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시칭 CIC 총재 인터뷰… “자동차·전자·일용품 유망”

[GLOBAL_중국] 중국 국부 펀드, 한국 시장에 ‘첫발’
중국 국부 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가오시칭 총재는 최근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 통과된 개혁안을 보고 “흥분됐다”고 말했다. 사법 독립이나 노동교화제 폐지 등은 신중국 건국 이후 60여 년간 한 번도 언급되지 못한 제도로, 과감한 개혁 의지를 보여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오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18기 3중전회 이후 어떤 개혁이 빨라질 것이냐는 물음에 “개혁은 이미 시작됐다”며 최근에 회사 설립 때 최저 자본금 납입 규제를 폐지한 것을 꼽았다. 그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그동안 적절한 규모의 자본이 있어야 회사를 설립하도록 제한해 왔다며 정부 권력을 축소하는 대신 민영 경제의 역량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오 총재는 국유 기업 개혁에 대해 국유 경제를 축소하는 게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유 경제가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현실이라며 국유 기업이 민간 기업 및 외자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무대를 만드는 게 핵심이며 이 과정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 위탁 운용도 검토 중
서방에서 줄기차게 제기해 온 그림자 금융과 지방 부채 발 위기설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림자 금융은 서방에 비해 중국에서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엄격한 규제를 들었다. 대형 국유 은행에 대한 강한 규제로 이들 은행의 (그림자 금융의 진원지로 지목받는) 재테크 상품 운용 규모는 크지 않고 중소 규모 은행들이 주로 이를 운용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강한 규제는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18기 3중전회에서 정부 권력을 시장에 이양하는 개혁을 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권리를 넘겨줄 수 없는 부문에서는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시장 리스크를 키우는 위법적인 금융 파생 상품 등은 엄격히 단속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보유 외환의 일부를 떼어내 굴리는 CIC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752억 달러에 달했다. 가오 총재는 “재무적 투자를 원칙으로 한다”며 “한 회사에 많아야 10%를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는 장기 투자자이지만 투자한 뒤 그냥 놔두는 것은 아니다”며 “적극적인 소액 투자자”라고 설명했다.

내년 유망한 투자 분야를 묻자 선진국 시장을 꼽았다. 미국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도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흥국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역시 중시하고 있다는 게 가오 총재의 설명이다. 한국에는 직접 투자 및 사모 펀드를 통해 투자를 시작했고 자산 운용사를 선정해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이 경제에서는 선진국이지만 증시에서는 변동성이 심한 신흥 시장인 데다 규모가 작고 리스크를 헤지할 대안 시장이 없어 조심스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국의 유망 투자 분야로는 자동차·전자·일용품을 꼽았고 중국인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의료·보건·미용 분야도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