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철학을 집대성한 평전

[서평] ‘경영의 신’에게 마지막으로 배우는 인생의 한마디는…
◆ 마음에 사심은 없다
기타 야스토시 지음 | 양준호 역 | 한국경제신문 | 2만원

[한경비즈니스= 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 일본에서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항공인터내셔널 회장(교세라 명예회장)은 1958년 11월 15일 가고시마 고향에 있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월급이 올랐다고 회사에 남게 되면 저의 신념이 무너집니다. (…) 부하 직원 중 여덟 명은 저를 따라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남자 일생의 중대사, 온 정성을 다해 일해 볼 생각입니다. (…) 아들 가즈오가 하는 일입니다. 2~3년 후에는 반드시 훌륭하게 성공하겠습니다.”

교토의 절연체 제조 기업인 쇼후공업에 입사한 뒤 3년 만에 새로운 기술 개발의 주역으로 떠올랐던 그였다. 하지만 곧 자신을 배제하고 견제하는 상사에 맞서 퇴사하기로 결심하고 뜻을 같이하는 직원들과 함께 교세라 창업을 결심한다. 혈기왕성하던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평전 ‘마음에 사심은 없다’에는 이나모리 회장의 젊은 시절, 퇴사와 창업을 앞둔 고민의 시기에 아버지에게 쓴 편지가 최초로 공개돼 있다. 일본 최고의 경영자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영자들이 존경하는 경영자로 잘 알려진 이나모리 회장의 저서는 많지만 그의 일대기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책은 유일하다.

최근 한국의 항공 기업 역시 비슷한 위기에 처했기에 일본항공(JAL)을 회생시킨 과정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거듭된 청을 몇 번이나 고사한 끝에 끝내 수락한 이나모리 회장은 무보수로 JAL 회장에 취임한다. 당시 그의 나이는 여든 살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그럼에도 그는 거침없이 JAL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 나갔다. 대규모 적자를 내며 법정 관리 대상이었던 회사는 1년 2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됐고 2년 8개월 만에 주식시장에 재상장했다. 그렇게 3년 만에 그는 목표한 바를 이루고 교세라 명예회장이라는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더욱 놀라운 일은 짧다면 짧은 이 시기 동안 ‘JAL의 철학’이 정립됐다는 사실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무엇보다 경영 철학을 강조하는 경영자다. 그는 기업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경영자가 올바른 인격과 철학을 갖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경영은 수장의 그릇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 그릇의 크기만큼의 기업밖에 만들 수 없기에 경영자가 먼저 자신의 인격을 먼저 갈고닦지 않으면 기업 역시 성장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한국 사회에 불거진 재벌 총수의 갑질 논란과 비교하면 그가 왜 존경받는 기업인일 수밖에 없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일하는 방식은 삶의 방식과 통합니다. 노동은 욕망을 극복하고 인간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닮아 있습니다.”

늘 ‘기본’을 중시해 온 그는 일과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자신의 인격 또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설립한 경영아카데미 세이와주쿠가 2019년 올해 마지막 강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그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 고비의 순간마다 매번 스스로에게 했다는 질문 ‘마음에 사심이 없는가’를 우리 스스로의 삶에서도 되짚어봐야 할 때가 아닐까.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7호(2019.06.03 ~ 2019.06.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