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내 니트족’이 화제다. 직장판 니트(NEETs) 직원이다. 교육·훈련은 물론 업무조차 없는 직원이다. 이들은 회사에 가도 일이 없다. 출근하되 근무하지 않는 직원이다. 2011년 9월 465만 명이 사내 니트족이다(내각부). 전체 월급쟁이의 8.5%다. 별칭은 많다. 우선 ‘사내 실업자’다. 실업인데 고용된 상태여서다. 조만간 잘릴 것이란 의미에선 ‘해고 예비군’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직장 동료끼리는 봐도 못 본 척 말 섞을 일조차 없는 ‘투명 인간’이다.

남는 노동력이란 점에선 ‘잉여 근로자’다. 사내 니트족은 2030세대의 청년 그룹이 압도적이다. 이유가 뭘까. 사내 니트의 연령 하향세는 기업의 여유 부족이 낳은 교육 부재가 원인이다. 기업이 직원을 기르고 키울 여유가 없어졌다. 일본 기업은 신입 사원 입사 이후 거의 모든 것을 새로 가르치는 시스템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채용해도 가르칠 시간·여유가 없다. 채용 때도 바로 써 먹을 인재 위주로 뽑는다. 이 때문에 기업 교육의 상징인 OJT(On the Job Training)는 꽤 줄었다.

신입 사원만이 아니다. 사내 니트화는 중견 사원에까지 파급된다. 일본 기업에서 35세는 미래의 간부 여부를 결정짓는 분기점이다. 이때까지 역할 검증에 실패하면 승진은 힘들다. 이 와중에 주요 업무는 장래성이 확인된 직원에게만 집중된다. 자연스러운 업무 소외다. 전직해도 문제다. 능력 부족은 곧 드러나는데 업무 방식과 기업 풍토조차 다르면 고립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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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내 니트의 양면성이다. 상식이라면 사내 니트는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언론에 소개된 이들 사내 니트의 우울한 현실을 보자. 이들은 금방 끝날 작업도 무리하게 시간을 끌지 않을 수 없다. 할 일 없이 앉아 있자니 답답해 화장실이라도 자주 들락거리면 그것조차 지적당한다. 동료 업무에 방해된다는 이유다. ‘화장실 출입 제한’이다. 후배에게 멸시당하거나 업무 지시를 받기도 한다. 모두가 아르바이트처럼 대하니 신입 사원조차 헷갈려 일을 시킨다.
하지만 의외로 사내 니트를 즐기는 부류도 있다. 일하고 싶지 않은 자발적 사내 니트다. 일을 맡겨도 갖은 핑계로 회피한다. 때때로 컴퓨터 앞에서 힘든 척 인상을 쓰는 건 필수 제스처다. 이쯤 되면 “부탁하는 것조차 쓸데없다”는 평판이 저절로 나온다. “언제 그만둘 거냐”는 동료의 비난은 압박도 아니다. 사내 평가 따윈 염려하지 않는다.

사내 실업자인데 출세까지 하는 이도 있다. 이들에겐 특유의 생존법이 있어 화제다. 단적인 게 일은 못하지만 사람은 좋다는 평판 취득이다. 과장 등 중견 관리자가 그렇다. 이들은 주변에 일을 미루고 부탁하는 게 종일 업무다. 대부분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능통하다. 상사를 만나면 살갑게 인사하고 후배에겐 위로 코멘트를 아끼지 않는다.

소외됐지만 파워 상사에겐 공감대를 형성하며 접근한다. 후배로서도 칭찬해 주는 선배에겐 약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공통점은 뭔지 모르지만 일하는 척하기다. 야근을 늦게까지 한다거나 회의 때 말을 거든다거나 등이 그렇다. 그러면서 남들이 귀찮아하는 잡일 정도는 꽤 적극적이다.

사내 니트의 두 얼굴은 그 평가조차 갈린다. 먼저 부정론이다. 상대적 박탈감이 대표적이다. 291만 명의 완전 실업자가 그렇다(2011년). 완전 실업자는 근로 의사와 능력이 있어도 취업 기회가 없는 경우다. 실업자라면 자리는 있지만 일이 없는 사내 실업자를 질시하는 건 당연지사다. 한편에선 안도감도 있다. 사내 실업자가 해고되면 그나마 실업 보험을 분담·수령해야 할 현실 인식이다. 실업 급여가 낮아지면 손해일 수밖에 없다. 사회 비용도 뺄 수 없다. 실업 증가는 세금 인상과 갈등 비용을 유발한다. 그나마 월급쟁이로 살면 소비 생활로 내수 기반을 떠받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내 실업은 ‘필요악’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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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니트의 존재 가치를 설명하는 또 다른 설(說)도 있다. 조화·건강한 조직을 위한 불가피론이다. 조직 이익의 대부분은 10%의 인재가 올린다. 나머지 80%는 평범한 1인분 업무 처리다. 그 밑의 10%가 사내 니트족이다. 이때 하위 10% 덕분에 80% 중간 직원의 정신 건강이 지켜진다는 분석이다. 해고 규제로 일정 동안은 버틸지언정 불황 지속, 심화 때 인원 정리는 불가피하다. 이때 최초의 해고 대상은 어쨌든 사내 실업자다. 이들의 존재 여부는 중간층 80%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마음 놓고 일할 환경 제공이다. 샌드백 역할로 제격이다. 80%에게 상대적 우월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하위 10%에게 불만을 쏟아내는 등 스트레스 해소 대상으로도 활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 니트는 정상이 아니다. 불가피하고 강압적인 사내 니트라면 더 그렇다. 이들은 대부분 대담하거나 낙관적이지 못해 자기혐오·낙담에 빠지기 쉬운 약자일 뿐이다. 따라서 탈출구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사내 니트지만 다른 곳에선 얼마든지 그 가능성을 발휘할 개연성도 충분하다. 해고 규제 탓에 자리보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활약 기회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공감·응원 차원의 대응책도 있다. 존재 부정, 미래 불안의 현실을 돌파하는 처세술이다. 무의미한 시간 낭비보다 훗날을 대비한 유효 활용이 그렇다. 기획거리·아이디어 등을 정리해 두거나 관련 업무와 관심사에 정통해 난관을 극복할 필요다.

경계해야 할 건 사내 니트의 점염력이다. 어느 회사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재 확보에 여유를 지닌 대기업만의 이슈는 아니다. ‘사내실업(社內失業)’에 따르면 경기 영향을 받는 업종이면 어디든 발생 후보지다. 중소기업은 물론 인재를 중시하는 벤처기업도 해당된다. 사내 니트 보유 기업엔 몇몇 특징이 있다. 수주 업무가 많고 종적인 업무 할당이 주류며 기타 부서 동료의 업무 내용을 잘 모를 때 자주 발생한다. 일부는 사내 실업 자체가 베일에 싸인다.

업무의 단독 배정으로 다른 이가 관여할 수 없는 ‘업무의 속인화(屬人化)’가 진행된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럴수록 급료·역할에 성과주의가 과도하게 반영된다. 동료와의 업무 분담에 미숙할수록 속인화는 조장되고 업무량 격차도 발생하기 쉽다. 덧붙여 사내 니트의 변수는 직장 상사다. 상사와의 불화 심화 때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상사가 과욕·저돌·강제적인 독재 캐릭터일 때 소외 부하가 생길 수 있다. 성과가 좋아도 다른 핑계로 해당 부하를 무시하기도 한다. 책은 “사내 니트는 개인 능력과 의욕 문제가 아닌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사정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다.
[일본] ‘사내 실업자’ 급증 왜? 2030세대 압도적…직장 내 ‘ 왕따’ 늘어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