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은 시대 반영의 바로미터다. 호·불황별로 용돈 수준은 확연히 엇갈린다. 용돈 특유의 신축적인 특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년 넘게 불황 파고에 시달리는 일본 직장인의 지갑 사정은 어떨까. 이를 용돈·점심값·비상금(주부) 등으로 살펴보자. 직장인의 지갑 사정을 30년간 조사 중인 한 설문 결과가 분석 근거다(2012년, 신세이은행).

일본 직장인의 평균 용돈은 2012년 월 3만9756엔으로 조사됐다. 30년 전인 1981년(4만833엔)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 대지진이 있었던 2011년(3만8855엔)보다는 약간 좋아졌다. 최초 조사였던 1979년엔 4만7175엔이었다.

1990년대부터 용돈 흐름은 하강 파도를 탔다. 내수 불황에 외환위기까지 겹쳤던 1998년엔 5만6225엔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이때 월급은 그나마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1997년, 467만3000엔). 현재(2009년, 405만9000엔)와 비교하면 꽤 넉넉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돈이 하향 추세를 그린 건 장래 불황을 예견한 생존 차원의 선행 조치였다. 이들의 용돈은 2004년에 3만9654엔까지 추락했다. 중국 수출, 미국 내수의 글로벌 대호황조차 일본 기업의 금고를 불려줘도 가계 살림엔 되레 걸림돌이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디플레다. 물가 하락이 용돈 핍박을 일정 부분 완화했다.
한 달 용돈 4만 엔…30년 전과 비슷

그렇다면 부족한 용돈은 어떻게 마련할까. 시대 상황별로 응답이 엇갈린다. 점심값, 음주 횟수, 술값 등을 아껴 용돈을 마련하는 게 통상적인 상위 답변이지만 기타 응답이 재미있다. 가령 버블 경기가 한창이던 1980년대 중·후반에는 택시비를 아껴 용돈을 마련한다는 샐러리맨이 많았다. 1990년대부터 이 답은 톱 10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턱내기보다 더치페이 고집’도 마찬가지다.

불황 진입 이후 정착된 샐러리맨의 절약 노하우다. 줄이기보다 늘리기로 돌아선 직장인도 많다. 월급 이외의 수입을 물었더니 2005년 29.8%에서 2010년 41.5%로 늘었다. 내용은 역시 ‘주식·외환 투자’다. 최근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2위는 인터넷 경매다.

용돈이 줄어들자 점심값도 아낀다. 일본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은 510엔이다. 역시 용돈이 더 많았던 1979년(565엔)보다 줄어들었다. 피크는 버블 잔영이 있었던 1992년(746엔)이다. 이후 내수 침체로 용돈 핍박이 지속되면서 점심값도 덩달아 줄었다.

실업률(완전)이 전후 최악인 5.4%를 기록한 2002년에는 점심값 700엔 선(693엔)마저 무너졌다. 이후 2005년엔 571엔까지 떨어졌다. 점심식사 소요 시간도 감소세다. 1983년의 33분에 비해 1993년 27.6분, 2012년 19.6분으로 줄어들었다. 맛과 정결함보다 싸고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또 다른 점심값 조사를 보면 2050세대 직장인 중 31.3%가 도시락 등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이상적인 점심값은 600엔 미만(81.6%)이 압도적이다.

남편 용돈은 줄어도 주부 비상금은 늘어난다. 만약의 지출 사태를 막으려는 대비 차원이다. 일본 주부의 비상금은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2012년 여름 가정주부의 평균 비상금은 384만 엔으로 집계됐다. 2011년보다 48만 엔이 늘었다. 최고 금액 보유 주부는 5000만 엔이다. 그만큼 주부가 보는 가계 전망은 비관 무드 일색이다.

숨통을 틔워주곤 했던 보너스 전망을 두고 ‘줄거나 없어질 것(30%)’으로 보거나 향후 가계 운영이 괴로워질 것(60%)으로 내다보는 이가 많다. 보너스 사용처는 저금·변제 등과 함께 생활비 벌충이 많고 전통적인 용처였던 여행·구매 등 ‘작은 사치’와 관련된 소비 항목은 줄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