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 외환은행장, ‘5년 독립’ 고수하다 연임 좌절

[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하나·외환 통합 지연에 책임론
최근 하나금융그룹 인사에서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연임이 좌절됐다. 신임 외환은행장에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이 내정됐다. 금융권 내에선 윤 행장의 퇴진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연초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현 은행장들이 연임하는 게 편하다”고 말하며 윤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내 두 은행장 가운데 김종준 현 하나은행장만 연임에 성공했다.

금융권은 윤 행장의 퇴진을 하나·외환은행 통합 구상에 대한 김 회장과의 시각차 때문으로 보고 있다. 2012년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간의 독립 경영을 약속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약속과 달리 당초 일정보다 서둘러 외환은행을 흡수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원칙대로 ‘투 뱅크(two bank)’ 체제를 내세우던 윤 행장과 통합을 서두르려는 김 회장 간의 틈이 벌어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윤 행장은 작년 4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외환은행 주식을 상장폐지할 때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승유 전 하나금융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자립형사립고 하나고에 대한 외환은행의 기금 출연에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에서 카드 부문을 분사한 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를 통합하려는 작업을 서두르자 윤 행장이 다시 ‘5년 독립’ 카드를 내밀면서 갈등이 깊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행장은 지난 2월 28일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서 은행장 후보 추천을 위해 진행한 최종 면접에도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불참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나금융으로서도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정부 측과의 협상 창구로 경제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을 적극 활용했지만 이제는 통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어줄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윤 행장과 작별을 고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 내정자는 32년 동안 외환은행에 근무한 내부 출신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워 향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조와의 갈등을 특유의 ‘맏형’ 리더십으로 원만하게 풀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공직과 금융권 요직을 두루 거친 윤 행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윤 행장은 1977년 행정고시 21회에 수석으로 합격해 차관급 공무원까지 지낸 뒤 금융인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서는 이례적으로 IBK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의 수장을 연달아 역임했다. 론스타 시절 약화된 고객 기반과 해외 네트워크를 복원해 안정적으로 외환은행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u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