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실리콘 기술-무엇이 실리콘 이후 시대를 지배할 것인가
계속된 집적 기술을 통해 발전해 온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가 한계를 맞고 있다.
반도체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를 이끌어 온 컴퓨터 산업의 정체를 의미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실리콘 기판 위에 수천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새겨 넣음에 따라 끝내는 과도한 열이 발생해 기판을 태워 버릴 수 있다.
둘째,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계속해 줄이는 일은 물리학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재 기술로 기판에 새길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원자의 30배 정도다.
트랜지스터 크기가 원자보다 작아지면 전자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결국 새로운 소재를 활용한 포스트 실리콘 시대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리콘 반도체의 대안이 될 소재로는 두 가지가 유력하다.
하나는 탄소 나노튜브(carbon nanotube)이고 다른 하나는 그래핀(graphene)이다.
탄소 나노튜브는 탄소 6개로 이뤄진 육각형들이 균일하게 서로 연결돼 관 모양을 이루고 있는 원통형 구조의 분자다.
1998년 서울대 물리학과 임지순 교수는 전기적으로 전도체인 탄소 나노튜브가 10개 이상 모여 밧줄처럼 다발 구조가 되면 금속 성질이 없어지면서 저절로 반도체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실리콘 반도체보다 집적도가 1만 배 높은 소자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평가됐다.
흑연에서 발견한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고리처럼 서로 연결돼 벌집 모양의 평면 구조를 가지고 있고 원자 한 개만큼의 두께에 불과하다.
그래핀의 발견자 중 한 사람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그래핀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를 새겼는데 세계에서 가장 작은 실리콘 트랜지스터보다 30배나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