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비싼 땅값, 외제차, 높은 물가 등 부(富)와 관련된 것들이 떠오르는 곳이다. 실제 한국의 상위 10% 이내 부자들의 다수가 몰려 있는 만큼 이곳 사람들의 생활은 대중에게 늘 관심사다. 대한민국 소비를 주도하는 이들이 먹고 놀고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은 곧 최신 트렌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요즘 ‘그들이 사는 세상’ 속을 좇았다.
[강남 부자들의 뉴 라이프 스타일] 싱글 몰트위스키 바‘성황’, 고급 스파 재벌가 단골 수두룩
말쑥하게 슈트를 차려입은 신사의 한손에는 위스키 잔이, 또 한손에는 시가(cigar)가 들려 있다. 깊은 향을 뿜어내는 싱글 몰트위스키와 시가, 재즈가 어우러져 묵직한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 트렌드 세터 (trend-setter: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문화 공간, 싱글 몰트위스키 전문 바(bar)다.

최근 고급술인 싱글 몰트위스키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싱글 몰트위스키 전문 바’가 늘고 있다. 싱글 몰트위스키가 처음 국내에 유통된 2000년 초반 호텔 바에 가야 즐길 수 있던 것과 달리 최근 몇 개월 사이 청담동을 비롯한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동, 마포구 홍익대 등지에 약 10곳의 싱글 몰트위스키 전문 바가 생겼다.

싱글 몰트위스키는 단일 양조장에서 보리에 싹을 틔워 만든 맥아만을 재료로 만든 위스키다. 맛이 일반 블렌딩 위스키보다 깊고 풍부한 게 특징이다. 종류도 수백 종이 넘는다. 국내에서 유통 중인 대표적 싱글 몰트위스키는 맥캘란·싱글톤·발베니·글렌피딕 등으로 생산 연도가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고 향이 짙은 게 특징이다.


재벌 총수 다니는 바에 가 봤더니…

싱글 몰트위스키 맥캘란을 국내에 들여오는 애드링턴코리아의 김태호(42) 브랜드 매니저 부장은 “국내 소개되는 싱글 몰트위스키의 종류가 세 배 이상 늘어 총 40~50가지가 들어오고 있다. 국내 음주 문화가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고품질의 싱글 몰트위스키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싱글 몰트위스키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고급화된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싱글 몰트위스키를 선호하는 여성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올 초 청담동에 문을 연 ‘B28 서울’은 싱가포르에 본점을 두고 있는 싱글 몰트위스키 전문 바다. 이곳에는 칵테일·시가·재즈가 있다. 벽면에 흐르는 1950년대의 희귀한 재즈 라이브 영상을 감상하며 위스키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다.

카페, 이탈리아 레스토랑, 바를 함께 운영하며 청담동의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카페 74’ 역시 싱글 몰트위스키를 강화했다. 지난 4월부터 싱글 몰트위스키 종류를 리뉴얼했다. 싱글 몰트위스키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도 선보이고 있다.

정통 클래식 바를 경험할 수 있는 청담동의 ‘커피 바(coffee bar) K’는 지난해 12월 한남동에 2호점을 오픈했다. 일본과 싱가포르에 지점을 두고 있는 커피 바 케이는 바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정통 일본식 클래식 바다. 정통을 지향하는 만큼 연륜 있는 바텐더들의 능숙한 스킬을 접할 수 있다.

싱글 몰트위스키의 열풍은 최근 ‘강북 속 강남’이라고 불리는 이태원동과 한남동으로 번졌다. 트렌드 세터로 정평이 난 재계 총수, 국내 톱스타들이 자주 출몰해 입소문을 탄 한남동의 ‘볼트(VAULT) +82’는 지난 1월 말에 문을 연 이후 매출이 연일 고공 행진이다. 이곳은 클래식한 분위기의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싱글 몰트위스키 종류만도 40~50여 가지다. 이 중 그간 시중에서 만날 수 없었던 수백 만~수억 원대의 제품이 포함돼 있다.

마서우(31) 볼트 +82 사장은 “다양한 싱글 몰트위스키를 마신다는 것은 그 위스키를 만드는 여러 지역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며 “볼트는 싱글 몰트위스키를 마시며 그 다양함이 주는 여행의 즐거움과 여유로움 그리고 맛의 향연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덧붙여 “다양한 개성을 지닌 위스키를 맛보며 자신의 기호에 맞는 위스키를 찾는 일은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부자들의 뉴 라이프 스타일] 싱글 몰트위스키 바‘성황’, 고급 스파 재벌가 단골 수두룩
박진구 사장이 운영하는 ‘더 셜록’은 해외 유명 파이프와 시가를 국내에 유통하는 업체다. 최근 유럽 파이프 장인 러브 가이거(Love Geiger)가 더 셜록을 위해 특별 제작한 파이프 5종을 선보였다. 1. 에이시메트릭 브랜디(asymmetric brandy), 약 189만 원(1279유로) 2. 크로스 블래스티드 호보(cross blasted hobo), 약 73만 원(495유로) 3. 롱생크트 토마토(long-shanked tomato), 약 76만 원(520유로) 4. 스무스 보독(smooth bodog), 213만 원(1450유로)5. 리버스트 비숍(reversed bishop), 약 84만 원(569유로)



볼트가 남성들을 위해 마련한 또 다른 즐길거리는 시가와 파이프다. 이는 위스키의 맛과 멋을 배가한다. 볼트 +82의 공동대표인 이수영(31) 사장은 “단순 유흥이 아닌 새로운 문화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젠틀맨’의 진짜 멋스러움을 위해 시가와 파이프를 준비했다. 무료 슈 케어 서비스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14일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싱글 몰트위스키의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분기에 1만4400상자가 출고돼 전년 동기(1만2654상자)보다 13.8% 증가했다. 반면 위스키 전체로는 1분기 중 전년 동기 대비 11.0% 줄어든 45만1211상자가 팔리며 소비가 감소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2.5% 성장했던 싱글 몰트위스키는 경기 부진 여파로 작년 성장률이 마이너스 4.2%로 떨어졌다.

그러나 카페와 바 등에서 싱글 몰트위스키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올 들어 싱글 몰트위스키 시장은 뚜렷한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싱글 몰트위스키 전체 판매량의 70~80%가 바와 카페에서 일어난다.
[강남 부자들의 뉴 라이프 스타일] 싱글 몰트위스키 바‘성황’, 고급 스파 재벌가 단골 수두룩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시가를 피우는 게 문화와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시가 문화가 번지고 있다. 시가 바, 시가 전문 판매점을 비롯해 레스토랑·바·카페 등 시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이수영(좌)·마서우 볼트+82 사장과 볼트+82에서 판매하는 시가.


시가·파이프 남심 ‘흔들’

이렇게 싱글 몰트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들여다보면 ‘시가’라는 공통분모가 생긴다. 굵은 시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피우는 남자의 모습과 싱글 몰트위스키를 즐기는 남자들만의 멋이 잘 어우러지는 이유에서다.

박진구(39) 더 셜록 사장은 최근 시가를 수입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에 있는 시가 정식 수입 업체로는 피에르시가·다비도프시가 다음으로 더 셜록이 세 번째다. 박 사장은 여기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파이프’를 함께 들여오고 있다. 6월에는 청담동에 ‘시가&파이프 라운지’를 열고 싱글 몰트위스키를 함께 즐기는 남성들의 놀이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그는 “수십 년 전 시가와 파이프, 우리나라로 치면 담뱃대를 피우던 ‘과거로 돌아가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라며 “일종의 고급 취향으로 출발해 트렌디한 것을 선호하는 층에서 점점 기반을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가와 파이프를 찾는 수요는 늘고 있는 반면 서울조차 시장 형성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며 “기반을 잘 닦아 2년 안에 현재 시장보다(시가 시장 규모 약 300억 원) 두 배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시장 진입 초입 단계인 파이프 역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최근 5개의 200만~300만 원대 고가 파이프를 내놓자마자 판매가 완료돼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박 사장은 “파이프 관련 인터넷 카페 숫자가 5~6개로 늘어났고 한 카페의 하루 신규 가입 회원 수도 수십 명씩 늘고 있다”며 “아직은 파이프 사용 인구가 미미하지만 파이프 자체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만큼 소장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컬렉션용으로 구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남 일대에 카페만큼 늘어나는 곳이 있다. 바로 피부 관리숍이다. 고개만 들면 ‘한 집 걸러 한 집’에 ‘○○스파’, ‘○○에스테틱’, ‘○○피부과병원’ 등의 간판이 즐비하다. 여성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美)’다. 즉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이들이 늘어나며 생긴 결과다. 미에 대한 관심은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강남 사람들은 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국내 유통 업계를 이끄는 S그룹의 A 부회장은 피부과병원에서 꾸준히 피부 관리를 받는다. 재벌 2세를 단골손님으로 둔 곳은 이미경 원장이 운영하는 청담동 ‘클린피부과’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병원의 관리 비용이 연간 3000만 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 그보다 몇 배 더 비싼 수 억 원대를 호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원장은 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용피부과 자문의사를 지내며 실력은 물론 마당발로 소문난 인물이다. A 부회장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와 국내 톱스타들이 이곳에서 피부 관리를 받고 있다.



피부 관리 열심…꽃남·꽃녀로 살아남기

10년째 청담동 A 스파를 운영하고 있는 B 씨는 “몇 년 새 남성 고객이 부쩍 늘어 비율이 4(남성) 대 6(여성) 수준”이라며 “고객 대부분이 스파·에스테틱·피부과에 회원권을 끊어 놓고 1주일에 몇 차례씩 번갈아 가며 시술이나 피부 관리를 받는다. 호텔 피트니스와 스파 회원권을 같이 끊고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쪽 사람들은 대부분 다 그런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내 스파(spa: 목욕 시설과 미용 시설을 비롯해 심신 안정을 위한 다양한 시설 등이 갖춰진 곳)는 목욕 시설(bath)이 있는 외국과 달리 피부 관리에 집중돼 있다. 역시 피부 관리를 중점적으로 하는 에스테틱(aesthetic: 피부 미용 전문가에게 마사지 등 피부 관리를 받는 곳)과 경계가 모호하다. 다양한 시술을 할 수 있는 피부과도 병원 내에 에스테틱 또는 스파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어 고루 인기를 끈다.

진산호 스파앤컨설팅 사장은 “스파와 에스테틱 산업은 웰니스의 열풍의 중심에 서면서 급격한 시장의 변화를 가져왔다”며 “중앙고용정보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3년 전국 스파·에스테틱 매장 수가 약 4만5000여 개에서 2012년 약 6만여 개로 늘어나 질과 양 모든 면에서 큰폭의 성장을 이뤘다. 사용 제품이나 마사지를 하는 에스테티션의 기술, 프로그램 등에 차별화를 두는 데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파와 에스테틱을 이용하는 남성 고객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남성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탈모를 방지해 주는 헤드 스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늘어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남성 CEO’를 위한 ‘뉴 CEO 익스피리언스(New CEO Experience)’ 스파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더 스파 그랜드 하얏트 서울 관계자는 “남성과 여성 이용객 비율이 약 50 대 50으로, 미에 관한 남성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남성 스파 프로그램에 관련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연령대는 3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까지 다양하고 남성 고객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스파 트리트먼트 프로그램을 구성해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병원재단이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차움(CHAUM)’은 VVIP만 출입할 수 있는 스파다. 연회비만 1억 원을 웃돈다. 첨단 의료기기와 전문의가 상주하며 VVIP의 건강을 진단하고 이에 맞는 일대일 맞춤형 스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차움이 ‘고급 스파의 종결자’로 불리는 이유다. ‘테라스파(TheraSPA)’로 불리는 차움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은 중국 저장성 의약대학 전문 교수진과 태국의 치료 테라피, 인도의 아유르베다, 카이로프랙틱 등 동서양을 망라한 최고 전문가 그룹이 자문 그룹으로 활동하며 의료진의 처방에 따른 테라피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차움의 한 고객은 “건강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스파를 받아 대단히 만족스럽다”며 “내부적으로 회원들 간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네일·페디큐어(발톱) 스파였던 청담동의 ‘키엘레 데이 스파’는 지난해 피부 관리를 시작하며 손님이 몰리고 있다. 박수남 삼원가든 회장의 장녀인 박지현 씨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수십만 원대를 호가하는 넥(neck)크림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발몽(Valmon)을 스파 제품으로 선택한 게 인기를 끈 비결 중 하나다. 발몽은 피부의 미세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세포 재생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하와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박 씨의 영향으로 키엘레 데이 스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하와이’ 스타일의 스파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어 특히 여성들의 단골집으로 통한다.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화장품 업체들이 내놓은 스파도 인기를 끈다. 압구정동에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퍼시픽 스파’, 신사동에 에스케이투(SK-II)의 ‘부띠끄 스파’, 청담동에 LG생활건강의 ‘후 스파팰리스’ 등이 있다. KGC인삼공사가 운영하는 대치동의 홍삼 전문 스파 ‘정관장 스파 G’도 인기다.

먹을거리에도 강남스타일은 있다. 강남 지역 거주민의 먹고 마시는 ‘강남스타일’은 유기농 제품은 기본이고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유명 상표의 치즈·맥주·명품 세제까지 선호한다. 가격도 상당히 고가여서 일반 대형 마트와 비교하면 최소 2~10배 비싼 상품도 있다. 이런 트렌드는 강남구 청담동에 신세계가 운영하는 SSG푸드마켓 청담(이하 SSG)의 인기 상품에서 엿볼 수 있다.

SSG에서 판매하는 ‘구관모식초’가 강남 주택가를 파고들었다. ‘강남 사람은 다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천연 식초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며 각광받는 이 제품은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없는’ 귀한 식초다.

SSG와 구관모식초 홈페이지에서만 한정 판매한다. 국내산 농수산물을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생산 수량이 제한적이다. 식초 1병(500ml)에 4만~6만 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SSG에 제품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는 게 매장 판매원의 귀띔이다.
[강남 부자들의 뉴 라이프 스타일] 싱글 몰트위스키 바‘성황’, 고급 스파 재벌가 단골 수두룩
KGC인삼공사가 운영하는 ‘정관장 스파 G’는 6년근 홍삼으로 스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왼쪽) 최근 남성에 특화된 스파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더 스파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마련한 ‘뉴 CEO 익스피리언스’는 손톱 손질부터 전신 각질 제거까지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된다. 가격은 52만 원(세금 별도).



‘식초’도 강남스타일?

SSG는 청담동 며느리와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다고 해서 ‘청담동 슈퍼마켓’으로도 불린다. 매장 고객의 70% 이상은 청담동 주변 강남·서초구 주민이다. 이 가운데서도 청담·삼성·논현·압구정동 주민이 40% 이상이다. 용산구 한남·이촌동, 광진구 자양동 등 전통의 부촌에서 ‘원정 쇼핑’을 오는 비율도 30%에 달해 부유층의 소비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SSG와 근거리인 압구정동에 갤러리아가 운영하는 고메이494 역시 고급 식료품점이다. 비용을 좀 더 들이더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확실한 식재료를 선호하는 강남의 정서를 제대로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행 스타일은 어떨까. 최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여행사들과 상업 갤러리들은 적극적으로 ‘아트 투어’ 기획에 나섰다. 6월에 있을 ‘베니스 비엔날레’ 상품은 1인당 약 1000만 원을 호가한다. 이 밖에 대한항공이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와 함께 진행하는 ‘빈필하모닉과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은 1인당 2000만 원을 웃도는 상당한 금액이지만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해외여행 스타일은 남다르다. 전용기·전용카·전용호텔 등 부자들의 여행은 뭔가 다르다.

최근 하나투어에서 내놓은 ‘딱 한 커플을 위한 여행’이 소리 없이 인기몰이 중이다. 먼저 전용기를 타고 홍콩을 간다. 홍콩은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이지만 ‘하늘을 나는 비즈니스 라운지’로 불리는 세스나의 8인승 ‘사이테이션 X’을 타는 것이 핵심이다. 최대 운항 속도는 시간당 973km로 비즈니스 제트기 업계에선 ‘우사인 볼트’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빠르다. 비행기 몸값만 220억 원. 홍콩에 도착하면 또다시 ‘나만을’ 위한 이벤트가 시작된다. 빅토리아피크 갤러리 카페에서 파티가 열리고 전용차인 벤츠 S-600을 타고 홍콩 시내를 누빈다.

딱 한 커플만 ‘슈퍼카’로 유럽 투어를 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이탈리아 북부 로마·시에나·피렌체를 잇는 1000여 km를 페라리를 타고 달린다. ‘명품 카 종결자’로 불리는 람보르기니를 탈 수도 있다.

딱 한 커플에게만 빌려주는 리조트도 있다. 피지의 완딩이 리조트(Wadigi Resort)다. 이 리조트는 세계적인 부호 패리스 힐튼의 밀월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 리조트에는 단 한 커플이나 한 가족만 머무를 수 있어 온전히 프라이빗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커플을 위한 집사 및 직원 9명이 24시간 대기한다.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차단된 전용 해변과 스카이다이빙·카약·윈드서핑·스노클링·워터스키 등 다양한 액티비티는 덤이다.


취재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