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의 상징 BYD ‘집중 분석’
2008 년 9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보유 회사인 미드아메리칸에너지를 통해 중국의 전기차 업체 BYD의 지분 9.9%를 매입했다. 세계 최고의 장기 투자자로 알려진 버핏 회장의 주식 매입 하나만으로도 그 회사는 성장 가치를 인정받으며 단기간에 주가가 6배 이상 폭등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태양광 부문의 적자와 예상보다 느린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실적 부진 속에 주가가 폭락했다. 2012년에는 순이익이 90% 이상 감소하면서 버핏 회장의 실수라고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 투자자 버핏 회장은 여전히 “BYD에 대한 투자는 잘한 결정”이라며 BYD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런 BYD에 최근 두 가지 희소식이 발표됐다. 하나는 미국 전기차 시장 진출이다. 올해 5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랭커스터에 제조 공장을 설립해 전기버스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최근 발표한 BYD의 2013년 상반기 실적은 분명한 개선 추세를 나타냈고 주가도 다시 2년 내 최고 수준까지 회복하고 있다. BYD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242억 위안(약 4조2260억 원)을 기록했으며 상반기 순이익도 2500% 이상 개선되며 지난 2년간의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BYD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동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128억 위안을 차지했다. 이차전지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 매출액도 11% 증가한 25억 위안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시작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상징인 BYD는 성공할 수 있을까.대표 전기차 회사 BYD, 시작은 ‘이차전지’로
BYD는 중국의 대표적인 전지·자동차·휴대전화부품·조립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제조 회사다. 세계적 전지 생산 업체로, 주요 제품인 각종 리튬전지와 니켈전지는 휴대전화·전기기구 및 전자 제품에 사용된다. 2003년부터 시작한 자동차 제조업은 급성장세를 보였고 현재는 대표적인 전기자동차 회사로 알려지고 있다. 2013년 상반기 BYD의 사업 내용을 분야별로 보면 자동차 분야의 회복이 눈에 띈다.
BYD 올해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은 25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BYD 자동차는 주력 제품인 F0, F3을 포함해 스포트유틸리티차량(SUV) 계열의 S6, 신형 G6, L3가 있다. BYD는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회사인데 대표적 브랜드로는 e6, F3DM, K9이 있다. K9 순수 전기자동차 버스와 e6 순수 전기자동차 택시는 창사·시안 등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현재 K9 전기자동차 버스는 선전 800대, 창사 100대, 시안 50대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톈진은 2015년까지 그 규모를 2000대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BYD는 2012년 전기차 모델 e6이 1690대 판매로 전년 동기 대비 339% 증가했다. F3DM 역시 1201대로 전년 대비 96%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큰 사업부는 BYD 매출의 37%를 차지하는 휴대전화 부품 및 조립 서비스 분야다. BYD 휴대전화 부품 및 조립 분야는 노키아·HTC·모토로라·애플·삼성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매출은 90억 위안으로 7% 증가했다. 2012년 매출액은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의 부진으로 2011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삼성 휴대전화 물량의 증가 영향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글로벌 업체에 고르게 납품하고 있는 나름의 내실을 갖춘 분야다. 셋째, 이차전지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기타 향후 성장 분야다. 우선 BYD는 세계 5위의 이차전지 업체다. 리튬이온 건전지를 주로 생산한다. 동시에 태양광 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진출했다. 올해 상반기 이차전지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매출은 25억 위안을 기록, 그중 리튬이온 이차전지 매출은 13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태양 광분야 역시 업황 턴어라운드로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된다.
중국 정부, 전기차를 ‘성장 동력’으로 지정
중국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되는 시기가 언제인지가 BYD에 대한 투자 판단의 열쇠일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에도 공해 때문에 베이징과 시안의 공기가 너무 좋지 않아 어떤 날은 몇 백 m 앞이 안 보일 정도라고 표현될 정도로 실제 중국 주요 도시들은 과속 개발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래서 각 성 정부들은 앞다퉈 환경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 도입 정책일 것이다. 최근 전기차와 관련된 정책 중 가장 큰 변화는 보조금 정책이다. 2013년 9월 17일 중국 정부, 즉 재정부·과학기술부·공업정보화부는 공동으로 ‘지속적인 신에너지 자동차 보급 응용 업무 전개에 관한 안내’를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 에너지 절감과 대기오염 방지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될 예정이며 이전과 다른 것은 지방 정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생산 업체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필자의 판단으로는 중국 정부가 지속적인 장려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신에너지 자동차의 미래는 여전히 밝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 4월 18일 중국 원자바오 전 국무원 총리 주재로 진행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에너지 절약 및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이 통과됐다. 주요 내용을 보면 첫째, 신에너지 자동차(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의 육성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고도화를 이루고 한편으로는 경제성장의 포인트로 삼겠다는 것이다. 둘째, 2015년까지 신에너지 자동차 누적 판매량 50만 대를 달성하고 2020년까지 누적 판매량 500만 대를 초과하겠다는 목표를 다시 한 번 발표했다. 셋째,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량 증가와 부품 기술 향상으로 2015년까지 승용차의 평균 연료 소모량을 6.9리터당 100km까지 감소시키고 2020년까지 이 수치를 5.0리터당 100km까지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인 입장에서 볼 때 신에너지 자동차는 온실가스 감소 같은 친환경 사업이며 동시에 에너지 절약이라는 측면이 있어 중국에 반드시 갖춰야 할 산업이다. 또 현실적으로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세계 최대 수준인 1000만 대에 달하고 있어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의 발전은 여러 인프라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가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경제성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에너지 자동차 분야는 중국의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축으로 자리잡아갈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중국의 전기차 현황을 보면 2012년 총 1만2552대를 생산했는데 그중 순수 전기자동차가 1만1241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1311대다. 전체 판매량 1만2791대 중 순수 전기자동차는 1만1375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416대로 집계됐다. 순수 전기자동차의 생산량과 판매량은 각각 전년 대비 98.8%, 103.9% 증가했다. 중국 증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는 2013년에서 2015년까지 연평균 90%의 성장이 기대된다. 2015년에는 신에너지 자동차의 보유량이 2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또 본격적인 보급기로 예상되는 2015년에서 2020년 사이에도 폭발적인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버핏 회장은 2008년 이후 환경 관련 기업과 에너지 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BYD 역시 그의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중국의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불가피한 환경보호 정책을 생각한다면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은 당연히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성장 시기가 언제냐가 관건이다. 다만 BYD는 꾸준한 이익을 내는 업체이고 실적도 턴어라운드하고 있어 장기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실적의 변동성이 커 필자의 판단으로는 단기 투자보다 장기 투자자들이 투자를 고려해 볼만한 종목이 아닐까 싶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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