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정점·중국 리스크 본격화…선진국 주식과 국내 장기국채 ‘대안’
"예전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을 때 금융시장은 어땠습니까.” 아직도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11년 만의 금리 인상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이다.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법은 상당한 오류를 가져온다. 미국 경제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세 차례 금리 인상 시작 시점에서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예외 없이 기준선인 100을 강하게 뚫고 올라가던 경기 개선 초기였다. 시장은 금리 인상을 경기 회복의 시그널로 받아들였고 주가와 장기금리는 상승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다. 오히려 기준선인 100을 하향 돌파 중이다. 예전 같으면 금리를 인상하다가 멈춰야 하는 상황이다. 예전과 달리 미국 경제가 8~9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Fed)은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매파들은 버블이 만들어지기 전에 서둘러 기준 금리를 올리자고 주장한다. 반면 재닛 옐런 Fed 의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실업률을 장기 균형 수준(자연 실업률)보다 더 낮추는 오버슈팅 정책을 통해 고용과 물가 반등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미국 경제는 2016년을 정점으로 잠재 성장 능력이 둔화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과 Fed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정점은 내년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에 따라 정부 지출 급증과 노동 인력의 감소가 시작되면서 성장률은 내년을 정점으로 10년 동안 추세적으로 낮아진다는 전망이다. 순환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완화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말 미국의 기준 금리는 최대 0.75%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 반등 시 매도 기회
둘째, 경기 둔화가 진행 중인 중국 경제는 부실채권에 대한 은행들의 완충 능력을 감안할 때 아직 경착륙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까지는 신중한 추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의 민간 부채 중 81%는 기업 부채다. 경착륙은 부실의 신용 위험 전이 여부에 달려 있다. 2013년 말 중국상업은행의 부실채권 커버리지 비율, 즉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을 쌓고 있는 비율은 약 300%였다. 건전성이 높은 한국 은행들도 약 120~130% 수준이다.
하지만 이 비율은 1년 반 만에 190%로 급감했다. 부실채권 증가 때문이다. 추세를 감안할 때 1년 뒤인 내년 상반기 말에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수년째 120~130%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과 데이터의 신뢰도가 낮고 급감 추세인 중국을 동일하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경착륙 논란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셋째,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 소버린(국가 채무)에서 기업 부채로 바뀌었다. 3대 국제 신용 평가 기관 모두 ‘AA-’의 국가 신용 등급을 부여할 만큼 한국의 대외 부채, 단기 외채, 경상수지 등 핵심 소버린 지표들이 양호하다. 반면 정부와 민간 부문 간, 민간 부문(가계·기업) 내의 양극화는 심각하다. 과다 부채에 따른 민간 소비의 구조적 부진과 원화 강세의 누적 효과에 따른 수출 경쟁력 상실로 기업들은 내수와 수출 모두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변했다. 2014년에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대기업 매출 성장이 감소했고 이제는 중하위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상장 기업 중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의 비율은 35%에 달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정점 논란과 중국 경제의 신용 위험이 높아지고 대내적으로는 대선을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내년 하반기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자산 배분 전략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장기적으로 선진 통화 비율을 계속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 원·달러 환율은 중기적인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 달러 비율을 유지하되 엔과 유로 역시 추가 양적 완화 기대로 약세가 진행될 때마다 늘려 나갈 필요가 있다. 주식은 환위험을 헤지하지 않은 언헤지형 해외 펀드가, 채권은 선진 통화 표시 채권과 달러 표시 시니어론(뱅크론) 펀드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의 두 축은 여전히 선진 주식과 국내 장기국채다. 하지만 주식 등 위험 자산은 간헐적인 반등이 나타날 때마다 비율을 줄여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경기의 정점 논란과 중국 경기의 경착륙 이슈가 불거지기 전인 내년 1분기까지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제4차 양적 완화(QE4) 등 오버슈팅 정책, 유로존과 일본의 양적 완화 확대, 중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한 부양책 등이 반등의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국내 장기금리는 추세적인 하락이 예상된다. 내년 하반기에 한미 기준 금리의 격차는 1% 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 되면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더 내리기 쉽지 않다.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로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이 제로 금리나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내년 하반기에 미국 경제의 정점 논란과 중국의 신용 위험 문제가 겹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기준 금리 인하가 어렵다면 신용 위험과 경기 위험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금리는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신흥국 ‘공조’가 희망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있다. 이 같은 부정적인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금융 위기의 본질은 부채의 위기였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선진국들의 민간 부채가 정부로 이전되면서 선진국들은 재정 위기를 겪었다. 미국·영국·일본·유로존의 해법은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였다. 부채 축소 과정에서 내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다른 나라들의 내수를 빼앗아 오는 소위 ‘환율 전쟁’을 펼쳤다. 모두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진국들이 한숨을 돌리는 사이에 이번에는 그동안 전 세계 수요를 담당하던 중국 등 신흥국의 민간 부채가 급증했다. 하지만 신흥국들의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는 불가능하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이들의 양적 완화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뢰 및 통화가치 하락과 함께 자본 이탈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국에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진행되면서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 우려 없이 통화 완화(환율 상승)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공조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9월 고용 부진을 계기로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우려가 약해지면서 위험 자산의 단기 반등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 경제의 기울기가 완만해지고 있고 예전에 비해 중앙은행의 정책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은 반등의 지속성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 이사·숭실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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