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한 번꼴 백악관 방문…싱크탱크 등 140개 단체 자금 지원

베일 벗는 구글의 ‘로비 파워’
미국 기업 가운데 로비 자금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어디일까. 인터넷 업계의 거인 구글이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로비 업체들이 몰려 있는 ‘K스트리트’에는 구글에 의해 고용된 로비스트가 100명이 넘는다. 미국 책임정치센터에 따르면 2014년 구글이 로비에 사용한 자금은 1683만 달러로 2010년보다 세 배 증가했다. 타임워너와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로비 자금을 지출한 미 최대 케이블 업체인 컴캐스트(1697만 달러)와 맞먹는 금액으로 미국 기업 최대 규모다.

미국에서는 선거는 물론 일상적인 정치나 정책 등에서도 돈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로비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다. 지난 3월 말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2013년 미 연방무역위원회(FTC)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구글이 당시 백악관과 FTC를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백악관 방문 기록을 조사한 결과 FTC가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마무리할 무렵 2012년 말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는 FTC 고위 관계자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피트 라우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선임 고문을 만났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구글 임직원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오바마 선거 캠프에 둘째로 많은 돈을 기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고 몇 주일 후에는 구글의 로비스트 요한나 셸턴과 반독점법 담당 변호사가 백악관에서 오바마의 선임 고문을 만난 사실도 드러났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2013년 1월 FTC는 구글의 위법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구글 임직원이 백악관을 방문한 횟수는 230회에 이른다. 1주일에 한 번꼴이다.

구글이 자금을 지원하는 각종 단체는 140개에 이른다. 여론이나 정책 제언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싱크탱크 및 대학 연구소 등에는 젊은 ‘구글 장학생’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구글의 인터넷 시장에 대한 ‘독점적인 ‘지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냈던 헤리티지재단과 게이토 등 싱크탱크들이 지난해 구글로부터 수십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은 뒤 호의적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연봉 7배 주고 모건스탠리 CFO 영입
구글의 파워는 월가를 위협할 정도다. 구글은 지난 3월 말 새로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모건스탠리의 2인자인 루스 포랫 CFO를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포랫 CFO는 28년간 모건스탠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월가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여성이다. 구글은 포랫 CFO에게 내년까지 7000만 달러(약 780억 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포랫 CFO가 모건스탠리에서 받은 연봉의 7배에 달한다.

구글의 지난해 순이익은 144억 달러(약 15조 원), 현금 보유액은 670억 달러(74조 원)에 이른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구글의 무인 자동차 사업 진출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의 한 로펌 관계자는 구글은 무인차 사업을 위한 각종 새로운 정책 도입과 기존의 규제 완화 등을 위해 이미 물밑에서 엄청난 로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이 비즈니스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구글을 ‘거인’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