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라이벌 산토리·아사히 공방…시장 커지며 경쟁 불붙어
마셔도 취하지 않는 무알코올 음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입소문과 함께 선호도가 커지면서 업계의 대응이 한층 빨라지는 추세다. 3~4년 전 무알코올 맥주가 붐을 이룬 후 단기간에 진짜 술을 위협하며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다. 술을 멀리하는 남성을 비롯해 여성·고령 인구의 수요와 가족 여행 등에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분과 칼로리가 낮아 건강을 챙기려는 관심사와도 일치한다. 분위기도 살리고 건강까지 챙기는 식이다. 비단 일본만이 아니다. 유럽 등 서구 선진국에서도 무알코올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무알코올 시장은 2009년 개막됐다. 성장세는 가팔랐다. 대표 품목은 무알코올 맥주다. 기린의 무알코올 맥주는 2012년 히트 상품에 오르기까지 했다. 최근 주춤하긴 했지만 매년 꾸준히 늘며 점유 비중이 5%대까지 뛰어올랐다. 전망은 밝다. 낮은 도수의 술을 즐기려는 음주 문화의 확산 속에 건강 지향성에 제격인 아이템이다. 2월엔 무알코올 음료(2종류)에 ‘특정 보건용 식품’ 표시 허가까지 나 건강성을 검증받았다.
종류는 많다. 맥주 회사뿐만 아니라 소주·음료 메이커까지 무알코올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맛이 세분화된 결과다. 맥주는 물론 칵테일·와인 등의 풍미를 내세운 것도 적지 않다. 선두 주자는 기린이다. 출시 첫해 예상을 훨씬 초월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무알코올 붐을 이끌었다. 내수 축소에 고전하던 주류 업계로서는 오랜만의 오아시스로 해석됐다. 이후 패권은 산토리가 장악했다. 2010년 출시한 알코올·칼로리·당질 모두를 제로로 한 ‘올프리’로 업계 1위에 올랐다. 2014년 720만 상자를 판매했다. 아사히는 2009년 ‘포인트 제로’와 2012년 ‘드라이 제로’를 연이어 내놓았다. 2014년 630만 상자로 2위에 랭크됐다.

업계의 대응은 전략적이다. 장기 생존을 위해 무알코 올 음료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한몫했다. 무알코올 맥주의 1차적인 공략 대상은 젊은 현역 인구다. ‘맥주=청춘’의 이미지가 자연스럽다. 고령 인구의 맥주 소비는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변화를 보건대 고령화는 불가피하다. 즉 갈수록 맥주 소비의 감소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무알코올의 존재 가치가 부각된다. 무알코올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하는 이들을 포함해 환자·임산부 등 폭넓은 고객 발굴이 가능해진다. 고령 인구의 틈새 수요도 창출된다. 금주·절주를 요구받는 노인 인구 중 일부가 무알코올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무알코올 시장의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인 셈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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