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계약자 중심인 ‘긱 경제’의 대표 사례…‘고용=기업’등식 이미 깨져
이러한 난관은 역설적이지만 ‘일자리=기업’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해결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과거와 같은 고용 방식이나 형태는 점차 유지되기도 어렵다.최근 중국발 충격이 세계를 강타하는 현실에서 해법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한 상태에서 공조 체제와 포괄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 지배 구조하에서 엄연한 현실은 이전투구적 경쟁과 대립이다. 이미 새로운 경제 질서는 본질적으로 다른 대응을 요구한다. 국가 중심의 중앙집권보다 분산 체제와 시장에 기반을 둔 민간 주도의 집합적인 대응과 참여가 절실하다. 다수의 바람이 있지만 이러한 염원은 기존 체제의 그늘에 가려 감지하기조차 어렵다.
기업은 더 이상 고용 창출 엔진 아니다
오랫동안 심각한 이슈로 대두된 고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고용=기업’의 등식은 이미 많이 약화됐다. 과거와 같이 성장 엔진으로서의 고용 능력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점차 극명해지는 모순은 노동시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청년 실업이나 레드오션에 내몰리는 은퇴 인구들은 한국에 특히 심한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고 하더라도 고용의 질이 형편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의 정규직 전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5년 상반기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은 68 대 32로 실질적 정체 상태다.
한편 임시 취업자(특히 시간제 근로)들은 일시적 실업률 하락에는 잠시 기여하지만 지속적인 성장 기반의 역할을 하기에는 토대가 취약하다. 더욱이 통계청과 중소기업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최근의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565만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에 속하며 이들 대부분이 음식·숙박 관련 영세 업종의 레드오션에서 고생함에 따라 3년 생존율이 53.9%에 불과하다. 임시방편의 조치가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된다기보다 사회적 비용과 부채 의존도만 높이고 미래 세대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 지향적인 패러다임 전환 차원의 지원을 통해 보다 건실한 생존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단임제 지배 구조하에서는 그 누구도 장기적 노력에 매달리지 않는다.
문제는 기업 부문이 고용 창출의 주요 엔진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해 가는 공백을 창업을 통해 채워야 하지만 준비가 소홀한 상태에서 일자리를 급하게 만들어 낸 결과가 엄청난 비용 증가를 통해 경제의 활력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본격화됨에 따라 자영업자 간 경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가계 부채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더 이상 사회적인 비용 요인을 관리할 독립적 주체가 실종 상태라는 점이다. 각종 재단이나 기금 형태의 지원은 있지만 사후 관리는 거의 실종 상태다. 문제를 알고 예상해도 임시 대응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수 없고 설상가상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만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될수록 기득권들의 보호 장치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지만 그들조차 와해성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존의 가장 견고한 근로 계층인 봉급생활자는 임금 피크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규직의 비중 감소와 함께 시간제와 비전형의 한시적 근로자 형태의 고용이 늘어가고 있다. 더욱이 은퇴 혜택과 의료비의 증가는 우발적 노동자(contingent worker)의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여러 가지 법적 보호 장치로 무장한 노동조합의 출현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직조차 점차 제도화되면서 노동시장의 경직성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이익 보호는 사회적으로 다른 구성원들의 질 나쁜 고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급기야 신규 고용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자리를 나눠 가지는(job sharing) 자본주의의 변형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난관은 역설적이지만 ‘일자리=기업’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해결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과거와 같은 고용 방식이나 형태는 점차 유지되기도 어렵다. 보다 정확히는 시장이나 기업의 수요 변화에 맞춰 일자리도 신속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해야 한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정규 고용직으로 수십 년 근속하던 근무 형태 대신 각자가 자기의 노동력을 플랫폼에 제공하는 ‘긱(gig) 경제’의 고용 형태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수십 개 플랫폼으로 글로벌 고객과 연결
‘인튜이트(Intuit) 2020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까지 노동자 중 독립 계약자의 비율이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는 한 직장에서 수십 년 근무하고 은퇴하는 일본 근로자들의 모습을 마라톤의 완주에 견줄 정도로 부럽게 바라봤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훌륭한 능력을 갖춰도 계주(relay) 선수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기 변신에 성공한 이에 한해 추가적인 계주 기회가 주어질 뿐이다. 전통적인 시장 참여자들 위주의 가치 생산이나 분배 과정이 분명히 와해되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은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요인의 발전이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긱 경제의 대표작인 피버(Fiverr)라는 플랫폼은 세계의 모든 개인들이 각자가 내놓을 수 있는 기술이나 제품을 내놓고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사이트다.
전 세계적 새벽 시장인 셈이다. 결제는 페이팔과 비트코인으로 이뤄진다. 출근해 근무하고 월급 받는 고용이 아니라 일종의 시장인 플랫폼에 연결돼 있고 플랫폼을 통해 수급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경제행위를 영위하는 방식이다. 한 개인이 수십 개의 플랫폼에 자신의 기술이나 특기를 알리고 글로벌 고객과 연결된다. 여기서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역할이 수시로 바뀐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시장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일방적이다. 하드웨어적인 연계성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은 역설적으로 e커머스 분야에서는 양극화와 편중화가 심화되고 있다. 연계성이 초래하는 일련의 질적인 변화에 대해 글로벌 차원의 대응이 강화되고 있지만 한국의 내수 및 서민 경제 분야는 점차 핵심 주도 세력에서 멀어지고 있다. 한국만의 안온한 배경을 과도하게 즐긴 결과다. 시대가 요구하는 개방 전략을 구사하기에는 과거의 패러다임이 진취적 창의성을 억누른 측면이 강하다.
현실적으로 와해성 변화의 시사점은 변화의 핵심이 연계성(connectivity)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응에 있어서도 연계성이 핵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모두가 기존의 이익 보호보다 새로운 이익 창출의 관점에서 적극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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