었지만 골목마다 있는 세탁소는 아직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더군요. 마침 당시 미국의 ‘워시오(Washio)’라는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본격적으로 세탁업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남궁 대표는 지난 30년 동안 이렇다 할 혁신이 없던 세탁업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세탁업계는 오랜 시간 현금 거래로 이뤄지던 전형적인 블랙머니 마켓인데다 골목마다 파편화된 시장 구조여서 이를 플랫폼화하기로 했다.

세탁업을 해 보지 않은 만큼 세탁 공정을 고도화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처음에는 검증된 동네 세탁소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단순 중개 플랫폼 모델로 시작했다. 세탁소는 세탁에만 집중하고 워시스왓이 주문 접수, 고객 응대, 수거 배송 등 운영을 맡아서 했다.

하지만 주문량이 늘면서 세탁소에서 고객과 약속한 날짜를 지키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다.
워시스왓은 품질 향상과 관리를 위해 인센티브나 페널티 제도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20~30년 경력의 세탁소 사장님들에게 이를 납득시키기 어려웠다.

결국 남궁 대표와 예 대표가 세탁소에 상주하며 물건을 찾고 포장하고 고객의 요청 사항이 반영됐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둘은 전반적인 세탁 공정을 몸으로 익혔다. 세탁업을 제대로 알기 위해 방배동의 유명 세탁소를 인수하기도 했다.

“2년간 인수한 세탁소를 직접 운영하며 해외 대형 세탁 공장을 견학하고 핵심 직원을 도제 식으로 세탁 장인 밑에서 반년씩 공부도 시켰어요. 그 모든 과정을 경험하면서 결국 세탁 품질의 키는 공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시스왓은 노동 집약적인 세탁업을 기술 기반 사업으로 바꾸기 위해 세탁 공정의 자동화에 집중했다.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을 위해 세탁 공장도 직접 차렸다.
“세탁 대신 ‘세특’ 하세요”…30년 혁신 무풍지대 바꾼 ‘세탁특공대’
쿠팡 기틀 닦은 물류 전문가 대거 영입

작년 4월 세탁 공정의 자동화 솔루션을 직접 개발해 서울 독산동에 스마트 팩토리를 열었다. 이는 B2C 최대 규모의 스마트 팩토리다. 약 3000㎡(900평) 면적에 벨트컨베이어 방식의 설비를 갖추고 효율적인 세탁 동선을 짰다. 바림공장에선 하루 1만5000점 이상 세탁할 수 있다.

워시스왓은 하나부터 열까지 노동자가 관여하던 세탁과정을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스마트 공정과 새벽 배송, 물류 고도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세탁 공장에 웬 물류 고도화’라는 질문이 붙을 수 있지만 워시스왓은 쿠팡의 물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인재들을 대거 영입했다. 최정호 스마트팩토리 센터장은 예스24·11번가·쿠팡에서 물류센터를 설계하며 이커머스업계의 물류 고도화를 이끌어 왔다.

박영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쿠팡의 고속 성장을 이끈 ‘쿠팡맨’ 시스템을 도입한 주역이다. 이들은 세탁특공대의 세탁 공정과 서비스 운영 전반의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또한 모바일 세탁소의 핵심인 물류와 배송을 효율화하고 있다.

배송 동선의 효율화를 위한 전문 관제팀도 존재한다. 한국에선 유일하게 세탁-물류 실시간 연동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세탁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탁 프로그램을 26개로 표준화했다. 스마트팩토리에 들어온 세탁물의 종류에 따라 세탁 공정이 달라진다.

드라이클리닝·물빨래·손빨래·프리미엄 세탁에 따라 크게 4개 코스로 다시 나뉜다. 그다음 다시 색상·소재·오염 상태에 따라 한 번 더 세분화된다. 이후 공정들도 여러 단계에 따라 재분류된다.

건조 공정은 2개, 다림질은 3개 라인에서 분류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고객 요청 사항에 따라 보풀 제거나 추가 얼룩 케어 등 후 가공까지 마치면 검품 라인으로 넘어간다. 검품 라인으로 넘어간 세탁물도 품질이 기준 이하라면 다시 세탁 단계로 회귀시킨다.

특수 세탁을 위해 명품 세탁을 전문으로 하는 프리미엄 세탁 전문가, 패션 대기업 출신의 수선 전문가, 신발 세탁 전문가를 영입했다. 모두 20~30년 경력이 있는 베테랑이다. 그중에서도 얼룩 제거 전문가는 숙련된 기술로 얼룩만 제거한다. 세탁 전문가들은 창업 초기 강남과 용산에서 세탁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쌓아 온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다. 세탁소와 소비자 중개 서비스만 하던 당시 제휴 세탁소 사장님들을 세탁특공대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남궁 대표는 “영입된 세탁 전문가들은 홀로 1인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스타트업인 세탁특공대에 입사해 소속감도 느끼고 젊고 활기찬 분위기를 좋아한다”며 “무엇보다 세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가장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탁 공정을 내재화하고 물류 시스템을 고도화하자 대기업들의 협업 러브콜도 쏟아졌다. 지난해 7월에는 편의점 GS25의 세탁 서비스를 맡았다. 소비자들이 점포에 세탁물을 맡기면 수거해 세탁한 뒤 배송해 준다. 동네 상권을 꽉 쥐고 있는 당근마켓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챗봇, SK텔레콤 스마트홈 등에서도 세탁특공대 주문이 가능하다.

워시스왓의 다음 스텝은 지역 확장이다. 올해도 다양한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남궁 대표는 “규모만 성장하는 부박한 1등이 되지 않기 위해 올해는 기술 투자와 인재 채용을 통해 세탁 품질 공정과 서비스 경험 모두 작년보다 고도화할 것”이라며 “세탁 대신 ‘세특’하는 그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