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수시 채용’ 분위기도 확산
달콤한 여름방학이 지나가고 어느덧 2학기가 시작됐다. 2학기 시작과 함께 하반기 채용 시즌도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몸과 마음이 바빠질 시점이기도 하다. 취업 목표를 세웠다면 희망하는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고, 아직 진로를 설정하지 못했다면 올 하반기에 나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다짐해야 할 시기다.막바지 취업 열의가 불타는 시기다. 기업들은 하반기 채용 규모와 시기를 속속 발표하고, 덩달아 취업준비생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고졸 취업을 준비하는 특‧마고 학생들 역시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달콤한 여름방학에도 학교에 나와 교내 취업캠프, 자소서 쓰기, 면접 준비 등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취업을 위해 무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취업담당 교사들도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취업담당 교사는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대부분 상반기에 취업을 했다”며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하반기에 발표되는 기업 공채나 중소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라고 전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등 대기업들의 올 하반기 대졸 채용은 전년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만260명을 채용한 이들 기업은 올해 2만400명 이상 채용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하반기 1190명의 대졸 채용 계획을 내세워 작년 하반기(1008명) 대비 소폭 늘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의 하반기 대졸 공채가 활발한 가운데 고졸 채용규모는 8월 현재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곳이 많다. 기업들 역시 아직은 하반기 고졸 채용규모나 일정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고졸 채용규모가 줄어들었고, 하반기에 뽑을지 안 뽑을지 정확히 결정된 바가 없어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 2곳 중 1곳 “하반기 고졸 채용 한다”
올해 하반기 고졸 채용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기업들의 분위기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 8월7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183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고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살펴보면 50.8%가 ‘하반기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설문에 참여한 기업 2곳 중 1곳에서 하반기 채용을 한다는 뜻이다. 올해 하반기 채용 규모가 상반기보다 ‘증가 예정’이라고 답한 기업이 51.6%로 ‘감소 예정’(9.7%)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임민욱 사람인 홍보팀장은 “은행이나 대기업에서 발표하는 고졸 공채뿐만 아니라 중견 기업에서도 고졸 채용을 하는 곳이 많다”며 “설문에 참여한 기업 중 올해 상반기에 채용을 완료한 기업들을 제외한 절반은 하반기에 고졸 채용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이유로는 ‘학력보다 능력이 중요해서’(50.5%,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전문지식이 필요한 직무가 아니라서’(29%), ‘더 많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17.2%),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서’(12.9%), ‘이직률이 낮을 것 같아서’(8.6%) 등의 순이었다.
한편 고졸 신입 채용 예정 분야는 ‘제조·생산’(48.4%, 복수응답), ‘서비스’(14%), ‘영업·영업관리’(10.8%), ‘재무·회계(8.6%)’, ‘구매·자재’(5.4%), ‘연구개발’(5.4%), ‘디자인’(5.4%), ‘IT·정보통신’(5.4%) 순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특성화고 취업 분위기는 ‘냉랭’
하지만 설문조사에 응한 기업의 절반이 하반기 고졸 채용을 한다는 결과와는 반대로 특성화고 취업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은 상태다. 수도권의 한 특성화고 취업진로 교사는 “작년에 비해 기업들의 고졸 채용 분위기가 주춤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대졸을 포함한 전체 채용은 늘어날지 몰라도 고졸 채용에서는 오히려 작년에 뽑았던 기업에서 ‘올해 채용이 없다’는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모 대기업과 ‘1사 1교’ MOU를 체결해 학생들을 많이 취업시켰지만, 1년 만에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 교사는 “다른 기업들도 하반기 채용 여부가 확실치 않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취업 준비를 게을리 할 수 없다”며 “꼭 대기업·공기업이 아니더라도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고졸인력이 필요한 곳에 학생들을 지원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고졸 채용 시스템을 공개 채용이 아닌 수시 채용으로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업 내 필요 인원을 채용할 때 공채로 진행하게 되면 자연스레 경쟁률이 높아지는 데다 지원자들의 역량을 확실히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다른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도 “정부의 분위기가 고졸자 채용에서 시간제로 넘어간 듯 보인다”며 “현재 하반기 고졸 채용의 구체적인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고, 고졸자 채용을 하더라도 공채 형태가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뽑는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의 채용 목적은 기업에 맞는 인재를 뽑는 것인데 공채로 진행하다보면 지원자들 각자의 역량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수시 채용을 하게 되면 공채 때보다 시간적 여유도 있고 지원자들 한명 한명을 꼼꼼히 챙겨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 강홍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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