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드론 비즈니스…1000여 대 중계 드론 띄워 인터넷 접속 확대

구글·페이스북 “드론으로 지구 덮는다”
전 세계적으로 드론(Drone)의 인기가 뜨겁다. 원래 드론이라는 단어는 벌이 왱왱거리는 소리라는 뜻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비행체를 의미한다. 현재 드론의 종류는 거대한 무인 항공기부터 손바닥만한 크기의 장난감까지 매우 다양하다.
드론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약 1910년대부터 군사용 무인 비행체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초창기 드론은 미사일 타격 연습용으로 사용됐지만 점차 항공 정찰이나 지상 폭격 등의 목적으로 확대됐다. 이후 드론은 1982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전쟁에 투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전장에 활용됐는데, 미국은 인명 손실을 막으면서 적을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드론의 장점에 주목해 2000년대 중반부터 군사용 무기로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처럼 군수용으로 사용됐던 드론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새롭게 주목 받았다.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려운 업무를 드론을 이용해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드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드론의 제조 기술이 보편화되고 가격도 한층 저렴해지면서 고가의 상업용 드론은 물론 개인들도 취미용으로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도 등장했다. 따라서 드론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첨단 기기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배송 전쟁의 미래 주역 ‘배달 드론’
드론 시장의 대부분은 여전히 군사용이지만 민간용 드론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을 지낸 크리스 앤더슨은 3D로보틱스라는 기업을 설립하고 첨단 기능이 탑재된 드론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중국의 벤처기업 DJI는 팬텀(Phantom)이라는 보급형 드론의 큰 성공으로 전 세계 최고의 드론 기업으로 거듭났다.
주요 제조 기업들 역시 드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드론을 중요한 미래 전략 제품으로 간주하고 있는 인텔은 지난 1월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닉시(Nixie)라는 벤처기업과 만든 새로운 형태의 드론을 시연했다. 이 드론은 평소에는 손목에 차는 밴드지만 필요할 때에는 셀카용 드론으로 변신, 공중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모바일 반도체 기업 퀄컴은 소비자들이 드론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발용 플랫폼 ‘스냅드래곤 플라이트’를 출시해 새롭게 드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드론의 인기가 치솟자 많은 기업들이 드론 시장에 주목하게 됐다. 특히 드론의 제작 및 판매는 물론이고 이를 자사의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드론이 보편화되는 시대가 닥치면 드론 자체보다 이를 이용해 기존 서비스를 보완하거나 혹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날 대표적인 드론 활용 분야는 공중 촬영이다. 드론은 기존의 헬리콥터나 항공기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 각종 장소를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 및 미디어 제작사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이제는 재해 현장, 스포츠 중계, 영화 및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드론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정찰 감시 및 농작물 관리 등 공중촬영의 수요가 한층 다양해지면서 보다 많은 분야에서 영상 촬영 드론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최근 배달 등 운송 서비스에서도 드론의 사용이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들어 많은 운송 기업들이 드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DHL은 ‘파슬콥터’라는 드론을 만들어 2014년 육지에서 12km 떨어진 섬에 의약품을 전달했고 UPS 역시 물류센터 간 운송에 드론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드론이 피자를 싣고 배달하는 영상을 공개한 피자 기업 도미노피자는 향후 몇 년 안에 실제 배달 서비스에 드론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가전 기업 소니 역시 로봇 기술 기업 ZMP와 공동으로 산업용 드론 ‘에어로센스(Aerosense)’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운송 등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많은 이들은 세계 최고의 온라인 유통 기업 아마존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3년 12월 드론이 주문 상품을 배송하는 ‘프라임에어’라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아마존을 설립한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는 드론이 트럭보다 더욱 빠르고 저렴하게 배송할 수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드론이 배송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드론 연구에 거액을 투자하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드론 배송을 시험하고 있는 아마존은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면 보다 다양한 운송 서비스에 드론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페이스북, 드론 업체 잇단 인수
한편으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 기업들은 드론을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2014년 구글은 태양광을 이용해 2만 m 상공을 비행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한 타이탄에어로스페이스(Titan Aerospace)를 인수했다. 전 세계 곳곳의 인터넷 접속 확대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룬(Loon)을 추진하고 있는 구글은 타이탄에어로스페이스의 드론에 통신 기기를 탑재해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연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 역시 구글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로젝트 룬과 비슷한 목적을 위해 ‘인터넷닷오아르지(Internet.org)’라는 법인을 설립한 페이스북은 최근 영국의 어센타(Ascenta)라는 드론 기업을 인수했다. 어센타가 만든 아퀼라(Aquila)라는 드론은 타이탄에어로스페이스의 드론과 마찬가지로 태양광을 이용해 최대 3개월까지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이스북은 지역 이동통신사와 협력해 향후 수년간 1000여 대의 아퀼라를 통해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추락·테러 이용 등 부작용 우려도
미래 드론의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교통 상황 및 재난 피해 관리, 치안 유지 등 많은 분야에서 드론이 필수 기기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됐을 때 미국 공군의 글로벌 호크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발전소 내부를 촬영하고 정보를 수집해 사후 대책 마련에 큰 도움을 줬다. 또한 뉴욕시는 감시 카메라 촬영이 어려운 범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찰용 드론을 시내 상공에 띄우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현장을 정밀 파악하기 위해 적외선이나 열상 카메라 및 특수 센서를 장착하거나 장비와 인력을 운반하는 기능 등이 더해지면서 드론의 사용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전 세계의 드론 산업 역시 10년 뒤에는 약 15조 원 이상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드론이 긍정적인 측면만 지닌 것은 아니다. 드론이 야기하는 새로운 문제점 및 악용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4년 미국 맨해튼에서 하늘을 날던 드론이 고층 건물에 부딪쳐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드론이 증가할수록 새나 고층 빌딩에 부딪쳐 추락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아무리 가벼운 드론이라도 공중에서 떨어지면 충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한편 드론을 해킹해 원격으로 조종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권총을 장착한 드론의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는 등 드론이 새로운 테러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사생활 침해 역시 드론의 심각한 위험으로 손꼽힌다. 첨단 카메라가 탑재된 초소형 드론이 등장하고 촬영 기술 역시 나날이 발전하면서 마음만 먹는다면 개인을 밀착 감시하는 게 이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러한 문제가 부각되면서 미국의 10개 주 의회는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드론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콜로라도 주의 디어 트레일이라는 마을에서는 드론을 사격해 떨어뜨리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이 고려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항공청 등 각국의 여러 기관들은 드론의 고도 및 운행 지역을 제한하는 등 여러 조치를 고심하고 있다.
드론의 대중화는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향후 IT는 물론 유통·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드론의 성능이 고도화되고 활용 범위가 확대될수록 드론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드론이 가져올 수 있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균형적으로 바라보고 합리적인 드론 사용을 고민할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
구글·페이스북 “드론으로 지구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