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는 계속된다 ‘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안진환 옮김┃280쪽┃1만5000원

폴 크루그먼이 1999년 펴낸 ‘불황경제학’을 2009년의 상황에 맞게 재개정한 책이다. 출간된 지 5년이나 지난 책이 재출간됐지만 경제를 보는 저자의 시선과 분석에 여전히 관심이 쏠리는 건 세계경제가 언제 회복될지 모를 대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세계경제는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절체절명의 분수령을 맞고 있다. 무한정 돈을 풀어내 경기를 살렸던 미국의 비전통적 완화 정책은 이제 금리 정상화의 수순을 남겨 놓고 있다. 강달러화 기조와 신흥국의 자본 유출, 유럽의 저성장과 어떤 후유증을 낳을지 모를 일본의 저환율 정책, 여기에 중국의 경착륙설까지 더해지면서 세계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일찍이 이러한 세계경제 침체에 대해 “현대의학에 의해 박멸된 줄 알았던 치명적 병원균이 기존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형태로 재출현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크루그먼은 이어 “대공황이 우리 할아버지들에게 분명히 가르쳐 준 교훈들을 다시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자유주의가 대세로 자리 잡은 주류 경제학계가 케인스의 목소리를 다시 상기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크루그먼이 지적한 치명적 병원균은 1990년대 말 아시아를 덮쳤던 경제 위기를 말한다. 1930년대에 대공황을 겪은 정부·금융회사·경제학자들은 이제 시스템에 의해 그러한 경제공황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하루아침에 최대 호황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일본도 1990년대 대부분을 케인스 시대에 겪었던 것과 유사한 경제적 덫에 걸려 허우적거렸고 과거 공황의 진원지였던 미국마저 2008년 들어 재앙적인 금융 위기를 맞았다.

그렇다면 크루그먼이 말하는 ‘불황의 경제학’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주류 경제학은 재화의 공급에 초점을 맞췄다. 공급만 충분하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뜻이다. 하지만 넘치는 공급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후퇴의 늪에 빠지고 있다. 크루그먼은 이에 대해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수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황을 경기 회복의 필연적 결과로 볼 것이 아니라 변방에 버려져 있던 ‘경기 후퇴’에 경제학 연구의 초점을 돌려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학 책이라고 해서 어려운 전문 용어나 무슨 뜻인지도 모를 그래프가 점령한 책은 아니다. 그 대신 라틴아메리카·일본·아시아·미국·그림자 금융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설을 읽듯 편하게 읽혀 경제학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위기의 시대는 계속된다 ‘불황의 경제학’
이동환의 독서 노트
위기의 시대는 계속된다 ‘불황의 경제학’
‘가슴이야기’
여성의 가슴에 닥친 위기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강석기 옮김┃엠아이디┃460쪽┃1만6000원

포유류란 생물학적 명칭은 어미가 자식에게 젖을 준다는 의미다. 인간도 포유류다. 그러나 인간의 가슴은 수유를 뛰어넘는다. 우리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유인원이나 영장류도 가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들은 아이에게 수유할 시기에만 가슴이 솟아난다.

그리고 수유가 끝나면 다시 원래의 납작한 모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인간의 여성은 사춘기 이후 솟아오른 가슴을 상시적으로 유지하는 유일한 유인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인간 여성의 가슴은 왜 항상 봉긋이 솟아 있을까’ 하는 질문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런 진화의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진화생물학자나 사회생물학자는 이런 가슴을 남성이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즉 여성의 가슴이 시각적으로 남성을 자극한다는 뜻이다. 여성의 큰 가슴은 “난 성숙하고 건강하고 또 엄마가 될 준비가 다 돼 있어요”라고 외치는 신호(signal)로 여겨진다. 그러나 저자는 시각적으로 겉모양만 보기보다 그 속에 있는 내용에 주목하라고 주장한다.

사람의 모유는 자연계의 어떤 식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식품이다. 모유에는 병원균을 죽이는 성분을 포함해 수백 가지의 영양 성분이 들어 있다.

모유는 의약 성분과 영양 성분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맛도 좋다. 그런데 최근 우리를 놀라게 하는 뉴스가 나왔다. 육상 포유류의 젖에서 산업용 화학물질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모유 수유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모유 수유는 산업사회의 산업 쓰레기들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아주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수유하던 저자는 자신의 젖 성분을 분석해 봤다. 역시나 여러 가지 화학성분이 검출됐다. 가슴에는 지방이 있기 때문에 지방을 좋아하는 화학물질인 독소도 들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독성 물질이 당연히 모유에 들어가게 되고 이 독성 물질은 수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돼 지능지수 저하와 면역력 손상, 암, 심지어는 행동 문제도 일으킨다.

가슴에 닥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임신을 했건 하지 않았건 여성의 가슴은 매달 적게나마 조직화되고 느슨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가슴이 이렇게 동적으로 변하는 기관, 즉 세포분열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기관이다 보니 암이 잘 생길 수밖에 없다. 여성의 아름다운 가슴은 오늘날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위기의 시대는 계속된다 ‘불황의 경제학’
입사 1년 차 직장 사용 설명서

비좁은 취업 관문을 뚫고 직장에 들어가도 막상 직장 생활에 만족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고 상사도 마음에 들지 않고 조직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품었던 원대한 꿈은 어느새 사라지고 ‘먹고 살려면 하루하루 버텨야지’ 같은 하소연을 하게 된다. 그저 그런 월급쟁이로 평생을 살지 않으려면 입사 후 1년 안에 ‘될성부른 떡잎’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삼성그룹의 인사 분야에서 사원부터 임원까지 경험한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직장 생활의 노하우를 집대성했다.
조영환 지음┃북오션┃280쪽┃1만5000원



위기의 시대는 계속된다 ‘불황의 경제학’
대한민국 주식투자 100년사
역사는 반복되고 주가 등락에는 법칙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보지 못하고 언제나 실패를 반복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역사야말로 올바른 투자의 감을 익히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한국 1세대 증권맨 윤재수. ‘대한민국 주식투자 100년사’는 1976년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 놓고 40년 가까이 한국 주식 역사를 지켜본 그가 100년 동안 한국 증시를 요동치게 한 97개의 사건들을 선별하고 그 전후로 주가가 어떻게 변했는지 해석한다. 주요 투자 사건들의 생생한 복기는 한국 경제의 흥망성쇠를 한눈에 보여준다.
윤재수 지음┃길벗┃476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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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경영과 마케팅

국내 1호 박물관 경영학 박사이자 문화예술 경영인이 가장 신뢰하는 박물관 경영학 전문가인 저자가 오랜 기간 박물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박물관 정의와 역사, 유형과 기능 등 체계적인 기초 이론과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박물관 경영과 마케팅 최신 사례를 제시한다. 박물관학·문화예술경영 입문자,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 그 밖의 모든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국내 최초 본격 박물관 경영 연구서다. 저자는 국내 첫 박물관 경영학 박사로 현재 서강대 지식융합학부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교수다.
이보아 지음┃김영사┃340쪽┃1만80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