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다시 한 번 활력을 되찾고 세계 산업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제조업의 진화가 있다.
SONY DSC
SONY DSC
이용성 한글라스 대표이사 사장

1966년생. 한양대 경영학과 졸업. 1991년 한국 다우코닝 입사. 2005년 다우코닝 건축용 실리콘 글로벌 전략 마케터. 2010년 한국 다우코닝 상무·아시아 태양광 사업부 리더. 2011년 한국 다우코닝 대표이사 사장. 2014년 한글라스 대표이사 사장(현).



한국의 제조업이 위기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조선·철강·정유·석유화학·자동차·반도체·휴대전화 등 다양한 분야 제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 원자재 가격 변동, 국제분쟁 등 다양한 외부 위험 요소와 계속되는 국내 소비 부진, 불황형 경쟁 심화 등 내적으로도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 결과 한국의 제조업은 조금씩 성장 모멘텀을 잃어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종종 들린다.

반면 정보기술(IT)과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선진국들은 오히려 제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이는 특히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피부에 와 닿게 느낄 수 있다. 애플은 맥프로 등 자사의 고가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기 시작했고 구글 또한 자사의 레퍼런스 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며 이를 적극 홍보에 활용했다. 이 밖에 전기차 제조 기업인 테슬라가 미국 내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발표하는 등 지금 미국은 가히 신제조업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또한 정부 주도로 제조업 부활에 사활을 걸고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왜 다시 제조업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정답은 명쾌하다. 제조업은 광복 이후 한국 경제를 먹여 살려 온 핵심 산업이며 지금도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청년 실업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제조업만큼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업종은 없다. 또한 제조업은 산업 전반의 기초가 되는 만큼 다른 분야에도 파급되는 영향력이 크다. 성장하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서비스업과 IT 산업까지 더 크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육성도 물론 한국에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한국이 향후 산업 전반에 걸쳐 성장 동력을 잃지 않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육성 또한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두 산업이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조업의 부활은 단순히 과거에 활발하던 제조업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ICT 산업이 더 고도화돼 가듯이 제조업 또한 더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필자가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한글라스가 지난해 11월 고기능성 코팅 유리 공장을 설립한 것도 이런 제조업의 진화와 무관하지 않다. 유리 제조라는 기간산업 또한 기술력이 결합하며 에너지 절감, 실내 온도 유지, 미관 개선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 산업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제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금까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한국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해 왔다면 이제는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유비쿼터스·클라우드·사물인터넷까지 IT의 흐름 또한 이러한 기반을 만드는 제조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다시 한 번 활력을 되찾고 세계 산업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제조업의 진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