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다. 2009년부터 워크아웃 중이던 월드건설은 지난해 2월 쓰러졌다. 자금난으로 결국 기업 회생 절차를 택해야 했다. 월드건설의 뒤를 이어 시공 순위 43위의 진흥기업도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에 워크아웃을 요청했다. LIG건설도 미분양 적체로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지난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역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비용과 공사 미수금이 발목을 잡았다. 심지어 분양조차 시도하지 못한 채 빚더미에 올라선 곳도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PF 대출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최근엔 건설 업계 서열(시공 능력 평가 순위) 35위(지난해 39위)인 남광토건도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100위권의 건설사로는 올 들어서만 다섯 번째다.

10대 건설사도 이러한 부도 공포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10대 건설사가 보유한 우발채무는 최저 3000억 원에서 최대 3조3000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준으로 10개 대형사 중 2008년보다 우발채무가 늘어난 회사는 절반인 5개사로 집계됐다. 따라서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수년째 이어 온 주택 시장 불황으로 기존 워크아웃 돌입 건설사들의 법정관리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추가로 10개 이상 건설 업체에 대한 중점 관리 계획을 시사함에 따라 주택 사업의 비중이 큰 일부 건설사는 시장 퇴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한 곳 정도가 무너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게다가 2008년 이후 워크아웃에 돌입한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워크아웃 졸업은커녕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 산업 위축의 원인은 국내외 경제 침체, 정부 정책 미흡, 공급과잉과 높은 분양가 등 복합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인구구조와 가구 수 변동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도 한몫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들은 2000년대 후반 부동산 개발 및 분양 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게 공통점이다. 미분양 주택이 누적된 데다 부동산 PF 대출에 연대보증을 서는 바람에 금융권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력으로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건설사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돼 일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인력 구조조정 자산 매각으로 사실상 회사 형태만 유지하고 있다는 게 건설 업계의 설명이다.
25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건설회사 16개를 워크아웃 또는 퇴출 대상으로 분류하는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하도급 업체들이 기성대금 미지불로 유치권 행사에 들어가면서 공사가 중단된 경기도 용인시 풍덕천동의 한아파트 건설현장.
/허문찬기자  sweat@  20100625
25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건설회사 16개를 워크아웃 또는 퇴출 대상으로 분류하는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하도급 업체들이 기성대금 미지불로 유치권 행사에 들어가면서 공사가 중단된 경기도 용인시 풍덕천동의 한아파트 건설현장. /허문찬기자 sweat@ 20100625
금융 지원 강화 방안에도 건설사 회생 쉽지 않을 듯

지난 8월 13일 위기를 인식한 금융위원회가 부랴부랴 발표한 ‘건설업 금융 지원 강화 방안’의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규모를 3조 원으로 확대하고 배드뱅크를 활용해 PF 부실채권 4조 원을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또 브리지론 보증을 2년 만에 부활시키고 패스트트랙 프로그램도 내년 말까지로 연장하는 방안 등을 통해 1조 원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유동성 공급액만 8조 원 규모다.

금융 당국은 신규 자금 지원을 둘러싼 주채권 은행과 PF 대주단 간의 갈등을 막기 위해 PF 사업이 끝날 때까지 소요되는 자금은 대주단이 제공하고 기타 사유에 따른 자금 소요는 주채권 은행이 부담하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자금 소요 원인이 불분명할 때는 반반씩 지원하고 사후에 정산하도록 했다. 워크아웃 건설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놓고 주채권 은행과 PF 대주단이 이견을 보이면 대표 동수 위원회를 구성해 재적 3분의 2 이상 출석,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한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건설사 워크아웃이 중단되면 채권은행의 책임을 따져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워크아웃을 적극 지원하라는 우회적인 압박인 셈이다. C등급은 물론 정상 건설사인 B등급에 대해서도 자금 지원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을 위해 8조 원 규모의 돈 보따리를 풀었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뇌사 상태에 빠진 건설 업계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국토해양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 지원 강화 방안만으로는 국내외적인 경기 불안 여건으로 보아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 포커스] 건설사 부도 랠리 속 내 분양 대금 안전할까? "분양 보증 장치 갖춰진 아파트 ‘ 안전’"
[부동산 포커스] 건설사 부도 랠리 속 내 분양 대금 안전할까? "분양 보증 장치 갖춰진 아파트 ‘ 안전’"
입주금은 모집 공고에서 정한 날짜에 납부하는 게 좋다

건설사들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아파트 계약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막연히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모든 분양 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의 분양 보증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계약자들은 큰 피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즉 시공사 부도에 대비해 민간이 20가구 이상 분양하는 공동주택은 모두 의무적으로 주택분양보증을 받도록 돼 있어 완공 전에 부도가 나더라도 계약자들은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일 때까지 일정 기간 공사가 지연될 수 있어 입주 지연이 예상된다. 이런 때 분양 계약자들은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 보상금을 사업자(시행사)에게 요구할 수 있으나 주택보증이 보증 이행을 하게 되면 주택보증에는 지체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 구조조정 대상 업체의 분양 계약자도 이미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은 모두 보호받는다. 워크아웃 업체는 직접적인 대한주택보증의 분양 보증 사고 처리 대상이 아닌 만큼 이들 업체가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 계약자는 정상적으로 분양 대금을 납부하면 된다.

다만 자금 관리를 위한 계좌 변경 등의 안내 통지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변경된 분양 대금 계좌로 납부해야 한다. 입주자 모집 공고에서 정한 납부 기간 이전에 입주금(중도·잔금)을 납부하고 사고가 생긴다면 모집 공고상 사고일 후에 해당하는 입주금은 보증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입주금은 미리 내지 말고 모집 공고에서 정한 날짜에 납부하는 게 좋다.

필자도 몇 해 전 지인의 소개로 지방에 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금조로 700만 원만 넣고 분양 받은 적이 있었다. 은퇴 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마음 편히 번잡하지 않은 곳에서 노후를 보낼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를 계약하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시공사가 부도가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두어 달 후 대한주택보증에서 공사 재개와 환급에 대한 설문지가 집에 도착했다. 다행이 환급 절차에 따라 계약금을 다시 환급받을 수 있어 한숨을 돌리게 됐다.

구조조정 대상 업체의 사업장 공사가 지연돼 실행 공정률과 예정 공정률이 25% 포인트 이상 차이가 발생하는 등 보증 사고 기준에 해당되면 보증 사고로 처리한 후 대한주택보증에서 분양 계약자에게 향후 진행 사항 등을 별도 통지한다. 대한주택보증의 분양 보증 사고 처리 기준은 사업 주체(시행자)에게 부도·파산·사업포기 등의 사유가 발생한 때, 실행 공정률과 예정 공정률이 25% 포인트 이상 차이가 발생해 보증 채권자(분양 계약자)가 보증 이행을 청구한 때다.

실행 공정률이 75%를 초과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실행 공정률이 6개월 이상 지연돼 보증 채권자가 보증 이행을청구한 때도 포함된다. 시공자의 부도·파산 등으로 공사 중단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돼 보증 채권자가 보증 이행을 청구한 때다.

보증 이행 내용은 보증 사고 시 분양 보증 이행은 공사를 계속해 입주를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며, 분양 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환급 이행을 원할 때에는 그동안 납부한 분양 대금을 되돌려 준다. 다만, 사업 주체 또는 시공사가 정상적인 사업 수행이 가능하거나 회생 절차를 개시한 때 대한주택보증의 관리 하에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 단, 공사비 대신 받은 대물 분양 아파트, 허위 계약, 대출받은 중도금 등의 이자, 옵션 비용 등은 분양 보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