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 전환 늦어지면서 어려움 예상
‘신흥국에서 선진 시장으로.’ ‘2014 대전망’에 참여한 필자들이 예측한 내년 세계경제의 큰 흐름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이 오랜 글로벌 금융 위기 후유증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는 반면 한동안 대안으로 각광받았던 신흥 시장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예상되는 양적 완화 축소는 미국의 귀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비와 투자 등 민간 부문의 회복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2014년 확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내년 주택 가격 상승이 전망된다. 금융 위기 이후 주택 건축이 대폭 감소한 데다 경기 회복으로 압류 주택도 줄어 시장에서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반면 경기 회복에 따라 주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가격 상승은 가계의 순자산 증가, 재무 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점진적인 고용 개선 등이 더해져 전반적인 가계 소비지출 증가가 예상된다.미국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책 리스크다. 특히 양적 완화 축소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은 금융 위기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돈줄을 풀어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해 왔다. 당초 2013년 9월 양적 완화 축소가 예상됐지만 경기 회복 전망이 빗나가면서 계속 연기돼 왔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도 무작정 양적 완화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도 내수 살아날 조짐
양적 완화 축소는 미국 경제가 더이상 극약 처방이 필요 없을 만큼 회복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어쨌든 단기적으로는 적지 않은 충격파가 예상된다. 자칫하면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금리 상승이 주택 시장이나 소비·투자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벤 버냉키 Fed 의장 후임으로 내정된 재닛 옐런 현 부의장이 버냉키 못지않은 비둘기파로 고용 문제를 중시한다는 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박 연구원은 “양적 완화 축소가 보다 신중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플러스 성장을 기록해 경기 낙관론의 주인공이 됐던 유로존은 2014년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 경기 흐름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경제 회복과 관련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남아 있다. 하지만 경기 선행지수 등 최근 통계는 긍정적인 흐름을 확인해 준다. 유럽연합(EU)과 유로존의 경기체감지수(ESI)는 2013년 5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8월 EU와 유로존의 ESI는 각각 98.1과 95.2를 보여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 역시 연초 수준으로 유지하며 안정세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14년은 일본 경제사에 불황 탈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중간 평가는 우호적이다. 특히 대담한 양적 완화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재정 정책이나 성장 전략에는 신중한 평가가 적지 않지만 적어도 차원이 다른 강력한 금융 완화는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분위기다. 결국 노림수였던 ‘디플레→인플레’로의 탈출은 2014년 중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정부 목표인 타깃 인플레 2%까지는 못미쳐도 완만한 물가 상승은 무난할 전망이다.
올림픽 유치도 빼놓을 수 없는 호재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인프라 정비, 관광 수요 등 직접 효과는 물론 국민과 기업의 심리 개선 등 간접 효과도 만만치 않다. 엔저 효과 등 정책 수혜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가계 부문의 소득 증가나 수출, 설비투자 개선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방향 자체는 분명한 우상향이다.
2014년 중국 경제에서 가장 큰 화두는 성장 방식의 전환이다. 이제까지 중국 경제의 주요 성장 원천은 투자 지출과 해외 수요, 즉 수출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투자 지출에 의존한 경제성장은 공급과잉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철강업, 조선업, 발광다이오드(LED), 일부 지역의 부동산 산업 등은 이미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메가 FTA’급물살…유가·금 약세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최대 수출 시장인 유럽의 향방이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위안화 환율도 완만하게 절상될 것으로 예상돼 중국의 대외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기존의 수출 중심 성장에서 내수 중심 성장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그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에서 소매 거래량 등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성장 방식을 주도적으로 바꿔 놓을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로 각광받았던 러시아도 경기 부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러시아는 석유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취약한 경제구조가 가장 큰 약점이다. 러시아 전체 수출에서 원유와 석유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이른다. 세계경기 침체로 이들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면서 러시아는 수년째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불고 있는 셰일가스 열풍도 러시아 경제에 부정적이다. 미국은 셰일가스와 셰일 오일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해 2013년 세계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이 될 전망이다. 에너지 산업에 편중된 러시아 경제에는 직격탄이다.
중남미는 2013년보다 경제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 국가들은 여전히 경기 부양 여력을 갖고 있는 데다 브라질(10월)·콜롬비아(5월)·볼리비아(12월)·우루과이(10월)·코스타리카(2월)·엘살바도르(2월)·파나마(5월) 등 많은 나라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에 따른 대선 특수도 예상된다. 최근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는 멕시코는 미국 경제 회복에 따른 대미 수출 증가로 2013년 1%대 저성장에서 탈피해 내년에는 3%대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세계 통상 환경은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넘어 거대 경제 블록과 선진국 간의 메가 FTA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이 주도하고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동아시아에서는 아세안(ASEAN)이 주도하고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선진국 간에도 미·EU FTA인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과 일·EU FTA, 한중일 FTA 협상이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2014년 한국에서는 한중 FTA가 최대 통상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제 유가는 하락세가 전망된다. 석유 수요 증가세는 둔화가 예상되는 반면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급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값은 미 Fed의 양적 완화 출구전략으로 하락세가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은이나 기타 경기에 민감한 귀금속이 금보다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oA메릴린치는 금은 온스당 1294달러, 은은 온스당 26.38달러를 예상한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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