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대중화로 새로운 전기 맞아…관련 애플리케이션도 우후죽순
누구나 한 번쯤 소셜 네트워스 서비스(SNS)나 웹 사이트 등을 통해 사주나 신년 운세, 오늘의 운세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번호 같은 개인 정보를 제외한 몇 가지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부담도 적다. 전화해 예약하고 직접 찾아가 물어봐야 했던 ‘점’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람들의 일상과 더 가까워졌다.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결혼하기 좋은 날, 이사하기 좋은 날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바로 여러 개의 연관검색어와 관련 자료들이 뜬다. 인터넷을 통해 보다 손쉽게 ‘길일’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점의 종류 역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다양화·세분화된 점 산업
과거에는 가족의 일에 대해 고민하고 아이 이름을 짓기 위해 점집이나 역학연구소를 찾아가는 중·장년층이 주요 고객이었다. 집안에 우환이 있을 것 같으면 부적을 쓰거나 굿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주요 고객층이 20~30대로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이른바 ‘점 산업’도 변화하고 있다. 사주카페·타로점집 등으로 외형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다루는 점의 유형도 손금(수상)·육임·육효·관상 등으로 굉장히 많아졌다.
특히 관상은 2013년 9월 개봉됐던 한재림 감독의 영화 ‘관상’이 관객 913만 명을 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하면서 흥미를 끌기도 했다. 이후 2013년 11월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관상 특집’을 편성하면서 한 번 더 주목받았다. 이화여대 앞에서 17년째 사주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명희 역술가는 “원래 사주와 관상은 따로 봐 줬었는데 점점 관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최근 사주를 볼 때 관상도 함께 봐 준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 있는 수월당은 인터넷에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블로그도 개설해 신점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까지 불러들이고 있다. 수월당 관계자는 “블로그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그래서인지 20~30대 손님들도 꽤 많이 온다”고 말했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남녀 1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명이 점이나 사주를 본다고 한다. 또 한국역술인협회는 한국에서 점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4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점 산업의 규모는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인터넷의 발달로 급속히 늘어난 온라인 점 산업의 규모를 살펴보면 연 2조 원에 달한다.
인터넷을 넘어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점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신년 운세부터 궁합까지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토정비결’로 검색하면 260여 개의 앱이 검색된다. 같은 방식으로 티스토어에서 검색하면 689개의 앱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사주’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1000개가 넘는 앱이 검색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다운로드를 기록한 FRIEND의 운세·사주 관련 무료 앱은 250만 명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내려 받았다. 소프트체이서의 ‘지피지기’ 유료 앱은 8000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1만 명이 내려 받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스마트폰에 운세 관련 앱을 받아 사용해 봤다는 김지영(24) 씨는 “아무래도 무료인 데다가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결과를 쉽게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나중에 두고두고 참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터넷과 앱의 발달이 영향을 미쳤는지 한때 ‘사주카페의 메카’로 불렸던 이화여대 앞의 가게들도 5년 만에 10곳이 넘게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심각한 청년 실업과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 때문에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월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및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9%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나아질 기미가 없는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대학교 졸업을 앞두거나 혹은 이미 졸업한 20대들이 점집과 역학연구소를 찾고 있다. 이명희 역술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끼리 재미 삼아 사주를 보러 오는 일이 대다수였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부쩍 어머니를 모시고 와 자신의 진로와 ‘관운(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운)’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20대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정문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에로스 사주카페는 간판에 한글보다 일본어가 더 크게 적혀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적는 종이 역시 모두 한자로 인쇄돼 있다. 김현민 역술가는 “많을 때는 평일에도 역술가 한 사람당 10테이블씩 맡는다”며 “하루에 찾아오는 사람들 중 최소 절반은 일본인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 이 카페에 가 보니 11시 10분에 이미 8테이블에 손님이 와 있었고 그중 4테이블이 일본인이었다.
일본인 관광객 많이 찾아
에로스 사주카페 관계자는 “일본에도 오사카·요코하마 등에 사주카페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에서 본 자신의 사주는 어떤지 궁금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식들의 사주를 보려고 들렀다는 스즈키 리에(45) 씨는 “여행 책자에 소개돼 있어 호기심에 찾아왔다”며 “일본어를 잘하는 역술인이 있어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페에 상주하는 역술가 서너 명 중 일본인 담당 역술가가 1명이기 때문에 관광객은 예약이 필수다.
앱의 발달로 사주를 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사라져 직접 사주카페를 찾아가는 경우도 생겼다. 내키지 않아 하는 남자 친구를 끌고 갔다는 정수민(27) 씨는 “남자 친구가 툭하면 인터넷에 떠도는 운세를 알려줬다”며 “그렇게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를 듣는 것보다 차라리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은 전문가에게 듣고 싶어 직접 찾아갔다”고 말했다. 신점을 보는 점집이나 역학연구소에 가면 기본 복비가 최소 3만~5만 원부터로 비용이 상당한데 사주카페는 1만~2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한편 역술가를 희망하는 사람의 연령대도 젊어지고 있다. 한국역술인협회 부설 관인 한국역학대학철학학원에서 5개월에 한 번씩 역학 수강생을 모집한다. 역술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한국역술인협회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60대가 가장 많고 위로는 80대까지 수강한다”며 “최근 들어 20대까지 연령대 폭이 확 넓어졌고 20대 수강생이 실제로 자격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굳이 역술가가 되려고 하지 않더라도 흥미를 느끼거나 호기심 때문에 독학으로 배우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교보문고에는 총 180여 종류의 명리학 서적이 구비돼 있다. 서점에서 명리학 서적을 고르고 있던 박상진(32) 씨는 “사업을 구상하느라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예약하고 찾아가 묻는 것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 책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서양의 점술 방식인 타로점도 독학하는 사람이 많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만 1000여 개가 넘는 타로 관련 인터넷 카페 중 가장 많은 회원을 거느린 ‘타로클럽’의 회원은 2만7000여 명이다. 타로카드의 해석 상담부터 타로카드 연구, 타로점 관련 구인구직까지 다양한 정보가 오간다. 타로점 역시 역학처럼 자격증이 있는데, 국제공인타로마스터(CTN)를 획득한 최정안 타로마스터가 운영하는 타로스쿨에서 시행한다. 수습 타로리더 자격증을 딴 사람 중에 개인 취미로만 즐기는 사람들도 여럿 된다.
이시경 인턴기자 c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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