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2009년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던 많은 대기업이 태양광 산업에 뛰어들었다. 신·재생에너지 붐을 타고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었다. 태양광 투자는 성공의 보증수표로 받아들여졌다. 매년 70% 이상 시장이 성장하며 한동안 짜릿한 성공을 만끽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서 순식간에 환호가 악몽으로 돌변했다.

작년 3월 kg당 80달러대였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어느새 kg당 21.7달러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폴리실리콘은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태양전지의 기초 원료다. 모듈 가격도 급락하긴 마찬가지다. 작년 3월 와트피크(Wp, 순간최대발전용량)당 1.5달러였던 것이 지난 7월에는 0.7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세계 태양광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유럽의 재정 위기와 지나친 설비 확장에 따른 공급과잉이 겹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하락세가 좀처럼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YONHAP PHOTO-0378> A man walks through solar panels at a solar power plant under construction in Aksu, Xinjiang Uyghur Autonomous Region in this April 5, 2012 file photo. The United States hit Chinese solar companies with punitive import tariffs of 30 percent or more May 17, 2012, ruling they had pumped cut-price solar panels into the U.S. Market.   REUTERS/Stringer/Files (CHINA - Tags: ENERGY ENVIRONMENT BUSINESS) CHINA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CHINA/2012-05-18 08:46:47/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 man walks through solar panels at a solar power plant under construction in Aksu, Xinjiang Uyghur Autonomous Region in this April 5, 2012 file photo. The United States hit Chinese solar companies with punitive import tariffs of 30 percent or more May 17, 2012, ruling they had pumped cut-price solar panels into the U.S. Market. REUTERS/Stringer/Files (CHINA - Tags: ENERGY ENVIRONMENT BUSINESS) CHINA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CHINA/2012-05-18 08:46:47/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적자 누적·투자 중단 속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은 냉혹한 생존 게임에 내몰리고 있다. 일찌감치 백기를 들고 태양광 시장에서 한 발 뺀 곳도 나왔다. 반대로 ‘불황기에 투자하라’는 격언대로 공격적인 투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처지에서 힘겨운 버티기에 매달리고 있다.

태양광 산업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웅진그룹은 태양광 투자를 위해 알짜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았다. 태양전지용 잉곳과 웨이퍼를 제조하는 웅진에너지는 지난 1분기 23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7월에는 독일 어라이즈테크놀로지스와 2010년 맺었던 태양전지용 부품 장기 공급 계약(585억 원)을 해지했다.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태양광 업황 악화로 어라이즈테크놀로지스가 파산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오스트리아 태양전지 제조업체인 블루칩에너지와 맺은 계약(1251억 원)도 해지하는 등 유럽 시장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10년 11월 2만3350원으로 정점을 기록했던 주가도 4555원(8월 16일 현재)으로 80% 넘게 하락했다.

웅진그룹 태양광 산업의 또 다른 축인 웅진폴리실리콘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생산 규모가 7000톤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해 경쟁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웅진코웨이 매각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결국 지난 8월 15일 사모 투자 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최종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웅진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1조2000억 원을 손에 쥐게 된다. 당초 이를 태양광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차입금 상환과 극동건설 회생 등 당장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할 처지다. 이에 따라 태양광 분야 추가 투자는 당분간 지연될 전망이다.
태양광 투자로 천당과 지옥 오가는 기업들 "가격 급락 ‘ 진퇴양난’ …목숨 건 생존 게임"
태양광 투자로 천당과 지옥 오가는 기업들 "가격 급락 ‘ 진퇴양난’ …목숨 건 생존 게임"
세계 3위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OCI는 태양광 업황 악화로 완공이 얼마 남지 않은 공사까지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OCI는 지난 5월 전북 군산에 건설 중인 폴리실리콘 4공장과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 내에 지을 예정이던 폴리실리콘 5공장의 투자를 무기한 연기했다. 2010년 착공한 군산 4공장은 오는 10월 말 준공 예정이었다. 완공을 불과 5개월 남겨두고 투자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다. 4공장에 투자될 1조6000억 원의 절반 정도가 이미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 산업단지 내에 연산 2만4000톤 규모로 지으려던 5공장(1조8000억 원)은 공사를 시작도 못한 채 착공이 미뤄졌다.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한 상황에서 설비를 더 늘릴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OCI가 태양광 투자를 전면 중단한 것은 아니다. OCI는 전북 군산에 있는 폴리실리콘 1~3공장의 설비 효율화를 통해 생산능력을 1만 톤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8월까지 116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투자 액수는 줄이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일종의 ‘우회로’를 선택한 것이다.

OCI는 폴리실리콘 수요처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북미 시장이 주 타깃이다. OCI의 미국 태양광발전 자회사인 OCI솔라파워는 지난 7월 미국 텍사스의 전력 공급 회사인 CPS에너지와 태양광발전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400MW급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향후 25년 동안 생산하는 전력을 전량 CPS에너지에 공급하는 내용이다.

삼성SDI는 계열사의 태양광 사업을 ‘떠안고’ 고전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신수종 사업으로 꼽히는 태양광 산업을 삼성전자로부터 1608억 원에 인수했다. 애초 태양광을 ‘3대 신사업’ 중 하나로 키운다는 구상이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문제는 넘겨받은 태양전지 생산 시설이 중국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이 높은 결정질 방식으로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넘겨받은 태양광사업부가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실적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

삼성SDI는 결정질 방식 대신 박막형 태양전지를 개발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고효율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향후 수년간 2조 원 이상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FILE - In this Nov. 18, 2011 file photo released by China's Xinhua News Agency, Chinese work on the production line at a solar panel factory of the Eoplly New Energy Technology Co., Ltd. in Nantong City, east China's Jiangsu Province. The Obama administration moved Thursday, May 17, 2012 to impose stiff new tariffs on solar panels made in China, finding that Chinese companies are improperly flooding the U.S. market with government-subsidized products. (AP Photo/Xinhua, Xu Congjun, File) NO SALES
FILE - In this Nov. 18, 2011 file photo released by China's Xinhua News Agency, Chinese work on the production line at a solar panel factory of the Eoplly New Energy Technology Co., Ltd. in Nantong City, east China's Jiangsu Province. The Obama administration moved Thursday, May 17, 2012 to impose stiff new tariffs on solar panels made in China, finding that Chinese companies are improperly flooding the U.S. market with government-subsidized products. (AP Photo/Xinhua, Xu Congjun, File) NO SALES
불가피한 성장통…2015년 시장 회복

KCC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태양광 사업에 손을 들었다. KCC는 지난해 말 충남 서산 대죽산업단지에 건설한 폴리실리콘 공장의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이 공장은 폴리실리콘을 연간 3000만 톤 정도 생산하는 규모다. KCC는 2008년부터 폴리실리콘 사업에 6000억 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지난해 폴리실리콘 사업이 포함된 ‘기타사업’에서 197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KCC는 작년 말 폴리실리콘 관련 자산도 대거 손실로 털어냈다. 그 덕분에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587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손실만 내던 태양광 사업을 접고 실적도 개선됐지만 증권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태양광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태양광 업체가 신규 투자를 백지화하거나 생산을 중단하고 있지만 한화그룹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태양광 산업 위기가 한화에는 오히려 기회”라며 투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한화케미칼은 2008~2009년 세계 태양전지 1위 업체였던 독일의 큐셀 인수를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 세계 7대 모듈 생산 업체인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43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한화케미칼은 1조 원을 투입해 전남 여수에 연산 1만 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도 짓고 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산업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최근 1~2년 사이 태양광 산업의 수직 계열화도 완성했다. 한화케미칼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한화솔라원은 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을 만들고 한화솔라에너지가 발전을 담당하는 형태다.

맥킨지는 태양광 시장이 2015년 이후에는 안정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1년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기업 도산과 인수·합병(M&A)은 ‘죽음의 고통’이 아니라 ‘성장통’이라는 진단이다. 맥킨지는 성장통을 이기기 위한 조건으로 기술 혁신과 획기적인 비용 절감 노력을 꼽았다. 지금 기업들의 선택에 의해 ‘불황 이후’ 또 한 번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