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낮은 가격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소매 경영에서 가격 이미지’

Based on “Low Prices Are Just the Beginning: Price Image in Retail Management” by Ryan Hamilton and Alexander Chernav(2013, Journal of Marketing, 77(6), pp. 1-20)

연구 목적
최근 소비자의 선택 폭이 다양화되고 기술 진화에 따른 소비자의 가격 정보 습득력이 향상되면서 소매 패턴 방식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을 사기 위해 A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점원에게 제품을 문의하기보다 스마트폰을 꺼내 제품 정보를 검색하고 인근 지역의 B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동일한 제품의 가격을 비교할 것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소비자가 B 매장을 방문할 때도 또다시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A 매장과 가격을 비교할까. 이에 대한 정답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A와 B 매장의 전반적인 가격 인식(perception)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가격에 대한 인상(impression)은 소비자가 어느 매장을 방문할지, 방문할 때 물건을 구입할지, 구입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제품을 구입할지에 대한 전반적인 선택을 할 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가격 이미지(Price Image)는 무엇이고 소비자 의사결정에 가격 이미지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라이언 해밀턴(Ryan Hamilton) 미국 에모리대 교수와 알렉산더 셰르나브(Alexander Chernev)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마케팅저널(Journal of Marketing) 최근호에 ‘낮은 가격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소매 경영에서 가격 이미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가격 이미지를 구성하는 주요 요인과 가격 이미지가 소비자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연구 대상
소매 경영에서 가격 이미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소비자의 가격에 대한 인식(perception)이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가격 이미지에 대한 정의나 그 영향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가격 이미지에 대한 기존 연구는 각기 다른 용어로 다양한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다 보니 가격 이미지의 통합적인 특성이나 영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논문의 연구진은 가격 이미지를 ‘특정 제품의 실제 가격’이 아닌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 수준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impression)’으로 정의했다. 가격 이미지는 특정 화폐로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비싸다’, ‘저렴하다’와 같이 일상적인 용어로 표현된다. 또한 가격 이미지는 가격뿐만 아니라 매장 위치, 매장의 명성, 매장의 인테리어 등의 비가격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한 가격 이미지를 형성하는 주요 요소를 소매업자와 소비자 측면에서 분석하고 가격 이미지가 소비자의 인식 및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방법
연구진은 가격 이미지 형성의 주요 요소와 소비자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동안 이 주제를 다뤄 온 기존 문헌을 연구하는 방법을 택했다. 기존 논문에서는 가격 이미지가 ‘소매가격 이미지’, ‘매장 가격 이미지’, ‘예상 바스켓 매력도(expected basket attractiveness)’, 혹은 ‘객관적 매장 가격 지식(objective store-price knowledge)’ 등 각기 다른 용어로 설명돼 왔다. 이 논문은 기존에 언급된 가격 이미지 개념을 통합 분석, <그림>과 같이 가격 이미지 동인을 크게 소매업자 측면의 가격 요소와 비가격 요소, 소비자 측면의 소비자 성향과 상황적 요인으로 분류해 살펴봤다. 이러한 가격 이미지가 소비자의 ‘신념’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호화스러운 장식의 인테리어와 좋은 분위기의 매장은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비용 소요가 많아 가격도 높을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해 높은 가격 이미지를 형성하게 한다.
[저널 리뷰] 소비자는 ‘가격 이미지’에 움직인다
연구 결과
가격 분산은 매장 내 제품군의 가격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 소매업자는 시장 평균과 비슷한 수준으로 모든 제품의 가격을 책정하고 다른 소매업자는 어느 제품군에는 고가를, 다른 제품군에는 저가를 책정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두 소매업자의 평균 가격이 동일할지라도 가격 분산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가격 다이내믹은 쿠폰과 할인, 가격 조정 등을 통해 빈번히 가격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소매가격을 결정할 때 EDLP(Everyday Low Price) 전략과 같이 ‘높은 할인 빈도수-낮은 할인 폭’을 선택할 수 있고 하이-로(high-low:일시적으로 가격을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가격 정책) 전략과 같이 ‘낮은 할인 빈도수-높은 할인 폭’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높은 할인 빈도수-낮은 할인 폭’ 가격 책정이 다른 전략에 비해 낮은 가격 이미지를 형성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최저가 보장제 실시와 다양한 결제 수단 사용 가능 등 가격 관련 정책은 가격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관련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가 가격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광고나 소셜 미디어 등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이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낮은 가격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현혹할 만한 과장된 기법이 아닌 ‘○달러 할인’과 같은 실제 세일 가격을 언급하거나 가장 중요한 참고 가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 이미지 형성에서 비가격 요소도 중요하다. 호화스러운 장식의 인테리어와 좋은 분위기의 매장은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비용 소요가 많아 가격도 높을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해 높은 가격 이미지를 형성하게 한다. 반대로 대형 매장과 넓은 주차 공간의 매장은 ‘매출이 높은 매장’으로, 상품 구성이 다양한 매장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 매장’이라는 인상을 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이미지를 형성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친절하고 전문적인 직원, 긴 영업시간 등 서비스 수준이 높을수록 교환·환불 정책이 적절하고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할수록 소매 업체의 가격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점
저자들은 타깃 고객의 전반적인 가격 이미지를 형성하는 주요 요인을 제시하고 소매 경영 측면에서 가격 이미지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가격 이미지는 매장의 가격 수준’이 아니라 ‘가격은 가격 이미지를 형성하는 일부 요소일 뿐이며 가격 및 비가격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저가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소비자의 가격 이미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저자들은 실제 가격 수준과 가격 이미지 간의 차이(discrepancy)를 비가격 요소를 들어 설명했다. 가령 미국의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유기농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슈퍼마켓 체인)은 다른 마트에서 판매되는 고가 제품만 판매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홀푸드마켓은 다른 마트에 비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다. 홀푸드마켓은 이러한 소비자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최근 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홀푸드마켓의 프리미엄 위치, 럭셔리한 이미지, 스페셜한 고가 제품 판매, 높은 서비스 수준, 최저가 보장제 미흡 등의 비가격 요인이 가격 요인보다 가격 이미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부 경영자들은 가격 이미지가 실제 책정된 가격의 직접적인 인식이라고 생각하고 가격 정책과 같은 전략적인 문제로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 이미지는 가격 요인과 비가격 요인이 결합돼 형성된 것으로, 전사적인 차원의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다. 이에 따라 가격 이미지의 포괄적인 특징과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고아름 삼정KPM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ako@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