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반 토막이 났다. 상반기 성장률도 전망치에 못 미쳐 올해 경제성장률이 2%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비·투자·수출 등 모든 분야에서 ‘하방 경고’가 나와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상저하저(上低下低)의 흐름 속에 ‘L자형 저성장’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26일 내놓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을 보면 2분기 국내총생산은 전 분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작년 4분기 0.3% 성장에 그친 데 이어 1분기에 0.9%로 반짝 회복하는 듯했지만 다시 ‘쇼크’ 수준으로 떨어졌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2.4% 증가에 그쳐 2009년 3분기(1.0%)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성장률은 2.6%로 한은의 예상치 2.7%를 밑돌았다. 한은은 올 초까지만 해도 지난 4분기를 저점으로 올해 경제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4월 한은이 전망한 2분기 경제 전망도 0.8% 안팎의 성장으로, 1분기보다 소폭 낮은 수준에서 선방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유럽 재정 위기로 해외 수출이 둔화된 데다 내수 경기마저 부진해 이런 기대는 물 건너갔다. 오차 범위이긴 하지만 한은의 상반기 성장률 예상치가 빗나감에 따라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 3.0%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분기 GDP의 지출 측면을 보면 민간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설비 투자와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민간 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의류·신발 등 준 내구재 소비가 늘어 지난 1분기보다 0.5% 늘어났다. 하지만 전 분기 1.0% 증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정부 소비도 1분기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한 탓에 0.2% 감소했다. 건설 투자는 토목 건설이 늘어 0.3% 증가했다.
2분기 성장률 반 토막 ‘쇼크’ 유럽 위기 탓…‘ L자형 저성장’예고
수출·설비 투자 감소로 GDP 악화

GDP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수출과 설비 투자 감소 때문이다. 2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0.6% 감소했다. 지난해 두 자릿수(10.5%) 성장에서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수출은 GDP의 58%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성장의 중심축이다. 설비 투자는 1분기 10.3% 증가에서 6.4% 감소로 전환돼 2009년 1분기(-9.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신·방송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설비 교체 수요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대부분 투자를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입은 일반 기계 등이 줄어들며 1.7% 축소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금속 제품, 전기 전자기기 부진으로 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건설 경기 둔화로 건설업 성장률은 2.1% 떨어졌다. 서비스업은 금융보험, 도소매음식숙박 등이 증가하며 0.5% 성장했다. 교역 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 분기보다 1.0% 증가했다.
2분기 성장률 반 토막 ‘쇼크’ 유럽 위기 탓…‘ L자형 저성장’예고
한은은 “민간 소비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4%였다가 올 들어 1분기는 1.0%, 2분기는 0.5%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며 현 경제 상황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나섰지만, 이런 추세라면 연간 3%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반기 GDP 증가율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3.3% 성장해야 3.0% 성장률 달성이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상저하저의 흐름 속에 올 성장률은 2%대 중후반 정도에 머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