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 높지 않아…채권 투자는 한마디로 ‘계륵’
안전 자산 ‘채권’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한경비즈니스 칼럼=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2018 하반기 채권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5월 들어 가격 지표 변동성이 커지고 시장도 혼란스럽다. 무난하게 합의될 것으로 기대했던 미·중 무역 분쟁이 좌초되면서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만일 무역 분쟁이 전쟁으로 확산된다면 글로벌 경제는 현재 둔화(slowdown) 정도의 위험이 아닌 침체(recession)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다수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주식시장은 역사적 평균으로 주가지수(index)가 40~60% 정도 하락할 위험이 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유일한 투자 상품은 안전 자산인 선진국 국채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높았던 시기 3.2%대까지 상승했던 미국채 10년 금리는 5월 중반 현재 2.4% 내외에서 등락을 이어 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 금리 상단 2.50%보다 낮아 연내 Fed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기대를 70% 정도 나타내고 있다.

◆경기 침체 아니라면 추세적 금리 하락 제한

현재 금융시장 불확실성만 놓고 보면 안전 자산인 채권을 사두는 것이 보험적 성격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 이 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호주·캐나다·한국 등 건전성이 높은 선진국의 시장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연초 금융시장 안정을 지원하는 수준에서 통화 완화를 기대했던 시장이 실물 경기 부담까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까지 기대하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 중 중국 화웨이 제품 수입 금지 조치에 동참해 중국에 유제품 등의 무역 보복을 당한 뉴질랜드가 4월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호주 또한 고용 여건 개선이 이어지지 않으면 6월에는 금리 인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글로벌 경기 방향은 중앙은행들이 연초부터 빠르게 완화적 스탠스로 전환하면서 실물 경기 개선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2017년부터 부진했던 중국 경제와 주변 신흥국들이 재고 조정을 마치고 올해 1~2분기 반등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순환적으로 경기가 올라올 타이밍에 들어서고 있다.

최근까지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았던 유럽은 건설투자를 늘리면서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에 비해 주식시장 상승 기조가 이어지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의 위험이 높은 상황은 아니다. 경기 침체가 아니면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정책 기대가 일부 유입되고 시장 금리가 그만큼 하락했더라도 금리 하락 추세가 형성되며 안전 자산 선호가 지속될 수 없다. 쉽게 말해 주가가 계속 하락한다는 공포가 있어야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돈이 들어와 금리 하락(가격 상승)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 역시 작년 11월 부동산 과열과 가계 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반년이 지나지 않았다. 미·중 무역 갈등의 중간에서 한국 경제가 유탄을 맞고 있는 만큼 적극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금융 안정도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미·중 무역 분쟁이 현 수준에서 악화하지 않으면 한국의 금리 인하는 단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단기적 금융 불안 국면에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권 투자가 부각될 수 있지만 실제 금리 인하가 기조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현재 1차례 인하 기대를 반영한 채권 투자가 매력적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경기 침체가 아니고 금융시장 안정성이 존재한다면 채권 투자는 우량 등급의 고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채 정도를 관심 있게 볼 수 있다.

3분기까지 미·중 무역 협상의 추가 진행 여부를 점검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통화정책이 현행 수준을 유지하면 한국도 금리 인하 기대가 일부 약화하면서 금리가 상승해 채권을 싸게 살 기회 정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채권 투자는 한마디로 ‘계륵(鷄肋)’이라고 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6호(2019.05.27 ~ 2019.06.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