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중독 시대…여행 업계 다양한 디지털 디톡스 서비스 봇물

“너무 피곤해, 가상 세계에서 벗어날래”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차단된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유럽인들이 늘고 있다. 여행 업계도 ‘가상 세계의 피로감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디지털 디톡스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핀터레스트 등 한 개인이 관리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의 계정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오버 셰어링이 하나의 문화가 됐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디지털 의존성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키아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하루 평균 150회 이상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단식 혹은 금식을 택하는 유럽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보 놓치는 것 즐겁다”
아일랜드의 웨스틴 더블린 호텔은 투숙 기간 동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금고에 넣고 잠그도록 한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한 특단의 조치다. 본인의 선택이긴 하지만 갑작스레 스마트폰과 결별하게 된 고객들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호텔 측이 마련한 각종 보드게임 도구와 나무 심기 키트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숙소 주변을 산책할 수 있도록 제공된 걷기 지도를 손에 들고 스마트폰의 작은 창이 아니라 진짜 세계와 마주하기도 한다.

디지털 기기와 자발적으로 거리를 두는 대신 예전보다 활발히 몸을 움직이기도 한다. 뉴햄프셔의 포시즌 호텔은 해독을 위해 수영·요가·명상·스파·산책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온라인 게임 대신 테니스나 산악자전거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의 게시물에 즉각적으로 댓글을 달거나 모바일에 뜬 가십성 기사들을 읽으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활발한 신체 활동을 통해 심신을 회복하고 일상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을 찾고자 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고성을 개조한 이탈리아의 호텔이나 스위스의 산골 마을 리조트 등 디지털 디톡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일부 호텔은 전자 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숙박료를 할인해 주는 식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디톡스 캠프에 참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영국에선 런더너 루시와 비키가 만든 ‘언플러그드 위켄드’가 인기다. 두 창업자는 사하라 사막에서 여행을 하던 중 의도하지 않게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하게 됐고 이를 사업화했다.

이 캠프는 영국에서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브레콘 비콘스 등 전원에서 주말을 보내면서 디지털 중독 현상을 치유하고자 한다. 캠프가 진행되는 24시간 동안 디지털 기기는 이른바 블랙박스에 일괄 보관되기 때문에 사용 금지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한 10대 청소년부터 하루의 대부분을 전자 기기와 함께 보내는 30, 40대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는 이 캠프는 자신의 디지털 중독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캠프 참가자들은 아침 7시부터 야외에서 요가와 명상을 한 후 산책, 웃음 치료 등에도 참여한다. 목욕이나 나무 공예 작업 등을 하면서 자연과 친숙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의 고립을 두려워하는 포모(Fomo:피어 오브 미싱 아웃) 대신 정보를 놓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조모(Jomo:조이 오브 미싱 아웃)를 택하는 이들이 증가함에 따라 해당 비즈니스는 해마다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객원기자 vitamj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