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전 회장, 제3대 금융투자협회 회장 당선

황영기 당선자는 비교적 손쉽게 협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황 당선자가 ‘자본시장에 활력을 되찾아 줄 적임자’라는 공감대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돌아온 검투사’…힘 있는 협회 만든다
황영기 KB금융지주 전 회장이 제3대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1월 20일 서울 여의도 협회 빌딩에서 164개 회원사 대표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 50.69%를 득표한 황 전 회장을 차기 협회장으로 선출했다.

황 당선자는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됨에 따라 서울 여의도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2004년 삼성증권 대표직을 끝으로 증권가를 떠난 지 11년 만이다. 황 당선자의 득표율 50.69%는 당초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업계에서는 당초 황 당선자를 ‘2강 1중’ 중 ‘1중’으로 보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당선자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달성해 2차 투표를 가지 않고 비교적 손쉽게 협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증권·은행 아우르는 ‘스타 금융인’
그 이유는 황 당선자가 ‘자본시장에 활력을 되찾아 줄 적임자’라는 공감대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황 당선자도 개표 직후 한 인터뷰에서 “금융 투자 업계가 모두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대외 협상력을 발휘하고 자본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힘 있는 협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 철폐를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한편 금융 투자자를 보호하는 자율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황 당선자는 설득력 있는 화술과 세련된 매너, 두터운 인맥을 갖춘 스타 금융인이다. 그러면서도 과단성 있는 성격 때문에 ‘검투사’라는 별명이 따라 붙는다. 그는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에 입사했다가 대리 때 그만두고 영국으로 유학 갔다. 석사학위를 받은 뒤 뱅커스트러스트은행에 취직했다가 삼성으로 복귀했다. 그는 이후 삼성그룹을 그만둘 때까지 이건희 회장이 중요한 인물을 만날 때마다 통역을 도맡았다.

이후 황 당선자는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은행권에 발을 내디뎠다.

황 당선자가 가장 큰 위기를 겪었던 것은 2009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했을 때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 파생 상품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금융 당국이 사퇴를 종용했다. 그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3년간의 재판 끝에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금융투자협회 새 수장인 황 당선자에게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자본시장의 규제 완화를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황 당선자는 “협회가 단순한 친목 단체가 아닌 만큼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통해 회원사의 고민을 풀어가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금융시장 파이가 커지면 세수도 늘어나게 된다는 걸 지속적으로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