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이야기

1.8기가 주파수 할당 왜 시끄럽나? 인접 대역 할당하는 게 옳을까 그를까
이동통신 3사가 주파수 할당 문제를 놓고 ‘멱살잡이’라도 할 듯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공정 경쟁’이 어떻고, ‘국민 편익’이 어떻고, SK텔레콤이 어떻고, KT가 어떻고… 열변을 토합니다. 그 바람에 밥 먹는 자리가 난상 토론장이 되기 일쑤입니다. 정부가 모바일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주파수를 할당하려고 하면 공정하게 입찰에 참여해 따 내면 그만일 텐데 왜 이렇게 요란을 떨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부가 주파수를 어떻게 할당하느냐에 따라 경쟁 판도가 확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기 자기네에 유리한 방향으로 할당안이 확정되게 하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죠. 1.8기가헤르츠(GHz) 주파수 할당 대상에 KT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의 인접 대역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이 인접 대역을 KT가 가져가면 경쟁에서 유리해진다는 얘기입니다.

싸움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연합해 KT를 협공하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KT가 1.8기가 인접 대역을 할당받으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기존 대역에 붙여 2차로를 4차로로 넓히는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데이터 전송 용량이 거의 2배로 늘어나죠. 물론 이 대역을 SK나 LG가 따내면 KT의 광대역 서비스를 막을 수 있지만 할당받는 대역이 기존 대역과 떨어져 있어 쓸모가 작습니다.

미래창조부가 생각하는 할당 대상에는 2.6기가 광대역 2개 블록도 포함돼 있습니다. 정보고속도로는 넓을수록(광대역) 좋으니까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로서는 2.6기가 광대역을 할당받는 게 더 낫겠죠. 하지만 1.8기가 인접 대역이 KT에 넘어가면 경쟁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접 대역 할당만 늦춰 버리면 그만인데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번 논란에는 KT가 2, 3년 전에 받아간 900㎒ 주파수가 등장합니다. KT는 당시 입찰에서 1등을 차지해 900메가 대역을 골라 가져갔습니다. 자발적으로 900메가를 선택한 것이죠. 그런데 가져가 보니 다른 용도로도 쓰이고 있어 LTE 주요 주파수로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8기가 인접 대역이 나오자 이걸 따내야겠다고 덤벼들었는데 경쟁사들이 협공으로 방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대목에서도 논란이 벌어집니다. KT는 정부가 900메가 불량 주파수를 팔았다고 생각하고 1.8기가 인접 대역 할당은 국민 편익을 증대할 수 있으니 당연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900메가를 가져간 것은 자기네 잘못이라고 반박합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연합군은 1.8기가 인접 대역을 할당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KT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수년 전 ‘모바일 광개토 플랜’이란 이름으로 중·장기 주파수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이 비전을 제대로 만들었고 소신대로 집행한다면 이번과 같은 문제가 생길 리 없습니다. 그러나 당시 필자는 방통위를 출입하면서 공무원들이 무사안일에 빠져 일을 안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주파수를 확보해 공정하게 할당해 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분발을 촉구합니다.


깅광현 한국경제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IT 이야기' 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