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영대가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최소한 경영 교육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한 ‘경영학 교육 인증’ 과정이다. 인증 과정을 통해 경영대는 국제 표준 수준으로 교육의 질을 올리고 대외 인지도를 높인다. 이와 함께 인증을 받은 경영대는 해외의 명문 대학과의 교류 기회가 확대돼 대학의 국제화에 가속도가 붙는 효과도 있다. 경영대의 수요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어떤 분야를 전공하든 경영학의 지식은 현대사회의 필수 항목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대학에 학부 경영학뿐만 아니라 경영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MBA), 유사 경영대학원, 글로벌 MBA 등 여러 형태의 경영학 과정이 개설돼 있다. 최소한 경영학 교육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준의 틀이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경영학 교육의 중심에는 경영학회가 주축이 돼 설립한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이하 인증원)이 있다. 인증원을 통해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경영대는 일정 기준에 맞춰 경영학 교육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인증원은 2005년 민간 차원에서 경영 학계가 모태가 돼 교육부의 승인을 받고 설립됐다. 인증원은 양질의 경영학 교육 서비스를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는 대학에 인증을 부여하는 역할을 해왔다.
현재 전국적으로 150개 4년제 경영대학 중 84개의 회원 대학을 보유하고 있고 2007년 인증 사업을 시작, 2008년에 5개 대학 인증을 공표한 이후 올해 8월까지 모두 30개 대학이 인증을 획득했다.
경영학 인증을 위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비전·미션 및 목표 ▷학습 성과 및 평가 ▷교육과정과 수업(전공 교과과정, 인턴십 프로그램, 수업 분반, 강의 계획서, 새로운 강의 기법 등) ▷학생(학생 지원 및 장학금, 취업 및 졸업생 관리 등) ▷교수(인원, 자격, 최소 연구 기준 등) ▷시설 및 교육 환경(연구 공간, 행정 지원 및 보조) ▷교육 개선 사항 등이다.
대학들은 예비 인증부터 시작, 자체 평가 보고서 제출을 거쳐 인증심사위원회에서 지정한 심사위원들의 실사를 통과해야 인증 받을 수 있다. 통상 약 1년 반 정도가 소요되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과정이다.
인증을 통해 경영대가 얻는 가장 큰 수혜는 교육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는 점과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제반 인프라 구축이다. 경영대는 태생적으로 급변하는 기업 환경을 교육 현장에 반영해야 하고 기업이 원하는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 내기 위해 스스로 교육과정을 혁신해야 한다. 위상·효율성·국제화 한꺼번에
인증 효과는 각 대학들이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나타난다. 우선 경영대학 교수 및 관계자들이 대학과 대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과거에도 일련의 과정들은 있었지만 대학별로 크게 차별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대학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각 대학 특성에 맞는 구체적 비전과 목표들을 수립해야 한다.
대학이 처한 상황과 갖고 있는 자원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 비전과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각론적인 내용이 달라지고 차별화되는 것이다. 일례로 동아대와 경상대 등 동남권에 있는 지역 대학교들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지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비전과 목표를 수립했다. 이 비전과 목표에 따라 경영대학 차원에서 지역 기업들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증을 준비하면서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정리해 효율성을 높인다. 우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전임 교수의 비율을 높이고 강의실을 늘리는 등 교육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한다.
실제로 서울 소재 한 경영대학은 인증제의 계량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교수를 충원, 우수 교원 확보와 전임교수 강의 전담률 제고에 노력한 결과 인증 전 2005년 35명에 불과했던 전임교원의 수는 2012년 현재 58명으로 늘어났다. 전임교원의 안정적 확보는 경영학 교육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영향 요인 중 하나다. 또한 우수 교수진이 안정적인 수업을 하며 강의의 질에 신경을 쓰게 되므로 자연히 교육의 질 또한 높아진다.
학생 및 이해관계인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예를 들면 계명대는 인증제 도입 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향상됐다. 공인 영어 성적은 물론 자격증 취득 수, 공모전 입상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 사립대 중 최초로 경영학 인증을 획득함에 따라 경영대학의 위상과 인지도도 높아졌다.
현재 전국적으로 150개에 달하는 경영대학 중 30% 정도가 경영 교육 인증을 받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인증원은 인증을 추진하는 경영대가 꾸준히 는다면 궁극적으로 국내 경영 교육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으로 설립 8년을 맞는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은 ‘통합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경영학부와 대학원 경영학 교육의 연계성 확보를 위해 모든 경영학 교육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인증이다. 일차적으로 일반 대학원의 석·박사 과정을 인증에 포함할 계획이다. 또한 전임 교수 비율 등의 정량적인 기준들도 중요하지만 만족도 평가 등도 종합적 보완을 거쳐 이를 반영한 인증 기준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기존 인증을 받은 대학들도 통합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인증 이후에도 개별 대학의 지속적인 혁신과 인증 대학 간 상호 협력을 위해 ‘경영교육혁신센터’를 설치, 다양한 교육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영대학 간 교류를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하고 경영학 교육 수준의 동반 향상을 위한 우수 사례 발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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