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 가정식(HMR)이 새로운 식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편의점이나 델리 매장에서 도시락을 사먹는 직장인들과 학생들,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HMR 제품을 구입하는 주부들의 모습을 우린 쉽게 볼 수 있다.

HMR는 ‘홈 밀 리플레이스먼트(home meal replacement)’의 영문 앞글자를 따 만든 것으로 간편하게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쉽게 말해 일종의 즉석식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음식을 먹을 때의 과정은 식재료 구입하고 손질한 후 조리해 섭취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HMR는 이 과정의 육체적 노동력과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으로, 데우거나 끓이는 등 1~3분간의 단순 조리 과정만 거치면 음식이 완성된다.

끓는 물에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3분 카레’가 국내 HMR의 효시로 볼 수 있다. 당시 카레와 같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신선한 인식을 줬다. 식품 업계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09년 7100억 원에서 2010년 7747억 원, 지난해 8729억 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시장 규모가 9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 ‘간편 가정식’ 열풍…시장 잠재력 높아
단기간 내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경제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최근 불황으로 외식을 줄이는 대신 집에서 식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간편식 대체 상품 구입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외식 업계에서도 유독 가정 간편식 시장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외식산업총합연구센터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시장 규모는 23조 엔으로 전년 대비 약 1조 엔 감소했지만 HMR 시장은 8조5000억 엔 규모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잠재 시장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일조했다. 핵가족화, 맞벌이 부부, 싱글족과 실버 세대가 점차 늘어나면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져감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음식은 손맛’이라는 만족도보다 빠르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는 ‘편의성’과 영양적인 요소도 갖췄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20가지의 도시락 등 다양한 델리 상품을 쇼 케이스에 진열해 판매하고 있는 ‘오벤또델리(www.obentodeli.co.kr)’는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전 메뉴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오벤또델리 상암점은 점심 식사를 빨리 해결하려는 직장인에게 어필해 하루 평균 18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여 가지의 영양 도시락을 4000~6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바로 구입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

당일 점심 때 판매할 도시락은 오전 10시부터 준비하고 저녁에 소비할 물량은 오후 3시부터 만들기 시작해 바로 판매 현재 하루 약 400~500명의 고객을 수용하고 있다. 이곳은 자체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식자재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반조리된 제품을 냉동해 매장으로 공급하면 매장에서는 특별한 기술 없이 손쉽게 튀기고 볶아 담아 내면 된다.

국내 HMR 시장의 최근 동향을 보면 ‘고급화’와 ‘건강식’, ‘간편한 참살이(웰빙)’를 추구하고 있으며 기존 대기업 유통 업체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시장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슬로 푸드’로 인식되던 죽·갈비탕·설렁탕·삼계탕·된장찌개 등의 한식 요리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죽 전문점 ‘본죽’은 ‘오징어초무침’을 포함해 ‘장어탕’과 같은 보양식, ‘황태국’과 같은 국 메뉴 등의 HMR 상품을 개발, 대형 마트에 출시했다. ‘놀부부대찌개’ 또한 대표 메뉴인 부대찌개를 비롯해 불고기세트, 해물볶음세트 등 메뉴들을 간편 가정식 상품으로 출시해 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 rfrv@naver.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