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감청 의혹에 항의 봇물…백악관 해명에도 “미흡하다”

epa03994414 US President Barack Obama (back-R) and US Vice President Joe Biden (back 2-R) meet with executives from leading tech companies, in the Roosevelt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A, 17 December 2013. The meeting was held to discuss national security and the economic impacts of unauthorized intelligence disclosures, ways the Obama administration can partner with the tech sector to further grow the economy and performance and capacity issues with the enrollment website of the Affordable Care Act's health insurance exchanges. Also in this picture; Executive Chairman of Google Eric Schmidt (front-L), Chairman and CEO of Comcast Brian Roberts (front-C), CEO of Twitter Dick Costolo (front-R), CEO of Zynga Don Mattrick (back-L) and CEO of Yahoo Marissa Mayer (back 2-L).  EPA/MICHAEL REYNOLDS
epa03994414 US President Barack Obama (back-R) and US Vice President Joe Biden (back 2-R) meet with executives from leading tech companies, in the Roosevelt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A, 17 December 2013. The meeting was held to discuss national security and the economic impacts of unauthorized intelligence disclosures, ways the Obama administration can partner with the tech sector to further grow the economy and performance and capacity issues with the enrollment website of the Affordable Care Act's health insurance exchanges. Also in this picture; Executive Chairman of Google Eric Schmidt (front-L), Chairman and CEO of Comcast Brian Roberts (front-C), CEO of Twitter Dick Costolo (front-R), CEO of Zynga Don Mattrick (back-L) and CEO of Yahoo Marissa Mayer (back 2-L). EPA/MICHAEL REYNOLDS
한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비즈니스맨에게 일종의 ‘금기 사항’처럼 돼 있다. 정부를 비판할 일이 있다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같은 협회가 대신할 뿐이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기업 CEO들은 툭 하면 대통령을 비판한다. 전화를 걸어 직접 항의하는 사람도 있고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요즘은 정보기술(IT) 기업 CEO들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감청을 폭로한 이후 NSA가 인터넷·IT 기업에 대해서도 각종 편법을 써가며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다.

실리콘밸리의 원로로 통하는 존 체임버스(65) 시스코 회장 겸 CEO는 5월 중순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 편지’를 보냈다. NSA가 시스코와 같은 네트워크 업체의 라우터 등에 감청 장치를 심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체임버스 회장은 편지에서 “NSA의 네트워크 업체 감청 의혹으로 미국 IT 기업들의 해외 영업이 위협받고 있다”며 “NSA의 행위가 미국 기업들의 고객 신뢰도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IT 산업에 중대한 사건”이라고 했다. NSA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체임버스 회장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그는 지난 5월 20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가의 리더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더가 상황을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기업 달래기 바쁜 미국 대통령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는 한술 더 떴다. 그는 지난 3월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정부가 인터넷의 미래를 망쳤다”며 NSA의 인터넷 감시 활동을 비판했다. 당시 NSA가 악성 코드를 유포해 페이스북의 서버를 사칭하고 불법 사찰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저커버그 CEO는 오바마 대통령과 이런 내용의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까지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미국 정부는 인터넷의 옹호자가 돼야지 인터넷에 위협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지난해 11월 NSA가 자사의 데이터센터에 불법 침투했다는 보도에 대해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회장은 “정보 기관이 자신의 임무 수행만을 위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나쁜 정책이며 불법일 수 있다”고 NSA를 비난했다.

IT 업계의 비판이 끊이지 않자 오바마 대통령은 IT 업계 CEO들을 백악관으로 초청, 정보 수집의 불가피성과 함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설명하는 비공개 자리를 별도로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해결책’에 만족하지 못한 CEO들은 백악관을 나서자마자 “미흡하다”고 백악관을 성토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