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반등 사례의 학습 효과…주식 선호 계속될 듯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대립이 서방국가로의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내전 개입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추가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동시에 코스피도 연고점 경신 이후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이러한 지정학적 이슈가 조정의 빌미로 작용했다.

주목할 점은 2010년 이전 미국이 개입했던 세 차례 공습(1990년 걸프전, 2001년 아프가니스탄 공습,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과 한국의 주가 추이를 보면 전쟁 발발 이전 또는 개시 직후 저점을 형성하고 반등세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전쟁 발발 시 개전 초기가 ‘저점’
올해 초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위험 자산 투자 심리가 위축됐을 당시에도 비슷했다. 사태 발생 3일 후 주가를 보면 선진국과 이머징에서 각각 1.6%, 2.1% 하락했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난 시점에는 오히려 각각 3.2%, 2.2% 상승했다. 특히 2014년 1월에는 중국 경착륙 우려와 함께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정치적 불안과 금융시장 혼란을 겪으며 선진국 대비 아시아 신흥국 주가가 부진했다.
[투자의 맥] 지정학적 리스크는 ‘저가 매수’ 기회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중국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유효하고 아시아 신흥국 경제 개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정학적 이슈 발생 시 과거와 같이 선진국 대비 신흥국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2000년 이후 코스피는 지정학적 리스크 발발 시 하락한 이후 점진적으로 낙폭을 만회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또한 과거의 학습 효과가 쌓이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주식시장의 반응도 낙폭이 축소되고 하락 기간도 점차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와 이라크 사태는 당분간 반복적으로 코스피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과거 학습 효과를 감안할 때 저가 매수의 기회로 인식될 수 있어 제한된 하락 이후 반등 시도가 다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코스피의 업종별 주가 등락률을 좀 더 자세히 보자. 사태 발생 2주 후에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한 달 뒤 주가를 보면 경기 민감 업종에서 큰 폭의 반등세를 보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리비아 내전 발생 이후 2주간 화학(-1.0%)·철강금속(-3.0%)·비금속광물(-1.0%) 업종 등은 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한 달 뒤에는 화학(+7.5%)·철강금속(+5.5%)·비금속광물(+2.9%) 업종순으로 큰 폭 반등했다. 2013년 미국의 시리아 공습 우려 당시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리 반영되며 공습 우려가 불거진 이후 주가는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4년 2월 우크라이나 시위가 격화된 이후 한 달 뒤 주가 흐름을 보면 비금속광물(+15.1%)·건설(+9.3%)·은행(+8.8%) 등 경기 민감 업종의 반등 폭이 크게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정학적 우려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위험 자산인 주식에서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8월 들어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모두 유출됐다. 그러나 가장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머징 주식형으로는 견조한 자금 유입이 지속됐다. 이머징 주식형은 이머징 전반에 투자하는 글로벌 이머징 마켓(GEM) 펀드와 중국·한국 등 아시아(일본 제외)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서유럽 주식형 펀드로의 신규 자금 유입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은 이머징 지역으로의 자금 유입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시적인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추세적으로 위험 자산 회피,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아람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